이때 쯤이면 늘 그랬듯이
멱감던 아이들은 다 떠나갔어도
안산 앞 징검다리 자리 물소리는
가슴 시리도록 여전히 향기로운데
공판재 연 날리던 자리 훌쩍 커버린 솔에
잠시 머물다 가는 바람소리는
차마 서럽도록 언제까지나 감미로운데.
도래편 남새밭 둑성이 복사꽃 수줍던 날에
또 살포쟁이고갯길 찔레 향 은은히 흐르던 때에
또한 보리 바심 꺼럭 태우던 내
서당모랭이 돌아 자욱히 퍼져나가던 시절에
도리도리 집게집게
곤지곤지 쥐엄쥐엄
풀잎 같은 손에도 사알짝 풀어지던
우리 엄니 옷고름에 절은 그 젖내음 같은.
코 묻은 포데기 사이
기껏해야 서너 터울 우리 소꿉누님 등허리
그 귀밑머리 아래 비릿한 살내음 같은.
그래서 그냥 그렇게 그대로.
이슥한 지난 밤 슬몃슬몃
부엉이도 몰래 내린 함박눈송이에
오롯이 가로 누운 내고향 한실 산하는
이때 쯤이면 늘 그랬듯이
유년의 기억 속 그 아이처럼
깊고 긴 하얀 꿈 속으로 빠져듭니다.
-2009년 12월 20일 한실 문인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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