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몬드 카버 단편소설] 파인더
레이몬드 카버 (Raymond Carver )
출생 1938년 5월 25일
사망 1988년 8월 2일
출신지 미국
직업 작가
학력 하트퍼드대학교
경력
1988년 아메리칸 아카데미 회원
1979년 구겐하임 펠로우로 선정
1985년 포이트리 잡지의 제빈슨 상
1983년 밀드레드 앤드 해롤드 스트라우스리빙 문학상
[레이몬드 카버 단편소설] 파인더
양손이 없는 남자가 찾아와서, 우리 집을 찍은 사진을 사달라고 졸라댔다. 크롬제(製)의 의
수(義手)를 제외하면, 그는 쉰 살 안팎의 평범한 남자로 보였다.
"어쩌다 양손을 잃게 됐소?"
그가 용건을 이야기한 후, 나는 그렇게 물어 보았다.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요."
그가 말했다.
"사진 사겠소? 아니면 말겠소?"
"우선 들어오시죠."
내가 말했다.
"커피를 마시려던 참이었소,"
마침 젤리도 만들었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럼 들어가는 김에 화장실도 좀 사용할까요?"
양손이 없는 남자가 말했다. 나는 그가 어떤 식으로 컵을 드는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가 카메라를 어떻게 드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카메라는 구식의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 커다랗고 검었다. 그는 그것에 가죽끈을 달아 어깨에서 등으로 두르고, 가슴에 단단히 붙이고 있었다. 그는 집 앞의 보도에 서서, 집을 파인더(finder:사진을 촬영할 때 피사체의 범위, 초점을 맞추기 위하여 들여다보는 카메라의 부속 장치-옮긴이) 속에 집어넣고, 양쪽 의수로 셔터를 누른다. 곧이어 사진이 나온다.
조금 전, 나는 창문을 통해 그 작업을 쭉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화장실은 어느 쪽에 있습니까?"
"저쪽으로 가서 오른쪽이요."
몸을 접어 구부리는 것처럼 웅크리더니, 그는 몸에서 가죽끈을 풀었다. 그리고 소파 위에 카메라를 놓고, 상의의 주름을 폈다.
"일을 보는 동안 사진을 좀 보시죠."
사진을 받아들었다.
좁은 단형(短形)의 잔디밭, 차고, 현관 계단, 차고, 현관 계단, 밖으로 내밀어진 창문, 그리고 내가 그를 쳐다보고 있는 부엌의 창. 맙소사, 도대체 왜 내가 이런 비극적인 사진을 갖고 싶어하겠는가? 나는 눈을 가까이 대고, 부엌 창에 내 머리가 찍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의 머리 모양. 그런 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기분이 착잡해졌다. 그런 것은 확실히 사람을 착잡하게 한다. 화장실의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남자가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바지 지퍼를 올리면서 돌아왔다. 한쪽 의수로 벨트를 누르고, 다른 한쪽으로 상의 자락을 바지 속에 찔러넣고 있다.
"어떻습니까?"
그가 말했다.
"마음에 드십니까? 내가 보기에는 잘 찍힌 것 같습니다만. 자랑은 아니지만, 어느 모로 보나 프로의 작품이지요."
그는 바지의 넓적다리 부분을 잡아당겨 팽팽하게 폈다.
"커피 드시죠."
내가 말했다.
"혼자 사시는 모양이죠?"
그가 말했다.
그는 거실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힘드시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는 카메라 옆에 앉더니, 한숨을 쉬면서 느긋하게 등을 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
었다.
"커피 마시세요."
나는 머리 속으로 열심히 화제를 찾았다.
"아까 아이들 셋이 이 주위를 어슬렁거리더니 말이죠, 보도 옆에 있는 돌에 우리 집 주거
표시를 써주겠다고 하더군요. 일 달러면 된다고 하면서요. 혹시 그 일에 대해 짚이는 것이
없습니까?"
그것은 남자를 떠보기 위한 추측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남자가 어떻게 나오는지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는 두 개의 의수로 컵을 감싸쥔 채, 힘에 겨운 듯한 표정으로 몸을 앞으로 구부리더니, 컵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나는 항상 혼자 일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지금까지 쭉 그래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혼자 일할 생각이죠.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군요."
"혹시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물은 겁니다."
내가 말했다.
머리가 아팠다. 커피를 마셔도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젤리라면 가끔 효과가 있었다. 나는 사진을 집어들었다.
"부엌에 있었지요." 내가 말했다.
"보통은 안방에 있습니다만."
"흔한 일이지요." 그가 말했다.
"모두들 갑자기 나가 버리는 거죠. 하지만 괜찮지 않습니까, 나도 혼자서 일하고 있는 걸요. 그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진을 사시겠습니까?"
"사죠."
내가 짧게 대답했다.
나는 일어서서 커피잔을 치웠다.
"고맙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나도 시내에 방을 빌리고 있습니다만, 그다지 나쁘지 않죠. 버스를 타고 그 근처를 빙 돌아 한 차례 일을 하고요. 대충 끝나면 또 다른 거리로 옮기지요. 어떤 식인지 이해하시겠습니까? 뭐, 나도 아이가 있습니다. 댁과 마찬가지로요."
나는 컵을 손에 든 채, 남자가 꿈틀거리며 힘겹게 소파에서 일어서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남자가 말했다.
"덕분에 보시다시피 건강합니다."
나는 남자의 의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커피 감사합니다. 그리고 화장실도요. 폐를 끼쳤습니다."
그는 양쪽 의수를 올리더니 다시 내렸다.
"잠깐만요."
내가 말했다.
"얼마지요? 나와 집이 함께 들어간 사진을 좀더 찍고 싶은데요."
"소용없어요, 그런 일 해봤자."
남자가 말했다. "그런 일 해 봤자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나는 남자의 몸에 카메라의 가죽끈을 둘러 주었다.
"깎아서, 세 장에 일 달러."
남자가 말했다.
"이 이상 깎으면 저도 곤란합니다."
우리는 집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셔터를 조정했다. 내가 어디에 서야 할지 그가 알려주었다. 우리는 촬영에 착수했다. 우리는 집 주위를 돌아다녔다. 대단히 체계적으로. 나는 옆으로 향하는가 하면, 카메라 쪽을 정면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좋아요."
남자는 말했다.
"좋아요. 좋아."
우리는 집을 한 바퀴 빙 돌아, 다시 정면 현관 앞으로 되돌아왔다.
"이것으로 스무 장, 이제 됐지요?"
"아니요. 아직 지붕 위가 남아 있소."
"이거 참."
남자가 중얼거렸다. 남자는 주위를 두리전거리며 바라보았다.
"그럽시다. 그렇게 해야 한다면 말이죠."
"한 명도 남지 않았어요. 모두들 어딘가로 가 버렸단 말이요."
"이것을 보세요!"
남자는 말하며, 양쪽 의수를 들어 올렸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의자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것을 차고 앞에 놓아 보았지만, 지붕은 닿지 않았다. 그래서 나무상자를 가져와서 의자 위에 놓았다. 지붕 위는 굉장했다. 나는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손을 흔들자 양손이 없는 남자도 의수를 흔들어주었다.
그때 나는 그것을 발견했다. 작은 돌들이다. 굴뚝의 구멍을 덮고 있는 그물 위에, 마치 작은 돌들의 아담한 소굴이나 되는 것처럼, 작은 돌들이 쌓여 있었다. 물론 아이들 짓이다. 아이들이란 곧잘 그런 일을 한다, 돌을 던져 굴뚝 속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됐습니까?"
나는 소리를 지르며, 돌 하나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남자가 나를 파인더 속에 담기를 기다렸다.
"좋아요!"
남자가 대답했다.
나는 가슴을 뒤로 젖히고, 큰소리로 "이봐요!"라고 고함치며 그 돌을 힘껏 내던졌다.
"안돼요."
그가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움직이는 것은 찍을 수가 없어요."
"한 번 더."
나는 고함쳤다. 그리고 돌을 또 하나 손에 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