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좋은 단편

꽃게무덤 / 권지예

소설가 구경욱 2009. 1. 29. 21:32

<꽃게무덤> / 권지예



아이보리색 버티컬 블라인드 위로 창밖의 목련나무 가지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바람이 건들, 불 때면 그림자는 짙은 먹빛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잠시 바람이 자고 있으면 제자리로 돌아간 목련나무 그림자는 옅어진다. 맑고 섬세한 4월 햇살과 봄바람이 희롱하여 연출한 이 그림을, 그는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본다. 가만히 바라보면 절정을 향해 한 잎 한 잎 벙글어지고 있는 목련꽃잎의 농담(濃淡)마저도 느껴질 듯하다. 먹을 묽게 갈아 그린 수묵화 같다.

붉은 펜을 들고 번역서의 교정지를 들여다보고 있던 그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온다. 오수가 잔물결처럼 서서히 밀려온다. 그의 손에서 붉은 펜이 떨어진다. 켜놓은 컴퓨터 화면은 화면보호기로 넘어가 있다. 전환된 화면 속에서는 새파란 바닷물 속의 물고기가 뱉어내놓는 물방울 소리가 뽀르륵 뽀르륵, 터지고 있다. 아래층 어디선가 불경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이어지고 있다.

바닥에 떨어뜨린 교정지엔 몇 군데 붉은 펜 자국이 나 있다.

“피들러 꽃게

로맨틱한 젊은 청년이 자기의 마음을 사로잡는 젊은 여인을 만나는데 가장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되는 장소가 한 군데 있다면 바로 햇빛 쏟아지는 해변의 모래밭이리라. 그것은 피들러 꽃게Fiddler Crab 수컷이 암컷을 만나기 위한 것 이외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이 나오는 장소이기도 하다. 수컷은 공중에다가 자기의 크고도 화려한 색깔의 발톱을 휘저음으로써 욕망을 나타낸다. 사실 그는 먹이를 구한다든지 교미를 하기 위한 잠깐 동안의 방해를 제외하고는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발톱 흔드는 일로 소비한다…`…”

그의 감은 눈꺼풀 속의 눈동자가 움직이고 있다. 그는 꿈을 꾸고 있다. 바닷가 모래밭. 햇빛에 모래가 사금처럼 반짝거린다. 짙고 푸른 먼바다의 파도가 흰 이빨을 보이며 달려들지만 해변 근처의 바닷물은 얕고 투명하다. 햇빛이 반사된 수면은 거울처럼 고요하게 어룽대기만 할 뿐이다. 미세한 움직임이지만 물은 썰물이다.

조금씩 후퇴하며 낮아지는 물속에서 척후병들처럼 작은 게들이 발발거리며 기어나오고 있다. 물이 빠져나간 금빛 모래밭에서도 총구처럼 동그란 구멍들이 열린다. 그곳에서 아기 손톱처럼 투명한 껍질을 가진 새끼 게들이 끊임없이 기어나온다. 여덟 개의 발가락과 두 개의 집게발을 꼼지락거리며 게들이 나온다. 게들은 옆걸음으로, 반바지 밑으로 드러난 부숭부숭, 털로 뒤덮인 그의 종아리를 지나 넓적다리로 기어올라가고 있다…`….

눈 감은 그의 얼굴이 간지러움을 참는 듯, 아니면 재채기를 참는 것 같은 얼굴이 된다. 그러다 갑자기 그는 번쩍 눈을 뜬다. 눈을 뜬 그는 꿈과 현실의 경계, 어디에 자신이 있는 건지 잠시 멍해진다. 종아리에 스멀스멀한 느낌이 여전하다. 그는 손을 들어 천천히 반바지 밑의 자신의 종아리를 쓸어본다. 게 따위는 없다. 그제서야 자신이 현실로 돌아왔음을 느낀다. 그리고 일어나 염주알 같은 버티컬 블라인드의 줄을 잡아당긴다. 햇살이 기다렸다는 듯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그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재채기가 연거푸 터진다.

열린 창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아래층 노파가 켜놓은 반야심경의 독경 소리가 올라온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사리자……”

노파는 1층 자신의 집 앞, 햇빛 잘 드는 작은 텃밭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연한 연둣빛 푸성귀 사이를 웅크린 채 천천히 앉은걸음으로 가고 있는 노파의 작고 동그란 몸피는 위에서 보니 공벌레 같다. 가는귀가 먹은 노파가 텃밭에서 들으려고 일부러 크게 틀어놓은 건지 독경소리가 보통 때보다 더 시끄럽다.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일까? 느릿하게 이어지는 독경 소리에 냄새가 실려 올라오고 있다. 그는 코로 숨을 들이마신다. 간장을 달이는 냄새다. 그는 창문을 닫아버린다.

독경 소리는 작아졌지만 어느 틈에 들어온 간장 냄새는 이미 바이러스균처럼 침투하여 집 안 곳곳에 숨어버린 것 같다. 갑자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이, 그는 맥을 놓은 표정이 되어버린다.



*



밤. 그는 옷장을 열어 그녀의 옷들을 꺼내었다.

오후에 독경 소리와 함께 창틈으로 들어온 그 냄새 때문에 그에겐 독감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머리가 혼미해지고 미열이 나기 시작했고 무기력해져버린 것이다. 방향제를 뿌렸지만, 간장 달이는 냄새는 송장에서 흐르는 진물 냄새처럼 지독하고도 집요했다. 냄새는 한동안 모르는 척했던 기억을 자꾸 집적거렸다.

해가 설핏 기울 무렵에 노파가 올라왔었다. 분홍색 플라스틱 소쿠리에 연둣빛 상추잎이 꽃잎처럼 포개어져 있었다.

“이것 좀 봐. 이쁘지? 아주 이쁘게 잎이 올라왔더라구. 오늘 첨으로 한번 뜯어봤어. 잎이 야들하니 너무 더운밥엔 말구 약간 식은 밥에 한번 싸먹어보라구. 이 새 된장하고 먹어보라구. 오늘 장을 담궜잖어. 간장 떠서 달이고 메주된장 주물러 독에 퍼담다 남은 걸 좀 가져왔는데 맛은 좀 더 들어야 될 거야. 간장도 좀 주까? 하긴 인제 필요 없지…`…?”

겨우내 노파의 집에서는 시체 썩는 냄새가 났다. 월세를 주러 내려가 보면 더운 방 안 여기저기에 메주가 걸려 있었다. 걸어놓은 메주가 뜨는 냄새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2층에서 노파네 베란다를 내려다보면, 동그란 독 아가리 안에 검은 숯과 빨간 태양초 고추가 메주를 넣은 소금물 위에 동동 떠 있었다. 노파는 혼자 살았지만 봄이 오면 장을 담갔고 늦가을엔 꼭 김장을 담가 땅에 묻었다.

상추잎은 정말 예뻤다. 먹기가 아까울 만큼. 그걸 보자 툭, 하고 팽팽한 활시위를 떠난 활처럼 순식간에, 강렬하게, 그녀가 떠올랐다. 아까 간장 냄새가 날 때부터 조마조마하게 눌러왔던 긴장감이 툭 터져버린 것이다. 이렇듯 예쁘고 여린 상추잎과 집 안에 밴 간장 냄새를 어떻게 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녀의 얼굴 모습은 선명하지 않다. 대신 게를 먹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바로 앞의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인 양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녀는 간장게장을 먹고 있다. 집게발 하나를 들고서 뜯긴 자리를 입으로 가져가 먼저 쭉쭉 빤다. 남은 간장 물이 게 다리의 집게 끝으로 내려와 손에서 그녀의 벗은 흰 팔꿈치를 향해 쭈루룩 달려내려간다. 게 다리를 빨고 있던 그녀는 재빨리 혀를 길게 내밀어 팔꿈치 쪽으로 가져간다. 혀는 팔꿈치에 닿을 듯 말 듯하다. 팔꿈치 쪽부터 손목 쪽으로 핥아 올라간다. 그럴 때 그녀의 붉은 혀는 아주 길고 뾰족하다. 그녀의 작은 입 속에 어떻게 저렇게 길게 늘어나는 혀가 숨어 있는지 그는 매번 경탄스러웠다.

아마 작년 봄 이맘때였으리라. 그날도 게를 먹는데 노파가 자신이 씨 뿌린 상추의 첫잎을 땄다면서 들고 왔다. 그녀는 아이, 앙징맞아라, 탄성을 질렀다. 그리곤 손바닥 위에 파릇하니 작고 여린 상추잎을 포개얹었다.

“애기 손 같죠?”

그녀가 속을 파낸 게살을 파릇하니 여린 상추잎에 얹으며 말했다.

“뭐니뭐니해도 게는요, 봄 게가 맛있어요. 초여름 산란기 전에 말이죠. 사실은 암놈보다 살이 달고 독특한 향과 부드러운 맛은 수놈이 훨씬 더 낫구요.”

봄 저녁, 맛나게 게살을 얹어 상추쌈을 먹느라 꼭 다문 입술과 올록볼록해지는 그녀의 볼살을 쳐다보기만 해도 얼마나 입 안에 신 침이 고이던가.

그녀는 게에 관한 한 아는 게 많았다. 게라면 사족을 못 썼다. 게다가 간장게장이라면. 어릴 때 그는 삶은 게를 먹고 두드러기가 난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는 사실 게를 싫어했다. 특히 간장게장 같은, 날것을 짜게 삭힌 음식은 어딘지 좀 지독하고 야박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러나 그녀와 함께 사는 동안 그는 알러지를 극복했고 게의 쫀득한 생살의 향취를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란 이렇게 체질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화학변화란 생각이 들 무렵, 그녀는 떠났다. 그러나 그 화학반응은 명백한 불가역반응이다. 입맛과 몸의 변화는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했다.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없듯이. 간혹 그는 그녀를 그리워하듯이 게장을 그리워하고 있는 자신의 입맛을 느낀다. 그 그리움이 그녀를 향한 것인지 게 맛을 그리워하는 것인지 모호할 때도 있다. 그러면 그는 간장게장집을 찾아 홀로 앉아 천천히 게를 물고 빨고 뜯고 한다. 그녀만큼은 못 되지만, 그도 이제 제법 깔끔하게 게를 먹을 줄 안다. 젓가락으로 쑤시고 발라먹은 게 껍질은 상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소복이 상 위에 쌓인다. 밥 두 공기를 배불리 먹고 나면 텅 빈 게 껍질처럼 허전함과 그리움의 공기만이 들락거렸던 몸속으로 무언가 알이 꽉 찬 듯 충만감이 생생히 전해져오는 것이다. 어느 시에 나오는 구절처럼, 그래 이젠 살아봐야겠다, 하는 심정이 되는 것이다.

그녀가 떠난 것은 지난 늦가을이었다. 사실 그는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그녀를 만난 것이 그렇게 쉬웠듯이 그녀는 또 쉽게 떠나갈 수 있는 여자였다. 그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여태 그는 옷장 속에 그녀가 남긴 옷을 처리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에 대한 미련이라기보다는, 언제든 그녀가 오면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옷장에 그가 그녀를 위해 사준 제법 값나가는 가죽 ?纓떠? 미리 겨울을 위해 세일 때 사둔 모직 코트가 있었다. 그녀는 거의 빈 몸으로 그의 집에 왔듯이 그것들을 그대로 둔 채 집을 나갔다. 옷장에 몇 점 걸어둔 여름옷은 그렇다 쳐도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민달팽이처럼 맨몸으로 그녀가 찬바람 속을 다닐 것 같은 생각에 그대로 걸어두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의 집 열쇠는 몸에 지니고 나간 것 같았다. 언제든 돌아오리라 생각했던 것은 열쇠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가 없는 새에라도 그녀가 잠깐 들러 옷장 속의 옷이라도 가져갔으면 하고 생각했다.

옷장 속의 그녀의 옷들은 얌전히 걸려 있다. 마치 그 옷 속에 꽉 찼던 그녀의 육체가 빠져나가고 껍데기처럼 남아 걸려 있는 그 옷가지들은, 그녀가 살만 빼먹고 그대로 남겨놓은 게의 껍질처럼 완벽해 보인다. 으깨어지지도 않은 채, 마치 그 속에 있던 몸에 대한 기억을 고집스레, 어쩌면 영원히 간직할 것 같은 썩지 않을 게의 딱딱한 껍질처럼 말이다. 그는 그녀가 지난가을 내내 입었던 검은색 가죽 재킷을 쓸어본다. 그 안에, 재킷 속에 그녀의 몸이 그대로 들어 있을 것 같다. 유연하게 들어간 허리선이며 앞으로 둥글게 살짝 휜 소매엔 마치 그녀의 팔이 들어 있는 듯 팔 안쪽의 주름이 몇 겹 작은 구릉을 이루고 있다. 그는 재킷의 단추를 열고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 희미한 그녀의 살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아니 사실은 거기엔 이제 그녀의 냄새가 사라지고 없다. 그녀의 냄새는 이미 서서히 휘발되었을 것이다. 대신 그는 음험한 간장 냄새를 맡는다.



*



그녀와 일 년 남짓 함께 사는 동안 그는 몇 번인가 그녀와 함께 간장게장을 담근 적이 있었다. 사실 게장은 무척이나 비싸서 자주 사먹을 형편이 못 되었다. 소래포구나 시원하게 새로 뚫린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서해안의 포구로 꽃게를 사러 다녔다.

게를 사러 가는 날은 그녀가 정했다.

“게는 보름엔 살이 마르고 그믐엔 살이 찬대요.”

음력 그믐날에 그녀가 붉은 동그라미를 쳤다.

포구의 뱃전에 잡아놓은 게들을 구경하기도 하지만, 운이 좋으면 꽃게잡이 배를 타기도 했다. 그물을 올리면 그물 속 가득 꽃게들이 바글대는 배 위에서 어부와 흥정을 하기도 했다. 그 싱싱한 꽃게를 담은 커다란 플라스틱통을 뒷자리에 놓고 달리면 그녀는 무척 행복한 얼굴이 되곤 했다. 운전을 하는 그의 옆얼굴에 여러 번 키스를 해주곤 했다. 그럴 때면 몸과 마음이 달떠버려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빠져나갔다. 어느 날 밤엔가는 참지 못하고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어두운 국도 변에서 그녀를 안은 적도 있었다. 달도 없는 그믐날 밤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게들도 덩달아 통 속에서 분탕질을 치느라 퉁퉁퉁, 플라스틱통은 타악기가 되어버렸다.

게를 깨끗이 씻고 간장의 간이 잘 배도록 하기 위해서 살아 있는 게 다리의 발끝을 조금씩 잘라내는 일은 그의 몫이었다. 그녀는 게를 잘 먹긴 했지만 살아 있는 게를 무척이나 무서워했다. 그는 그녀가 무서워하는 꼴을 보고 싶어 일부러 발 잘린 게를 풀어놓곤 했다. 발끝이 모두 잘린 게들은 더욱 맹렬하게 기어간다. 게에게서 피가 나지 않는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발끝이 잘린 게들의 맹목적인 행진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훨씬 더 공포스럽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밖으로 도망치고, 그는 부엌 바닥 가득 혼비백산하여 삶의 맹목성 하나만으로 각자 어딘가로 골똘하게 옆걸음치는 게들을 한참이나 내려다보곤 했다. 그러면 아주 천천히 공포가 잦아지면서 씁쓸한 비애가 입 안 가득 고여오게 된다.

그 다음부터는 그녀의 몫이다. 그가 오지단지에 꽃게의 배가 위로 가게 차곡차곡 넣으면 그녀는 노파에게 얻은 조선간장을 들이붓는다. 뚜껑을 눌러 열두 시간 재워놓은 후 간장을 따라내고 소주와 청양고추, 대파, 마늘, 대추, 생강, 다시마, 조청을 비율에 맞게 넣고 끓여내어 식히고 나서 체에 걸러 다시 게 단지에 붓는다. 며칠 숙성시키고 간장 끓이는 일을 한두 번 더 한다.

그때마다 간장 달이는 냄새는 비슷한 것 같아도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농도가 다를 것이다. 점점 배어나온 게살의 진액이 짙어져 비린내가 더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래층 노파도 간장을 달일 때마다 올라와, “자고로 간장게장이 밥도둑이라 그랬거덩.” 참견하며 이빨이 빠진 합죽한 입술을 달싹이곤 했다. 노파에게서 후하게 조선간장을 얻어 쓰는 탓에 그녀는 게장의 절반이나 노파에게 바쳤다. 이가 없는 탓인지 그녀에게 얻은 게장으로 오물오물 밥을 비벼 먹고 나서 장난감처럼 게 다리를 오래도록 빨다가 “나비야, 이리 온.” 하고 고양이에게 물려주곤 했다.

하지만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온 후 노파는 간혹 그의 옆구리를 쿡 치며 말하곤 했다.

“내 게장 잘 얻어묵고 이런 말하긴 그렇다만 너무 마음 뺏기지는 말어. 시악시 얼굴이 곱상하긴 하다만 복이 없는 얼굴이야. 살빛이 핏기 없이 너무 말갛고 눈 검은 동자에 노란빛이 너무 과해. 턱이 너무 바르고 귓불도 얇고 눈꺼풀이 너무 얇아. 복이 붙을 데가 없어. 상이 안 좋아.”

그녀가 집을 나간 후에는 결국 노파는 험담을 참지 못했다.

“잊어버려라. 사내 골을 뺄 년이었어. 예전에 딱 고렇게 생긴 계집이 있었는데 만나는 사내마다 잡아먹고 종당엔 바닷물에 몸을 던졌지. 보름날 밤에 그 계집의 자주색 비로드 치마가 물에 봉긋 떠올라 며칠을 바다 위를 떠돌았다네. 끝내 시신은 못 찾았지.”

간장게장을 담그면 그녀는 다른 반찬은 거들떠보지 않고 한동안은 게장 하나로 밥을 먹었다. 좁은 집 안은 게장의 냄새가 스며들어버린다. 집 안의 공기뿐 아니라 게장의 지리고 비리고 달큰한 맛과 냄새는 그녀의 입과 손에도 배어 있다. 밤에는 그녀의 깊은 곳에서도 그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밤에는 이상한 소리에 자다가 눈을 떠보니 그녀가 머리맡에 앉아 게를 파먹고 있었다. 잠자기 전의 모습 그대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바닥에 앉아 젓가락으로 게 다리의 살을 발라먹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게를 발라먹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주 정교한 작업중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게 다리를 눈에 가까이 대고 젓가락으로 게 다리 속을 규칙적이고 신중하게 긁어대었다. 젓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살집 없이 마른 몸인 그녀의 얇은 피부에 묻힌 갈빗대가 살짝살짝 윤곽을 드러내었다. 어찌 보면 고분에서 출토된 유골의 섬세한 뼈에 박힌 오랜 흙을 털어내는 것 같기도 하고 길쭉한 파이프 담뱃대를 청소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마디에 붙은 옹이 살을 파낼 때는 사랑하는 이의 귓속에서 면봉으로 귀지를 살살 파내듯 더욱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해서 살이 조금씩 비어져나오면 입을 대고 쪽쪽 빨았다.

한밤중에 게를 파먹는 그녀의 모습은 좀 괴기스럽고 엽기적이지만 또 몹시 에로틱한 느낌까지 준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온 존재를 집중시키고 집약한다.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절실하고도 진실해 보인다. 그 순간은 또 그가 지독히 외로운 순간이기도 하다. 상대가 하찮은 게 다리일망정, 순간적으로 그는 이해하기 힘든 서글픈 질투까지도 느끼는 것이다. 좀전까지 그녀와 한 몸으로 껴안고 물고 빨고 했던 섹스의 모든 행위가 하나의 과장된 거짓 제스처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잠이 안 와. 왠지 속이 허해서…….”

그가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을 그제야 안 그녀가 변명 삼아 말하며 웃었다. 허하다니…… 잠자기 전에 그녀를 채우며 스스로도 충일감에 빠져 잠들었던 그는 맥이 빠진다. 섹스로도 채울 수 없는 그녀의 허전함을, 그 비어 있음을 아득하게 느낄 수밖에 없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그럴 때 그는 그녀에게서 보이지 않는 각질을 느끼게 된다. 갑각류의 껍질처럼, 속이 빈 대나무의 외피처럼. 단단한 껍질로 싸여 그가 닿지 못하는 그녀의 내부엔 무엇이 있는 걸까. 그녀를 만약 사랑했었다면, 그것은 끊임없이 단단한 외피 속의 그곳에 닿고 싶다는 안타까운 호기심의 몸짓이었을까.

그는 옷장 속에서 그녀의 옷들을 꺼내 상자 속에 모두 차곡차곡 넣었다. 그러나 막상 그 상자를 어쩌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신발장의 구두도 생각난 김에 꺼내었다. 마치 방금 전에 빠져나간 것처럼 그녀의 발 모양과 주름이 생생한 양감으로 살아 있는 비둘기색 구두를 넣으며 그는 잠시 구두 안에 그녀의 영혼이 갇혀 있기라도 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구두를 거꾸로 들고 흔들고 나서 비닐봉투에 넣어 상자 안에 넣었다. 상자를 봉인하려다 말고 그는 상자를 그냥 침대 밑 공간에 밀쳐둔다.

그리고 나서 그는 낮에 작업하다 만 교정지를 꺼낸다. 내일까지는 출판사에 넘겨야 한다.

“피들러 꽃게의 암컷은 덩치가 작고 똑같은 대칭적 발톱을 갖고 있으며 단조로운 갈색을 띤 회색인 반면, 수컷은 비대칭적인 발톱(그가 흔드는 한쪽 발은 다른 쪽보다 훨씬 크다)을 가졌으며, 몇 가지 선명한 색깔을 띠고 있다.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혹은 놀랐을 경우 수컷은 암컷과 똑같은 빛을 띤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조수가 밀려나고 해변이 건조해지면 수컷은 재빨리 현혹적인 색깔만을 아름답게 혼합한 색깔로 변한다.

이 찬란한 색깔은 그 꽃게가 로맨스 분위기에 젖어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조심성 있는 암케가 초대에 응할 때, 수케는 혈관에 있는 성호르몬이 외부 색깔에 변화를 일으키며 화사한 빛을 띤 집게(게의 다리)가 도저히 더 이를 보고 있을 수 없는 것임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암컷이 모습을 드러내면 수컷들은 광적으로 발을 흔들고 춤을 춤으로써 욕망을 드러내게 된다.

댄스의 목적은 두말할 필요도 놀랄 필요도 없이 교미의 정점으로 암컷의 성 욕구를 끌어올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절정에 이른 두 마리의 꽃게는 감각적으로 서로의 다리를 애무한다. 이윽고 수컷은 해변의 모래 위에 난 구멍 밑에 만들어진 집으로 돌아간다. 잠시 후 수컷은 그 구멍을 막아버리기 위하여 발톱으로 진흙 한 줌을 움켜쥔 채 구멍 입구에 다시 나타난다.

결국 그들은 고독한 존재이다.”*

그는 ‘암케’와 ‘수케’를 ‘암게’와 ‘수게’로 고치기 전에 사전을 뒤져 한 번 더 확인한다. 암컷을 유혹하는 화려한 수게의 ‘발톱’이라니…… 게에게도 발톱이 있는 걸까, 집게를 말하는 게 아닐까, 궁금하지만 원문이 없어 확인하는 걸 포기한다. 번역이 엉성한 것 같지만, 그가 맡은 일은 출판사에서 외주 받은 원고의 교정작업일 뿐이다. 다만, 성교 후에 자신의 집의 구멍을 막아버리는 피들러 꽃게의 수컷의 행동과 ‘결국 그들은 고독한 존재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머릿속에 깊숙이 박인다.



*



넓은 갯벌엔 무리지어 자생한 자줏빛 함초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아주 넓은 자주색 비로드 치마가 펼쳐진 것 같다. 하늘도 온통 함초잎 빛깔이다. 해는 이미 바다로 떨어졌다. 바다는 은갈치빛으로 창백하게 반짝인다. 이글이글 불타는 생피 덩어리 같던 석양이 지고 난 후 수평선 언저리는 점점 검붉은 자줏빛으로 변하고 있다.

그녀는 바다를 바라보며 꽃게를 먹고 있다. 쪄놓은 장밋빛 꽃게는 꽃처럼 아름답다. 그녀는 장미꽃다발에 묻힌 듯 온통 꽃게더미에 묻혀 있다. 번들거리는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붉은 게를 먹는 그녀를 보고 그는 물큰, 반가운 마음이 든다.

“당신…… 어디 있었어?”

“…….”

그녀는 대꾸 없이 심상하게 게를 먹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옷을 찾았지?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가 없어서 옷장에서 꺼냈는데…….”

“침대 밑, 상자에 넣어뒀더군요.”

“그래…….”

“너무, 너무…… 추웠어요.”

그녀의 얇은 입술은 파르스름하다.

“게를 좋아하는 건 여전하군. 그렇게 쌓아놓으니 꼭 패총 같다.”

“그래요. 꽃게무덤이죠.”

그녀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꽃게더미는 그녀의 목까지 쌓여 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게 껍질 속은 모두 텅 비어 있다. 모두 완벽할 만치 깨끗하게 파먹은 게 껍데기였던 것이다. 빈 게 껍질 속을 들여다보다 고개를 드니 방금 전까지 앉아서 꽃게를 먹던 그녀가 사라져버리고 없다. 수북하게 쌓인 꽃게무덤 안이 텅 비어 있다.

그는 미친 듯 바깥으로 달려나와 바닷가로 달려나간다. 갯벌의 검은 흙 속으로 온몸이 고꾸라질 듯 달려나가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이미 온통 흑자줏빛으로 변해버렸다. 그때 그의 발끝에 툭 걸리는 물건이 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아 그것을 집어든다. 그건 그녀의 비둘기색 구두다. 거푸집처럼 그녀의 발 모양이 오롯이 나타나는 구두는 체온이 남아 아직 따뜻하다. 구두를 가지런히 벗어놓고 그녀는 바다로 들어간 것일까. 그는 바다를 향해 안타까운 소리로 그녀를 부른다.

그러나 가슴속엔 바위가 꾹 누르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숨만 가빠오고 목에서 짜낸 소리는 어둠 속으로 스펀지처럼 빨려드는지 들리지 않는다.

그는 진저리치다가 꿈에서 깨어난다. 아침이다. 가위에 눌려 애타게 그녀를 부르다 잠이 깬 그의 얼굴엔 식은땀이 흘렀다. 오한이 난 듯 몇 차례나 몸서리를 쳤다. 꿈을 자주 꾸는 그이지만 어젯밤 잠들 때 그녀의 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버렸던가. 어제는 참 이상한 하루였다. 그녀의 꿈을 꾸는 것도 당연한지 모르겠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숨겨진 암시들이 한꺼번에 나타난 날이었다. 아마 그런 것들이 꿈의 재료가 되었을 것이다. 간장 달이는 냄새. 여린 상추잎. 그녀의 검은 가죽 재킷. 그리고 그녀의 비둘기색 구두…`….

그는 침대 밑에서 상자를 꺼냈다.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왜일까. 상자 속 맨 밑에 넣었다고 생각했던 검은 가죽 재킷이 맨 위에 올라와 있고, 비닐봉투에 넣었다고 생각했던 구두는, 봉투는 어디 가고 맨 구두만 가죽 재킷 위에 올려져 있다. 마치 그녀가 꺼내어 입고 잠깐 꿈속에 나타났다 다시 상자에 반납하고 간 것처럼.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다. 새벽에 그가 다시 꺼내보았던 것일까? 아아 혼란스럽다. 출판사에 넘겨야 하는 교정원고일 때문에 어제 그는 거의 정신없이 밤을 새다시피 했다. 그는 몽롱한 머리를 흔들고 나서 상자를 다시 닫아놓는다.

오전에 그는 출판사에 교정원고를 가까스로 넘겼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몸은 잔뜩 물먹은 빨래처럼 무거웠지만 아침에 꾼 꿈이 너무도 생생해서 머릿속은 맑은 거울처럼 꿈의 영상이 박여 있다.

그 꿈은 보이지 않는 그의 무의식의 뢴트겐사진인지 모른다. 그 꿈은 그 동안의 그의 숨은 무의식을 보여준 것일까. 그녀가 집을 나간 후 그는 그녀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녀에겐 오래 발효된 죽음의 냄새 같은 게 떠돌았다. 텅 빈 그녀에게 죽음은 대나무 속의 바람처럼 가볍게, 꽃게살 속의 연하고 향기로운 살처럼 찐득이면서 그녀의 생 안에 도사리고 고여 있었다. 처음 만난 날의 텅 빈 그녀의 눈빛 속에서 그는 그것을 보았다. 그녀가 순순히 그를 따라왔던 것도 그것을 그에게 들켰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



오후에 그는 그녀의 옷상자를 차에 싣고 강화도로 떠났다. 배 시간만 맞으면 꿈속에서처럼 낙조를 맞을 수 있으리라. 점심때가 지나도록 꿈의 잔상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어제처럼 봄볕은 여전히 맑고 화사했다. 사위어가는 노을 속에 버려진 비둘기색 구두의 이미지와 패총처럼 수북이 쌓인 꽃게무덤이 한없이 밝은 봄빛 조명으로 어디서든 떠올랐다. 목련나무 꽃 위로도, 노파가 가꾼 녹두빛 남새밭 사이로도, 바다풍경이 바탕화면인 컴퓨터 화면에도, 그저 멍하니 바라본 방 안의 흰색 벽에도. 꽃게무덤이라…`…. 그는 그녀가 꿈속에서 말했던 그 단어를 입속으로 굴려보았다. 그래요. 꽃게무덤이죠…`…. 그리고 그녀의 지워질 듯 희미한 미소…`…. 꿈속의 그곳은 재작년 가을에 그녀를 처음 만났던 석모도였다.

재작년 가을, 그는 함초밭의 사진을 찍기 위해 석모도에 갔었다. 함초는 서해안 개펄에 무리지어 자생하는 식물이다. 식물 중에서 염분을 함유하고 있으면서도 살 수 있는 유일한 식물이다. 소금기 많은 염전이나 개펄에서 짠 바닷물을 빨아먹으며 사는 풀이라서 뜯어먹으면 즙액이 짭짤하다. 함초를 이용해 다이어트 식품으로 제조하려는 한 중소기업체에서 홈페이지 홍보용으로 그에게 일을 맡겼기 때문에 사진을 찍고 작업을 위해 취재차 그곳에 들르게 되었다.

가을이 되면 꽃자주색으로 단풍이 드는 함초는 영종도 국제공항 가는 길에도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그러나 사진도 사진이려니와 오랜만에 조용하게 낙조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석모도의 해넘이 광경이 유명하다는데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 시간이 나면 보문사에도 들르고 싶었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카페리를 타고 10여 분 남짓 바닷길을 달려 석모도에 내려서 옛 염전이었던 소금개펄에 자주색 카펫처럼 깔린 함초밭을 찾아갔다. 함초와 나문재 같은 식물이 넓게 깔린 장엄한 자줏빛 뻘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그가 마땅한 곳을 찾아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을 때 두 번인가 파인더에 어떤 여자의 모습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보라색 더플코트와 청바지를 입고 있어서 함초더미에서 눈에 잘 띄지 않았었다. 줌을 당겨보니 함초잎을 따서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어디선가 청둥오리 떼가 폭탄의 파편처럼 하늘로 솟구쳐오르자 그녀는 손차양을 만들어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저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셔터를 몰래 몇 번 눌렀다.

사진을 찍고 나서는 낙조를 감상하기 위해 설계된 듯, 바다로 면한 넓은 통유리가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햇살 비치는 서향 창을 바라보며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나자 맥주 생각이 났다. 하늘빛을 보니 좀 취하고 싶었다. 카프리를 한 병 마시고 나자 투명한 홍시 같은 해가 더욱 달아오르고 수평선엔 까치놀이 지기 시작했다. 눈길을 고정시키고 계속 보고 있기 때문일까. 해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수평선에서 한 뼘만큼 떨어져 있다.

좀 지루했기 때문일까. 그는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담배를 한 대 피우려고 주머니 속을 뒤졌다. 주머니 속에 라이터가 잡히지 않았다. 라이터를 개펄에 놔두고 온 것 같았다. 게다가 그곳에 삼각대까지 놓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만족스런 그림이 나올 것 같은 안도감에 카메라를 챙겨넣고 삼각대는 놔둔 채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던 것이다. 그리곤 기억은 거기서 그만이다. 그에게는 이렇게 못 말리는 건망증이 있다. 라이터는 그렇다 쳐도 삼각대는 찾아야 했다.

그는 할 수 없이 서향 창을 떠나야 했다. 곧 일몰 후 어둠이 오기 전에 아직 잔광이 있을 때 그걸 찾아야 했다. 그가 차를 몰고 다시 그 개펄로 갔을 때 다행히 삼각대는 그대로 세워진 채였다. 그러나 하마터면 바다에 빼앗길 뻔했다. 밀물이 사정없이 밀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머리통을 한대 쥐어박은 후 그걸 챙겼다. 그런데 차로 돌아가려고 개펄을 걷던 그의 눈에 무언가 석양에 반짝이는 작은 물건이 보였다.

마지막 석양빛으로 안간힘을 다해 반짝, 하고 그것은 빛을 냈다. 그야말로 순간적으로 반짝! 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잃어버린 그의 라이터였다. 그 하잘것없는 것이 개펄의 검은 흙 속에서 보석처럼 반짝일 수 있다니. 그런데 그걸 집으려던 그는 더욱 놀랐다. 바로 그 옆엔 가지런히 벗어놓은 비둘기색 여자 구두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구두 옆에는 담배꽁초 세 개가 흩어져 있었다. 구두 임자는 그의 라이터를 주워다 이곳에 와서 담배 세 개비를 피우고 사라진 것이다.

그는 왠지 이상한 예감이 들어 밀려오는 바닷물을 바라보았다. 석양은 그 사이 수평선에 몸을 반쯤 담그었다.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혼곤한 보랏빛 속에서 보라색 더플코트를 입은 여자가 눈에 화살처럼 순식간에 튀어 들어온 것을. 그녀는 그의 파인더 속에 잠깐 들어왔던 바로 그 여자였다. 그는 달렸다. 여자는 마치 보랏빛 대기의 일부인 것처럼 아무런 거리낌없이 바다로 스며들고 있었다. 여자는 눈을 감고 밀려오는 바닷물을 맞이하고 있었다. 바닷물이 여자의 가슴께로 달려든다고 생각한 순간 그가 달려가 여자의 어깨를 휘어잡아 팔을 끌었다. 여자는 생각보다 가볍게 딸려나왔다. 개펄의 끝까지 끌려나온 여자는 저항하지 않았다. 여자는 힘없이 주저앉았고 그는 어쩔 줄을 몰랐다. 잔뜩 뻘흙이 묻고 바닷물에 젖은 여자는 지쳐 보였다. 아무 말 없이 바다를 바라보더니 무릎에 고개를 파묻어버렸다. 여자가 떨고 있는지 우는지 여자의 온몸이 떨렸다. 그는 무릎을 감싸쥔 여자의 손을 보았다. 여름에 들인 봉숭아꽃물이 손톱 끝에 아주 조금 남아 있었다. 그는 망연한 느낌에 담배를 꺼냈다. 수평선엔 어느새 해가 쑤욱, 바다로 빠진 채 딱 여자의 봉숭아꽃물 든 손톱 끝만큼 해의 끝이 겨우 붙어 있다. 그리고 잠깐, 그가 라이터로 불을 붙여 담배를 입에 물고 바다를 향해 한 모금 빨고 나자 해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



그날 그녀와 게를 먹었다. 외포리로 나가는 막배 시간을 놓치고 어쩔 수 없이 식당을 겸한 민박집에 방을 잡았다. 몸을 씻고 옷을 대충 말린 그녀에게 그가 저녁식사로 무얼 먹고 싶냐고 물었을 것이다. 여자의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물었는데 여자가 입을 열었다. 여자는 바닷물에서 나온 이후 반쯤은 넋이 나간 듯 줄곧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명확하게 게를 먹고 싶다고 대답했던 것이다. 마침 민박집 주인여자가 물 좋은 게가 있다면서 꽃게탕을 권했다.

그는 자신에게 게 알러지가 있다는 걸 기억했지만 그냥 꽃게탕을 주문했다. 어린 시절 이후 게를 먹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만 싱싱한 꽃게가 전골냄비 속에서 발갛게 익어가는 것을 보자니 한번 먹어보리라 생각이 들었다. 게가 익어가는 냄비를 보자 그녀의 표정도 조금씩 환해지는 것 같았다. 꽃게탕이 끓자 그녀는 맹렬한 식욕을 나타냈다. 사실 게는 남녀가 함께 먹을 음식은 못된다. 내숭이 본능이랄 수 있는 여자들은 남자 앞에서 성욕만큼이나 식욕을 숨기는 족속들 아닌가. 그러나 그녀는 그날 처음 만난 사이, 그것도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던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을 만치 맹렬하고 적나라한 식욕을 드러냈다. 그가 주로 꽃게탕 국물을 떠먹었다면 그녀는 꽃게살을 탐했다. 쪽쪽쪽…`… 손가락과 게 다리 빠는 소리, 등껍질에 붙은 내장과 살을 긁는 소리가 좀 민망해서 그는 여자를 바로 보지 못했다. 그리고 속으로 웃었다. 저 여자가 방금 전까지 죽으려고 바다에 몸을 던진 여자였던가…`…. 집요하게 젓가락으로 마지막 살점까지 집어내던 그녀가, 그가 귀찮아서 대충 살을 발라먹고 상 위에 내려놓은 게 다리와 몸통 조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망설이듯 살풋, 웃었다. 처음으로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았다. 몹시 수줍은 웃음인데도 상대를 무장해제시킬 만큼 강렬한 느낌을 주는 웃음이었다.

“저어, 그거…….”

그는 그제서야 그녀의 웃음을 이해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그가 먹고 난 몇 개의 게 다리와 몸통 조각을 가져갔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아까처럼 게살을 파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 여자, 게에 걸신이 들었나. 게에 환장을 하는 정말 이상한 여자군.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만큼 여자는 게를 깔끔하고 우아하게 먹을 줄 알았다. 오히려 여자가 무척 특별하게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 그가 입 속에서 빨다 버려둔 그것을 여자가 세심하게 빨고 핥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은 참으로 묘했다. 애무를 받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처구니없는 과대망상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3년 전 아내와 이혼한 이후로 그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버렸었다. 그는 그녀 앞에 거대한 한 마리의 꽃게가 되어 있는 자신을 그려보았다.



*



그는 재작년 가을에 왔던 그 섬의 함초밭으로 차를 몰아갔다. 자줏빛이 장관이었던 그곳은 이제 새봄의 들판처럼 푸릇하다. 함초는 봄, 여름엔 파랗다가 가을이 되어야 단풍이 든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곳을 바라보며 담배 두 개비를 태우고 그는 근처에 있는 민박집으로 갔다. 그녀와 함께 묵었던 곳이다. 그새 살이 더 오른 주인여자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꽃게탕을 시켜놓고 소주잔을 홀로 기울이며 유리문 밖의 봄바다를 바라본다. 주인여자가 자작하는 그가 안되었다는 듯이 다가와 술을 쳐준다. 그가 묻는다.

“혹시 이곳 바다에서 실종사고 같은 게 있었나요?”

주인여자가 미간을 모으더니 무릎을 쳤다.

“그러고 보니 지난겨울에 애인 같아 보이는 젊은 남녀가 나란히 신을 벗고 들어가 나오지 않았어요. 실종인지 자살인지…… 아마도 동반자살이었는가 보데. 시신은 못 건졌다고 하데요. 원래 요기 요 앞바다는 밀물이 얼마나 빠르고 무서운가 몰라. 그전서부터 사고가 가끔 났어요. 옛날부터 바지락 캐고 앉았다 간혹 눈 깜짝할 새 휩쓸려 들어간 사람들도 몇 있었거든요.”

그는 말없이 술잔을 입에 털어넣는다.

언젠가 TV에서 바다에 빠져죽은 사람들의 추모제를 뱃전에서 지내며 바다에 국화꽃을 던지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었다. 함께 TV를 보던 그녀가 말했다.

“저 사람들의 몸은 이제 흩어지고 사라졌겠지요? 저렇게 죽어서 무덤이 없는 사람들은 슬플까요?”

“죽은 사람이야 뭘 알겠어? 물고기 밥이 되어 살이 뜯어 먹혀도 죽은 사람은 아무 감각이 없지 않겠어? 산 사람이 슬프겠지. 무덤은 죽은 자의 안식처가 아니라 산 자의 의지처라는 생각이 들어. 끔찍하기로 말할 것 같으면 바다에 버려진 것보다 무덤 속에서 썩는 게 더 못견딜 일일 걸. 수십 년 동안 흙 속에 묻혀 나날이 부패해가는 살을 생각해봐. 송장에서 나온 썩은 물이 구더기를 키우고 나무뿌리를 살찌게 하고…….”

“저어, 그럼 말이죠. 죽은 사람의 살을 뜯어먹은 게나 물고기의 영혼은 어떻게 될까요? 또 그걸 먹는 사람의 영혼은요?”

“글쎄…….”

“누군가를 바다에 묻은 적 있나요?”

“아니…….”

그는 그때 그녀의 눈 밑에 차오르는 물기를 보았다.

1년을 함께 살았지만 그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처음 본 날, 그녀가 왜 바다에 뛰어들었는지에 대해서도. 그녀가 왜 그렇게 게살을 탐하는지도. 그런 건 물어서는 안 될 질문인지도 모른다. 다만 짐작해볼 뿐이다. 그녀는 가슴속에 텅 빈 무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



처음 그녀를 데리고 와서 살기 시작했을 땐 단순한 생각이었다. 딱히 갈 곳도 없는 여자가 가여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여자는 순순히 그의 집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그녀는 그림처럼 조용하게 밥을 짓거나 집안일을 했다. 게다가 그와의 섹스를 한 번도 거절한 적도 없었다. 그럭저럭 곁에 둘 만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손쉬운 섹스상대일 뿐 곁을 주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한 아내와 몇 년 간 살다가 이혼을 했을 때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서울 근교의 월셋집과 여자혐오증이었다. 그녀는 예전의 아내처럼 잔소리가 심하지도 않았고 남들과 연봉을 비교하지도 않았고 사랑이 식었다고 앙탈을 부리지도 않았다. 무욕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녀는 게에 집착할 때를 빼고는 대체로 모노톤의 정물화처럼 편안했다. 말도 별로 없고 그와 눈이 마주치면 살풋, 희미한 웃음을 물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안달이 났다. 그는 점점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자신을 느꼈던 것이다. 끝내 마음을 주지 않는 것 같은 그녀에게 스스로 상처를 입는 건 바로 그였다. 애초에 사랑을 원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새 사랑이 싹을 틔우더니 점점 자라나 그에게 생채기를 냈다. 그녀의 육체를 모조리 장악하고 소유하더라도 바람 같은 한 줌 그녀의 영혼이 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녀를 위해 옷을 사주고 그녀가 좋아하는 걸 먹게 하고 아낌없이 마음을 주어도 늘 무언가가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으로 허전해졌다. 사랑이 일종의 재앙이라면 그것은 집착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에게 그녀도 몇 번인가 경고한 적이 있었다.

“내게 너무 집착하지 말아요. 난 언젠가 떠나버릴지도 몰라요.”

그녀가 떠난 것은 어쩌면 그의 집착이 불러온 재앙인지 모른다. 어느 날 그는 애초부터 달랑 배낭 하나뿐인 그녀의 짐을 몰래 뒤져 한 남자의 사진을 발견하게 됐다. 불같은 증오가 활활 타올랐다. 게장으로 저녁식사를 한 그날, 먼저 식사를 마친 그는 담배를 피우며 오래도록 게를 발라먹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게를 탐하는 그녀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가 식탁으로 가서 불쑥 사진을 내밀었다. 게의 집게발을 빨고 있던 그녀가 흠칫, 놀라면서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두려움과 체념이 섞인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다시 천연덕스럽게 게를 발라먹고 있었다. 그 천연덕스러움이 역겨울 정도로 가증스럽다고 생각된 순간, 이미 그의 팔은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집게발이 툭하고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머리카락이 온통 앞으로 쏠려 그녀의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게 껍질이 모아진 식탁 위로 굵은 눈물방울이 세 방울 떨어지는 걸 그는 보았다.

순간적으로 그는 폭력을 쓴 자신의 손을 놀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서 그녀의 머리를 안아 어루만지며 진정으로 사과했다. 그날 밤, 침대에서 그는 절정에 다다를 무렵, 또 한 번 사진의 남자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입을 꼭 다물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 하고 묻자 그녀의 두 눈에 어느새 눈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왜 그랬는지……. 후회는 항상 늦다. 그는 그녀의 가는 목으로 손을 뻗쳐 그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육체, 그녀의 영혼, 그녀의 생명까지 다 뺏어버리고 싶은 절절한 충동으로 몸이 떨려왔다. 그녀의 가는 목은 두 손 안에 너무도 헐겁게 들어와 참을 수 없이 서글펐다. 그녀는 그를 한없이 공허하고 슬픈 눈으로 쳐다보며 숨을 할딱일 뿐 저항하지 않았다. 그러다 전의를 상실한 듯 그는 갑자기 손을 놓으며 사정해버렸다. 심하게 반항했다면 순간적으로 죽여버렸을지도 몰랐다. 그녀가 눈을 감자 갇혀 있던 눈에서 눈물방울이 떼지어 흘렀다. 그녀가 사라진 것은 그날 새벽이었다.

잠결에 그녀의 가는 흐느낌을 들은 것도 같다. 그리고 그녀의 독백소리도 들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꿈이었을지도.

그 넓은 바다…… 당신, 어디 있는 거예요. 당신의 그 생생한 몸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예요…….



*



그는 낙조가 지고 있는 바다로 나갔다. 그의 손에는 종이상자가 들려 있다. 석양은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날만큼 붉지는 않았다. 마치 노른자처럼 노랬다. 그래서일까 하늘빛은 연분홍이다. 밀물이 밀려오고 있다. 그녀는 죽었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몰랐다. 언제나 확률은 반반이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해버리고 싶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지난겨울에 차가운 바다에서 애인과 죽은 여자는 그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아침녘의 꿈에서 너무너무…`… 추웠어요, 라고 말했다.

그는 상자를 열어 비둘기색 그녀의 구두를 갯벌 위에 꺼내어놓는다. 노을 지는 해변에 가지런히 놓인 구두. 그러자 꿈속의 장면으로, 재작년 가을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의 장면으로, 그 시간 속으로 그가 들어가는 것 같다. 그는 상자 속에서 검은색 가죽 재킷과 모직 코트와 그녀가 남긴 옷가지들을 꺼내 구두 옆에 나란히 늘어놓는다. 마치 방금 전에 그녀가 몸에 걸쳤던 모든 옷가지를 벗고 알몸으로 바다로 뛰어들어간 것 같다.

석양은 아주 조금씩 수평선으로 내려오고, 바닷물도 조금씩 밀려오고 있다. 그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켰다. 불꽃이 튀어나오는 라이터의 금속부분이 날카롭게 빛을 내며 눈을 찔렀다. 해는 넘어갈 듯 넘어갈 듯, 그러나 질긴 목숨처럼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방심한 어느 순간, 순식간에 떨어진다는 걸 그는 알고 있다.

갑자기 물살이 세어진다. 그는 뒷걸음질친다. 밀려오는 물살이 그녀의 옷가지를 건드려 조금씩 흩뜨려놓았다. 물살이 더 거칠게 다가온다. 파도가 그녀의 신발을 앗아가버린다. 물러섰다 또다시 다가온 물살이 그녀의 여름 옷가지를, 가죽 재킷을, 모직 코트를 차례로 물어간다. 그는 밀려오는 물살을 피하며 뒷걸음질치며 그 광경을 낱낱이 보고 있다. 이제 해변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바다로 밀려간 검은 가죽 재킷이 석양빛에 고래등처럼 반짝인다. 다른 옷가지들이 서서히 잠긴다. 그러나 검은 가죽 재킷은 오래도록 바다에 떠 있다. 왜 그 순간 노파의 말이 떠오르는 걸까. 보름날 밤에 그 계집의 자주색 비로드 치마가 물에 봉긋 떠올라 며칠을 바다 위를 떠돌았다네.



*



막배를 타고 그는 외포리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이제 그녀를 바다에 묻었다. 이제는 그녀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꿈도 꾸지 않을 것 같다. 그녀는 없다. 어디에도. 그의 머릿속에도. 추억에도, 기억에도. 이제 텅 비었다. 사랑이란 애초에 그런 것일까. 미친 듯 살을 탐하고 가슴속에 잔해만 남기는 텅 빈 꽃게무덤처럼…`….

아아 오늘밤은 게를 먹고 싶다. 속이 허하다. 간장에 곰삭은 게를 오래도록 파먹고 싶다. 이 입맛을 이기기엔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걸까. 바닷게는 연인의 몸을 먹고 또 한 사람의 연인은 바닷게의 살을 파먹고……. 그는 갑자기 맹렬한 식욕이 돋는 걸 느낀다. 그는 간장게장을 사기 위해 차를 몰아 포구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