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내 詩 속으로

♣♣ 허수아비 ♣♣

소설가 구경욱 2017. 6. 25. 09:23

 

 

 

 

 

 

 

 

♣♣ 허수아비 / 구경욱 ♣♣

 

 

모과나무 안집

부지런했던 잠뱅이 할아버지 내외

치매에 풍맞아 일손 놓고

요양병원으로 실려 가신 뒤

벌써 이태 째 묵혀 둔

응달받이 다랭이논 한가운데에

외로운 허수아비 하나 힘겹다.

 

세월의 무게 이겨 낼 장사

세상에 어디 있을까.

이미 삐딱하게 무너진 십자목

할아버지 한참 때 쓰셨을 중절모에

참새 똥 계급장 무겁게 달고

언제 쓰러질지도 모른 채

거친 풍상 겨우 버티고 서있다.

 

이태나 잡초에 묻혀 있었으니

참새떼 볼 일 없는 외로움이나

새참 없는 배고픔이야 그렇다 쳐도

텅빈 가슴 다 삭은 어깨뼈 짓누르는 건

농산물 개방 무한 경쟁 시대에

이런 곳에 붙일만한 곡식도

그럴 정신 나간 사람도 없음일 게다.

 

허수아비 긴 그림자 흔드는

허허로운 바람 너머

붉은 노을빛 곱다랗게 물든 하늘엔

머슴살이 십여년

더부살이 스물 너덧 해

잠뱅이 할아버지 내외가 꿈꿨을

부농의 빈 꿈만 어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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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구경욱
    1962. 충남 서천 출생   (호랑이띠-황소자리)
  • 2000.10 월간[문학세계] 단편[푸서리의끝]으로 등단
    2001.
    10 [제8회 웅진문학상] 현상공모 단편[파적] 당선
     
  •  
  • 더좋은문화원만들기모임 공동대표
    계간 문예마을 이사
    푸른서천21 자문위원
    뉴스서천 칼럼위원
    서천문화원 이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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