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내 詩 속으로

이때 쯤이면 늘 그랬듯이 / 구경욱

소설가 구경욱 2009. 12. 20. 16:19

 

 

 

이때 쯤이면 늘 그랬듯이


멱감던 아이들은 다 떠나갔어도

안산 앞 징검다리 자리 물소리는

가슴 시리도록 여전히 향기로운데

공판재 연 날리던 자리 훌쩍 커버린 솔에

잠시 머물다 가는 바람소리는

차마 서럽도록 언제까지나 감미로운데.


도래편 남새밭 둑성이 복사꽃 수줍던 날에

또 살포쟁이고갯길 찔레 향 은은히 흐르던 때에

또한 보리 바심 꺼럭 태우던 내

서당모랭이 돌아 자욱히 퍼져나가던 시절에

도리도리 집게집게

곤지곤지 쥐엄쥐엄


풀잎 같은 손에도 사알짝 풀어지던

우리 엄니 옷고름에 절은 그 젖내음 같은.

코 묻은 포데기 사이

기껏해야 서너 터울 우리 소꿉누님 등허리

그 귀밑머리 아래 비릿한 살내음 같은.

그래서 그냥 그렇게 그대로.


이슥한 지난 밤 슬몃슬몃

부엉이도 몰래 내린 함박눈송이에

오롯이 가로 누운 내고향 한실 산하는

이때 쯤이면 늘 그랬듯이

유년의 기억 속 그 아이처럼

깊고 긴 하얀 꿈 속으로 빠져듭니다.


-2009년 12월 20일 한실 문인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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