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수아비 / 구경욱 ♣♣
모과나무 안집
부지런했던 잠뱅이 할아버지 내외
치매에 풍맞아 일손 놓고
요양병원으로 실려 가신 뒤
벌써 이태 째 묵혀 둔
응달받이 다랭이논 한가운데에
외로운 허수아비 하나 힘겹다.
세월의 무게 이겨 낼 장사
세상에 어디 있을까.
이미 삐딱하게 무너진 십자목
할아버지 한참 때 쓰셨을 중절모에
참새 똥 계급장 무겁게 달고
언제 쓰러질지도 모른 채
거친 풍상 겨우 버티고 서있다.
이태나 잡초에 묻혀 있었으니
참새떼 볼 일 없는 외로움이나
새참 없는 배고픔이야 그렇다 쳐도
텅빈 가슴 다 삭은 어깨뼈 짓누르는 건
농산물 개방 무한 경쟁 시대에
이런 곳에 붙일만한 곡식도
그럴 정신 나간 사람도 없음일 게다.
허수아비 긴 그림자 흔드는
허허로운 바람 너머
붉은 노을빛 곱다랗게 물든 하늘엔
머슴살이 십여년
더부살이 스물 너덧 해
잠뱅이 할아버지 내외가 꿈꿨을
부농의 빈 꿈만 어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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