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 장 폴 사르트르
벽
우리는 흰 페인트가 칠해진 널찍한 방에 처박혔다. 햇살에 눈이 매우 따끔거렸다.
이윽고 한 테이블 건너에 네 사람의 사내가 보였다.
평복을 입은 시민들로 서류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다른 죄수들은 방 저편에 몰려 있었는데 그리고 가려면 방 한복판을 가로 질러 가야만 했다.
그 죄수들 중에서 몇 사람의 얼굴은 알만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섞여 있었다.
내 앞에 앉은 사람들은 둥근 머리에 금발이었다.
그들은 서로 닮은 데가 있었는데 프랑스 사람 같았다.
그 중에서 어린 사내는 계속 바지를 치며올리고 있었다.
몹시 초조한 모양이었다.
이런 상태가 세 시간쯤 계속되었으므로 나는 머리가 그만 멍멍해졌다.
방 안은 훈훈하여 오히려 아늑한 기분이었다.
24시간 동안이나 줄곧 떨면서 지냈기 때문이었다.
간수들은 죄수를 한 사람씩 테이블 앞으로 끌고 갔다.
그러면 그 네 사람의 사내들은 죄수의 이름과 직업을 묻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때로는 '너는 군수 공장의 동맹파업게 가담했었지?' 또는 '9일 아침에 어디 있었느냐?' 하고 묻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답을 들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아무튼 듣고 있는 기색은 없었다.
그러고선 그들은 말없이 앞을 바라보다가 뭐라고 적어넣는 것이었다.
톰에게는 국제여단에 가담한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는 양복 웃저고리에서 서류가 발각되었으므로 부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후앙에게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가 이름을 대자 그들은 한참 뭐라고 적어넣는 것이었다.
"저의 형 호세가 무정부주의자 올시다."
하고 후앙은 말했다.
"형은 여기 없어요. 그건 잘 아시잖아요. 저는 절대로 정치에 가담한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후앙은 다시 말을 계속했다.
"전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습니다. 남이 저지른 일 때문에 희생을 당한다는 것은 억울한 일입니다."
그는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한 간수가 그의 말을 가로막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네가 파블로 이비에타지?"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서류를 죽 훑어 보았다.
"라몽 그리스는 어디 있어?"
"저는 모릅니다."
"너는 그자를 6일부터 19일까지 네 집에 숨겨 두었지?"
"아니올시다."
그들은 뭐라고 적어 넣었다.
그러자 간수들은 나를 밖으로 데리고 갔다.
복도에서는 톰과 후앙이 두 사람의 간수 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톰이 한 간수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는 겁니까?"
"뭐가?"
"아까 한 건 심문입니까, 판결입니까?"
"판결이지."
"그럼 우리를 어떻게 할 작정인가요?"
간수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감방에 가 있으면 알걸세."
감방은 병원 지하실이었다.
바람이 새어들어와 무척 추웠다.
우리는 지난 밤에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낮이라고 더 나을 것도 없었다.
나는 이 닷새 동안에 대사교관의 골방 속에서 보냈다.
그건 중세기에 지은 일종의 지하감옥이었다.
죄수는 많고 장소는 모자라 아무데고 잡아 넣었던 것이다.
나는 그 골방이 별로 부럽지 않았다.
춥지는 않았지만 혼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있으면 마음이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지하실에는 동료가 있다.
후앙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무섭기도 하고, 또 아직 나이가 어려서 할 말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톰은 수다스럽고 스페인어도 곧잘 했다.
지하실에는 벤치 하나와 짚방석 네 개가 있었다.
우리는 간수들에게 끌려와 벤치에 앉아서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톰이 입을 열었다.
"이젠 볼장 다 봤어."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이 아이에게는 손을 대지 않을 걸세."
하고 나는 말했다.
"죄가 없잖아. 혁명투사의 동생이라는 약점 뿐이야."
하고 톰이 말했다.
나는 후앙을 쳐다보았다.
우리말을 듣고 있지도 않는 것같았다.
톰이 말을 계속했다.
"놈들이 사라고스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길바닥에 눕히고 그 위로 트럭이 지나가게 했다지 뭐야.
다행히 도망쳐 온 어느 모로코 사람이 말해 줬어.
총알을 절약하기 위해 그랬다는 거야."
"그럼 휘발유는 절약 못했군 그래."
나는 톰이 얄미웠다. 그런 얘기는 입밖에 내지 말았어야 했다.
"장교들이 두 손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담배를 피우면서 한길에서 감시를 한다는 거야.
그런데 대번에 처치하는 줄 알아? 천만에, 때로는 한 시간 동안이나 신음하는 걸 그냥 내버려둔다는 거야.
그 모로코인이 그러는데 처음에는 욕이 쏟아져 나올 것 같더라나."
"여기서는 설마 그 따위 짓은 않겠지. 정말 탄약이 떨어지면 몰라도."
햇빛이 네 개의 환기창과 천장 왼쪽에 뚫어 놓은 둥근 구멍을 통해 비쳐왔다.
천장 구멍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보통 때는 그 뚜껑을 닫아 두었다가 석탄을 지하실에 내려 쏟을 때 그 구멍을 이용하던 것으로,
그 밑에는 석탄가루가 가득 쌓여 있었다.
석탄은 이 병원에서 땔감으로 사용했으나, 전쟁이 일어나자 환자를 다른 곳으로 옮겼으므로
그냥 버려둔 모양이었다.
천장 구멍에 뚜껑을 덮는 것을 잊어버리고 갔기 때문에 가끔 비가 들이치기도 했다.
톰은 몸을 덜덜 떨었다.
"제기랄, 몸이 마구 떨리는 군. 또 시작이야."
그는 일어나 체조를 하였다.
몸을 움직일 적마다 셔츠가 펄럭거려 털이 새까맣게 난 가슴팍이 드러나 보였다.
그는 벌렁 드러누워 두 다리를 허공으로 뻗고 가위질을 하듯이 놀렸다.
커다란 엉덩이가 흔들렸다.
톰은 몸이 단단하였으나 지방이 너무 많았다.
나는 버터 덩어리처럼 연한 이 살결에 금새총알이나 칼끝이라도 푹 박힌다면 하고 상상해 보았다.
그것은 말랑깽이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주었다.
나는 춥지는 않았으나 어깨와 팔에 아무 감각도 없었다.
어딘가 허전하여 윗도리를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문득 놈들이 내 윗도리를 돌려주지 않았음을 알았다.
놈들은 우리 옷을 벗겨서 병정에게 주고 셔츠 밖에는 남겨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겨우 삼복더위에 입원 환자가 입는 모시 바지를 주었던 것이다.
이윽고 톰이 다시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내 곁에 와서 앉았다.
"몸이 좀 풀렸어?"
"염병할 것! 뭐가 풀려, 숨만 더 가쁘지 뭐야."
소령 하나가 저녁 여덟 시 무렵에 졸병 두 명을 데리고 들어왔다.
"저 셋은 이름이 뭐야?"
"스타인보크와 이비에타, 그리고 미루벌입니다."
소령은 코안경을 쓰고 명부를 들여다 보았다.
"스타인보크라....스타인보프.... 아 여기 있군. 넌 사형이야! 내일 아침에 총살이다."
소령은 다시 명부를 들여다보고 말했다.
"다른 두 명도 마찬가지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전 아니올시다."
하고 후앙이 말했다.
소령은 놀라는 얼굴을 하고 후앙을 쳐다보았다.
"이름이 뭐냐?"
"여기 분명히 적혀 있어. 너도 사형이다."
"전 아무 것도 한 게 없습니다."
소령은 어깨를 으쓱 치켜올리더니 톰과 나를 향해 돌아섰다.
"너희들은 바스크 사람이지?"
"바스크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는 의아스러운 눈치였다.
"분명히 바스크 사람이 세 명 있다던데, 그러나 놈들을 찾느라고 시간을 허비할 건 없지.
물론 신부를 부를 필요도 없을테고."
우리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베르기 의사가 곧 올거야. 너희들과 하룻밤 함께 보내도록 허가를 받았으니까."
그는 거수 경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뭐랬어? 흉악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야."
톰이 말했다.
"그래. 이 아이한테 무슨 짓들을 하려는 거야!"
나는 정의감에서 이렇게 말했지만 소년은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연약해 보이는 그는 공포와 고뇌로 인해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과 코가 뒤틀려 있었다.
사흘 전만 하더라도 귀엽게 보이던 아이라 호감을 가질만도 하였지만, 지금은 늙은 호색한처럼 되어버렸다.
소년은 설사 이곳에서 석방되더라고 젊음을 되찾을 것 같지도 않았다.
좀 가엾게 여겨줄만도 했지만 나는 본래 남을 동정하는 것이 싫었다.
그 소년은 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얼굴도 손도 잿빛으로 변해버렸다.
소년은 다시 그 둥근 눈으로 방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톰은 서글서글한 성미라 소녀의 팔을 잡아 주려고 하였으나,
그 소년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몸을 뿌리쳐 버렸다.
"내버려 두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지 않은가."
하고 나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톰은 마지못해 손을 놓았다.
그는 소년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처한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자네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있나?"
하고 그는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는 팔월초 이후로 여섯사람이나 죽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인식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나도 아직은 죽음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그같은 상황을 자문해 보기도 하고, 우박처럼 쏟아지는 시뻘건 총탄이
내 육체를 뚫고 지나가는 모습을 그려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모두 실제가 아니었으므로 나는 태평이었다.
하룻밤 내내 생각해 볼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톰이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를 흘깃 쳐다보니 역시 온몸이 잿빛이 되어 보기에 흉했다.
이젠 때가 되었나 보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날이 어두워져서 환기창을 통과한 희미한 햇빛이 스며들어,
석탄더미가 하늘 아래 커다란 그림자를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천장 구멍으로는 어느 새 별이 하나 보였다.
맑고 추운 밤이 찾아올 것 같았다.
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의 간수가 들어오고, 그 뒤를 따라 회색 제복을 입은 금발의 사내가 들어섰다.
그는 우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의사입니다. 이 괴로운 처지에 있는 여러분들을 도와 드리려고 찾아왔어요."
부드럽고 품위있는 목소리였다.
나는 의사에게 물었다.
"뭘 하시려는 거요?"
"무엇이든지 도와 드리죠.
앞으로 남은 몇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괴로움을 덜어 드릴 수 있도록 힘써 보겠습니다."
"왜 하필 당신이 우리한테 온 거요, 병원은 만원이 아니오?"
"내가 파견된 것입니다."
의사는 애매하게 대답했다.
"참, 담배를 피우고 싶겠군요."
그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궐련이 있어요, 그리고 여송연도 있구요."
그는 영국 담배와 스페인 여송연을 꺼내 주었다.
우리는 거절했다.
내가 그의 눈을 쏘아보자 그는 거북한 모양이었다. 나는 말했다.
"당신은 동정심에서 우리를 찾아온 건 아니오.
나는 당신을 알고 있소. 내가 잡히던 날에 당신이 마당에서 파시스트와 함께 있는 걸 보았소."
나는 말을 더 계속하려고 하였느나 뜻밖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 의사의 존재에 대해 갑자기 무관심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여느 때에는 남들과 마주 대하면 가만히 있는 성미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얘기할 마음이 전혀 내키지 않았다.
나는 그만 어깨를 움찔하고 외면해 버렸다.
얼마 후에 고개를 돌렸더니, 그는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 보았다.
간수들은 짚방석에 앉아 있었다.
키가 크고 수척한 페드로는 두 손의 엄지손가락을 돌리고 있고,
또 한 사람은 잠을 쫓기 위해 가끔 머리를 흔들었다.
"불을 켤까요?"
페드로가 불쑥 의사에게 물었다.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장승처럼 둔해 보였으나, 그다지 심술궂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싸늘한 푸른 눈을 보니 상상력이 모자라는 것이 흠인 것처럼 보였다.
페드로는 밖에 나가 등잔을 들고 들어와서 밴치 한쪽에 놓았다.
불빛이 희미했으나 없는 것보다는 나 았다.
어젯밤에는 어둠 속에 우리를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나는 한동안 등잔이 천장에 그리는 원광을 바라보았다.
그 원광에 홀린 느낌이었다.
그러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원광은 사라지고 나는 어떤 육중한 압박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상념도 두려움도 아니었다.
영문 모를 그 무엇이었다.
뺨이 화끈거리고 머릿속이 지끈거렸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의 동료를 바라보았다.
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어 살찐 흰 목덜미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후앙은 더욱 맥이 풀려 있었다.
그는 입을 떡 벌리고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의사는 소년의 옆에 가서 위로하듯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러나 의사의 눈은 쌀쌀했다.
이윽고 그 베르기 의사의 손은 후앙의 팔을 따라 손목까지 죽 만져보는 것이었다.
후앙은 관심이 없다는 듯 의사가 하는대로 내버려 두었다.
의사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세 손가락으로 소년의 손목을 잡고 약간 물러서면서 등을 돌렸다.
나는 몸을 뒤로 젖혔다.
의사는 소년의 손목을 잡고, 회중 시계를 꺼내어 들여다 보았다.
이윽고 그는 소년의 힘없는 손목을 놓고 벽에 기대어서서,
당장에 기록해 두어야 할 중대한 일이라도 생각난 듯이, 호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서너 줄 써 넣었다.
나는 화가 치밀었다.
만약 내 맥을 짚으로 오기만 하면 따귀를 갈겨 줄 것이라고 단단히 별렀다.
의사는 오지 않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고 마주 쏘아보았다.
그는 덤덤히 말을 걸었다.
"여기 있으면 몸이 떨리지 않소?"
그는 추운 모양이었다.
얼굴이 푸르죽죽 했다.
"춥지 않아요."
하고 나는 대답했다.
의사는 여전히 쌀쌀한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얼른 눈치를 채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땀이 흘려내리고 있었다.
겨울 바람이 불어 오는 이 지하실에서 땀을 흘리다니.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쓰다듬어 보았더니 역시 땀이 축축했다.
셔츠에도 땀이 배어 살결에 끈적거렸다.
나는 한 시간 전부터 땀을 흘리고 있었는데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베르기 의사놈은 그것을 잘 관찰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내 뺨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공포에 사로잡힌 현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자기는 추위를 느끼고 있으므로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나는 따귀를 후려갈기고 싶었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자 어느 새 수치심과 분노는 사라지고 감각을 잃은 채 벤치에 쓰러졌다.
나는 손수건으로 목을 닦았다.
이번에는 땀이 머리칼에서 목덜미로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곧 땀 씻기를 그만두었다.
씻어도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손수건은 벌써 짜낼 정도로 축축했으나 땀은 여전히 흘러내렸다.
엉덩이에서도 땀이 나서 젖은 바지가 벤치에 마구 들러붙었다.
후앙이 문득 입을 열었다.
"당신은 의사죠?"
"그렇고."
"죽을 때 고통이.... 오래 계속되나요?"
"뭘요.... 그렇지 않아요."
베르기인은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곧 끝나버려요."
그는 마치 진찰을 받으러 온 화자를 안심시키려는 듯 한 태도였다.
"그런데 누가 그러는데요.... 두 번 쏘아야 할 경우도 간혹 있다지요."
"더러 있지요."
하고 의사는 고개를 흔들며 계속했다.
"처음 쏜 것이 급소에 맞지 않는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총알을 재어 다시 쏘나요?"
소년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 동안이 꽤 거리겠군요."
그는 고통을 겪는 것이 몹시 두려운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그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땀이 나는 것은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석탄 가루가 쌓여 있는 곳으로 갔다.
톰은 나를 쏘아 보았다.
내 구두 소리가 귀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내 얼굴도 이 소년처럼 잿빛이 되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도 땀을 흘리고 있었다.
밤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그러나 이 어두운 구석에는 한 줄기의 빛도 스며들지 않았다.
북두칠성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보였다.
나는 그저께 대사교관의 지하실 감옥에서 큼직한 하늘 한 귀퉁이를 쳐다볼 수 있었다.
그 때는 매 시간 색다른 추억에 젖곤 했었다.
아침 나절 하늘이 푸르고 맑게 보일 때는 대서양 바닷가의 모래사장이 생각났으며,
한낮에는 고너리와 올리브를 먹으면서 마티니를 마시던 시벨기아의 바가 생각났다.
그리고 오후에 그늘이 지나면 투우장의 한 쪽은 햇빛에 반짝이고
다른 쪽에는 짙은 그늘이 번져가고 있던 일이 생각났다.
이처럼 지상의 모든 것이 하늘에 되비치는 것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쳐다보아도 하늘은 아무런 추억도 가져다 주지 못했다.
그 편이 오히려 나을성 싶었다.
나는 톰의 곁에 가서 앉았다.
한참 시간이 흘렀다.
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견딜 수 없으리라.
그는 나한테 얘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나를 쳐다보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는 이렇게 잿빛이 되어 땀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바라보기가 무서웠을 것이다.
그도 같은 꼴이었다.
서로 마주 대하면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이상으로 미웠던 것이다.
톰은 살아 남을 베르기 의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네는 알겠나? 나는 알 수 없네."
나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베르기 의사를 노려보았다.
"뭘 말인가? 뭘 안다는 것인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텐데, 나는 무슨 까닭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네."
톰의 주위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풍겨왔다.
여느 때보다도 코가 예민해진 모양이었다.
나는 조롱하듯이 말했다.
"곧 알게 될 걸세."
"아무래도 석연치 않네."
그는 집요하게 말을 이끌었다.
"용기를 내고 싶지만, 우선 알기라도 해야지....
자, 들어 보게. 우리를 뜰안에 끌어 내겠지. 그리고는 우리 앞에 놈들이 죽 늘어설 거야. 몇 놈이나 될까?"
"난들 어떻게 아나? 아마 다섯 명내지 여덟 명즘 되겠지. 그 이상은 아닐 걸세."
"좋네. 그럼 여덟 명이라고 치세."
"그들은 '겨누어 총!' 하는 호령이 내려지면 여덟 정의 소총이 우리를 향해 겨냥을 할 테지.
나는 아마 벽 속이라도 들어가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걸세.
그래서 힘껏 벽을 밀겠지. 벽은 꼼짝도 하지 않을 거야.
무서운 꿈속에서처럼. 그런 것 쯤은 상상할 수가 있네. 내가 얼마나 확실히 상상하고 있는지 아나?"
"그건 나도 상상할 수 있네."
"굉장히 아플 거야. 놈들은 우리의 얼굴을 결단내려고 눈과 입을 겨눠소 쏠 거야."
그는 심술궂게 말을 계속했다.
"난 벌써 상처가 난 것 같네. 한 시감 전부터 머리와 목이 아프단 말이야.
정말로 아픈 건 아닐세. 그렇지만 아픈 것보다 더 심한 고통이라네.
내일 아침에 당할 고통 말이네. 그런데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눈치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내게도 온몸에 무수한 작은 생채기처럼 고통이 배어 있었다.
그것은 달랠 수도 없는 고통이었고 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다음에는 죽어버리는 거야."
나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는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면서도 베르기 의사를 여전히 바라보고 있었다.
의사는 그의 말을 귀밖으로 흘러 보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자가 이곳에 무엇하러 왔는지 알고 있었다.
그에게는 우리가 갖고 있는 관심 따위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는 신음하는 우리의 몸뚱이를 보러 온 것이다.
"마치 악몽과도 같군."
톰이 말했다.
"난 죽음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려고 하네.
그리하여 곧 알 수 있다는 기분이 들다가도 그것이 스르르 빠져 나가 이내 사라져 버린다 말이야.
죽은 뒤에는 아무 것도 없으려니 하고 생각해 보는데, 고통과 총알과 총소리를 다시 생각하게 되네.
또 하나 이상한 점이 있네.
나는 내 시체를 볼 수 있단 말이야.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네.
나는 눈으로 그 시체를 보네.
형체는.... 아무 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고 이 세상은 다른 인간들을 위해 계속되어 간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쳐야 해.
그러나 파블로, 인간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어 있지 않네. 이건 사실이야.
나도 전에 무엇인가 기대하면서 하룻밤을 꼬박 새운 적이 있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네.
등뒤에서 갑자기 닥쳐오는 일이야, 우리는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갖출 수가 없네."
"그 정도로 해두게. 고해성사라도 할 수 있도록 신부라고 불러올까?"
하고 내가 말했다.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예어자인 체하면서 나를 한결같은 목소리로 파블로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것이 못마땅했다.
그러나 아일랜드 사람은 모두가 그런 모양이었다.
나는 그에게서 어쩐지 지린내가 풍겨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아무튼 톰에 대해서는 호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와 함께 죽을 처지에 있다고 해서, 그에게 호감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사정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가령 라몽 그리스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나는 톰과 후앙의 사이에 끼어 고독하기만 했다.
차라리 그 편이 나았다.
라몽과 함께 있으면 괜히 친근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지금 무서우리 만큼 냉혹하고 그래고 냉혹으로 일관하고 싶었다.
톰은 여전히 넋을 잃고 중얼대었다.
생각을 쫓으려고 입을 놀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마치 전립선염에 걸린 늙은이처럼 몸에서 지린내가 확 풍겨왔다.
나도 물론 생각은 그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가 하는 말이 내 입에서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죽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못된다.
죽음을 눈앞에 놓고 보니 저 삭탄더미도, 이 벤치도, 페드로의 더러운 얼굴도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톰과 마참가지 생각을 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나는 5분쯤 사이를 두고 밤새도록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땀을 흘리면서 두려워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곁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얼굴에는 죽음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자존심이 상했다.
나는 24시간 동안 톰의 곁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말을 걸고 하면서도
그와 나 사이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함께 죽는다는 이유로 톰은 내 손을 잡았다.
"파블로, 정말 인간은 완전히 빈손으로 돌아갈까?"
나는 손을 빼면서 말했다.
"자네 발밑에는 오줌이 고여 있고, 바지에서도 오줌이 뚝뚝 떨이지고 있네."
"그럴 리가 있나."
그는 역정을 냈다.
"오줌을 싸다니!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데...."
의사가 다가와서 친절하게 물었다.
"괴로운가요?"
톰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의사는 묵묵히 오줌이 고인 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어요. 그러나 무섭진 않아요. 네, 결단코 무섭진 않아요."
톰은 거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의사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톰은 일어나 한쪽 구석으로 오줌을 누러 갔다.
그는 바지 단추를 끼우면서 돌아와 벤치에 앉아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의사는 수첩에 뭔가를 적어 넣었다.
우리는 셋이서 의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으레 그렇듯이, 이 지하실에서 떨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선량하고 혈색이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의 몸뚱아리조차 느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아무튼 그 사람처럼 느낄 수는 없었다.
나는 바지가랑이를 만져보고 싶었느나, 용기가 나지 않아 단지 베르기인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두 다리를 꾸부정하게 딛고 서서 자신의 육체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며,
내일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피가 돌지 않는 세 그림자와 비슷했다.
우리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흡혈귀처럼 그의 생명을 빨고 있었다.
그는 후앙에게 다가갔다.
어떤 직업적인 목적에서 그의 목덜미에서 손이라도 얹으려는가?
아니면 가엾은 생각에서 그러는 것일까?
만일 동정심에서 나온 행동이라면, 그것은 하룻밤 사이에 오직 한 번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는 후앙의 머리와 목을 쓰다듬었다.
소년은 의사를 빤히 쳐다보면서 그가 하는대로 몸을 내맡기고 있더니,
문득 그의 손을 붙잡고 이상한 눈으로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의사의 두 손도 결코 아름답지는 못했다.
나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었다.
톰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는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아버지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잠시 후에 소년은 의사의 손을 물어 뜯으려고 하였다.
의사는 황급히 몸을 뿌리치고 비틀거리면서 벽까지 물러섰다.
그러나 그는 겁이 나는 얼굴을 하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우리가 자기와 같은 인간이 아님을 문득 깨달은 모양이었다.
나는 깔깔 웃었다.
간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또 다른 간수는 눈을 뜬 채 잠들어 있었다.
나는 피로와 흥분을 느꼈다.
새벽에 닥칠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부질없는 일이었고, 그런 생각을 해 본들 허전함만 더 느낄 따름이었다.
그래서 다른 일을 생각하려고 하자, 내게 겨눠진 총구멍이 눈에 떠올랐다.
나는 스무 번이나 연이어 처형을 당한 기분이었다.
한 번은 정말 사형을 당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아마 한동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놈들은 나를 벽으로 끌고 갔다.
나는 몸부림을 치면서 용서를 밀었다.
그때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뜨고 의사를 바라보았다.
자는 동안에 헛소리나 히지 않았나 해서 걱정이 되었다.
의사는 수염을 쓰다듬고 있을 뿐, 눈치를 채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자려고만 하면 잠시 잘 수도 있을 것 같았다.
48시간 동안이나 눈 한 번 붙여 보지 못해 기진맥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 남아 있는 두 시간의 여생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잠들면 놈들은 새벽녘에 와서 나를 두들겨 깨울 것이다.
그러면 나는 졸리운 얼굴을 하고 놈들의 뒤를 따라가서 영락없이 쓰러져 버릴 것이다.
그건 질색이다.
나는 동물처럼 죽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악몽에 시달리는 것이 싫었다.
나는 일어나 돌아다녔다.
그리고 기분 전환을 위해 내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추억이 뒤죽박죽되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름다운 추억도 있고 흉칙한 추억도 있다.
아니 적어도 전에 나는 그렇게 말해 왔다.
거기에는 사람의 얼굴도 있고, 여러 가지 사건들도 있었다.
축제일에 발렌시아에서 투우의 뿔에 쓰러진 소년 투우사의 얼굴이며,
백부의 얼굴, 라몽 등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여러 가지 사건도 회상되었다.
그해 석 달 동안 직장을 잃었던 일이며, 굶어서 죽을 뻔한 일 등.
그라나다에서 밤을 밝히던 일도 생각났다.
사흘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였다.
나는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도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을 생각하니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얼마나 행복과 여자와 자유를 갈망하였던가!
나는 스페인을 해방시키고 싶었다.
나는 피 이 마르갈에 심취하여 무정부주의 운동에 가담해서 군중대회에 나가 연설을 했다.
나는 마치 영원한 생명이라도 가진 자처럼, 모든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자신의 일생을 눈앞에 삼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이건 새빨간 거짓이다.' 하고 생각했다.
내 생애는 이미 끝장이 났으니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다.
내가 여자들과 어떻게 놀러 다니기도 하고 희롱하기도 했던가를 생각해 보았다.
미리부터 이렇게 죽을 줄 알았더라면 나는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일생이 붙잡아맨 자루속에 들어가 눈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모두가 마완성품들이었다.
나는 한동안 내 인생을 비판해 보려고 했다.
아름다운 일생이었다고 스스로 타일러 보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뭐라고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것은 미완성품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영원을 위한 수표를 끊으면서 일생을 보내 왔다.
그러나 나는 아무 것도 몰랐다.
이제는 아무 미련도 없다.
하긴 미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산더미 같이 있기는 있다.
망사리니아의 맛과 여름 카딕스 근처의 바닷물에서 즐기던 해수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그 모든 매력을 앗아 가버린 것이다.
의사는 엉뚱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유언이나 유물을 전해 드리겠어요.
군사정부의 승인만 있다면...."
그러자 톰이 퉁명스럽게 말하였다.
"내게는 아무 것도 없소."
나는 잠자코 있었다.
톰은 나를 이상스러운 눈으로 쳐다 보았다.
"콘차에게 전할 말이라도 없나?"
"없네."
나는 제법 친한 사이라도 되는 체하는 그의 태도가 못마땅했다.
어젯밤 그에게 콘차의 얘기를 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런 얘기는 참고 하지 말았어야 했다.
콘차와는 1년 동안 함께 지냈다.
나는 어제까지만 해도, 그 여자와 1분 동안이나마 만날 수 있다면
팔 하나쯤 도끼로 잘리더라도 무방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얘기를 그에게 하였던 것이다.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만나고 싶지도 않고 또 전할 말도 없었다.
팔로 껴안고 싶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온몸이 잿빛이 되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내 꼬락서니가 너무나 끔찍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여자의 육체를 보아도 역시 무서운 생각이 들 것 같았다.
내가 죽었다는 소문을 들으면 그녀는 울부짖을 것이다.
몇 달 동안은 살고 싶은 의욕조차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죽는 건 여기 있는 나 자신이다.
나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눈을 생각해 보았다.
나를 지그시 바라볼 때면, 그 무엇이 내 속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끝장이 난 것이다.
아마 그녀가 느를 보려고 하여도 시선이 얼어붙어 내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고독하다.
톰도 고독하지만 사정이 나와는 다르다.
그는 말 탄 자세로 걸터앉아서 씁쓸하게 웃으면서 벤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쩑지 미심쩍은 모양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나무를 조심스레 만져보았다.
마치 무엇을 망가뜨리는 것이 두렵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다가 얼른 손을 떼고 부르르 떨었다.
내가 만약 톰이라면 그런 장난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도 아일랜드인의 수작임이 분명했다.
그너나 나에게도 모든 물건이 이상하게 보이기는 했다.
물건들은 여느 때보다 형태가 분명치 않고 밀도도 엷은 것 같았다.
벤치나 등불이나 석탄더미를 보기만 해도 내가 곧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물론 죽음을 분명히 목결할 수는 없지만, 내가 죽는다는 것은 모든 사물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죽어가는 환자의 머리맡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처럼,
물건들이 뒤로 물러나 멀리 얌전히 서 있는 꼴을 보더라도 죽음을 알 수가 있었다.
아까 톰이 벤치에서 만진 것은 실상 제 자신의 죽음이었던 것이다.
아마 나는 현재와 같은 상태로는 설사 목숨을 살려 집으로 돌려보내준다고 하더라도 나는 냉담했을 것이다.
영원히 살 수 있다는 환상이 무너진 이상, 몇 시간을 더 살든 몇 해를 더 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애착을 느끼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을뿐더러 어느 의미에서는 차라리 마음이 평온했다.
그러나 내 육체를 생각해 보면 그것은 무서운 평온이었다.
나는 그런 육체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다.
그러나 이미 그것은 나 자신은 아니었다.
육체는 혼자서 땀을 흘리고, 혼자서 부들부들 떨었다.
나로서는 이미 알 수 없는 육체일뿐 그것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미치 남의 육체나 되는 것처럼 만져보고, 바라보아야 했다.
나는 때때로 몸에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급히 아래로 나는 비행기를 탔을 때처럼 미끄러져 내리고 떨어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심장의 고동 소리도 들려왔다.
그러나 역시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은 육체에서 느끼는 모든 것이 이상하고 애매했다.
대체로 육체는 묵묵히 얌전을 빼고 있었다.
나는 나를 누르는 중압감 밖에는 느끼지 못했다.
마치 어떤 커다란 벌레라도 붙어 있는성 싶었다.
그리고 바지에 손을 대어보니 축축했다.
땀에 젖었는지 오줌에 젖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조심스레 석탄 더미로 오줌을 누러 갔다.
의사는 시계를 꺼내 보았다.
"세 시 반이군."
죽일 놈 같으니! 놈은 일부러 그런 말을 뇌까린 것이 분명했다.
톰이 벌떡 일어났다.
우리는 아직도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던 것이다.
밤은 어두운 덩어리처럼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다.
밤이 언제 찾아왔는지 그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후앙이 울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는 두 손을 비비면서 애원하듯 큰 소리로 말하였다.
"죽기 싫어! 죽기 싫어!"
그는 팔을 치켜들고 지하실로 뛰어다니다가 짚방석 위에 쓰러져 흐느껴 울었다.
톰은 침울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 이제는 위로할 생각도 없었다.
그는 마치 고열의 힘으로 병마와 싸우는 환자나 다름이 없었다.
그 열도 없게 되면 훨씰 위독할 것이다.
그는 울고 있었다.
자기 자신이 가엾은 생각이 든 것이다.
그는 죽음 자체를 생각하고 있는게 아니다.
나 역시 한때나마 나 자신을 가엾게 생각하여 울고 싶었다.
그런데 실제는 그와 반대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소년을 힐끗 바라보니 울며 들먹이는 작은 어깨가 눈에 띄었다.
나는 갑자기 냉혹해졌다.
나는 타인은 물론 나 자신도 가엾게 여길 수가 없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깨끗이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톰은 자리에서 일어나 둥근 천장 아래로 가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의사가 시간을 알려준 이후로는 시간이 한 방울 한 방울 흘러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직 어둠컴컴하였다.
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려!"
"응!"
놈들이 뜰안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뭣하러 왔을까? 설마 어두움 데서 총은 쏘지 못할 텐데."
이윽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나는 톰에게 말했다.
"먼동이 트네."
페드로가 하품을 하면서 일어나 등불을 끄고 동료 간수에게 말했다.
"추위가 지독하군."
지하실에 희미한 빛이 비치고, 멀리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시작이군."
하고 나는 톰에게 말했다.
"뒤 뜰에서 해치우나 보네."
톰은 의사에게 담배를 한 대 달라고 했다.
나는 담배 생각도 없었다.
술도 마시고 싶지 않았다.
놈들은 그때부터 계속해서 총을 쏘아댔다.
"알겠나!"
톰이 말했다.
그는 다시 말을 계속하려다가 입을 다물고 문쪽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문이 열리더니, 중위가 네명의 졸병을 거느리고 들어왔다.
톰은 담배를 떨어뜨렸다.
"스타인 보크가 누구인가?"
톰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페드로가 그를 가리켰다.
"후앙 미르발은?"
"짚방석에 앉아 있는 놈입니다."
"일어서!"
후앙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병정이 소년의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어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손을 빼자 곧 쓰러져 버렸다.
병정들은 망설였다.
"이렇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놈은 처음 보겠다.
둘이서 들고 가. 현장에서 적당히 처리할 테니까."
중위는 톰을 향해 말했다.
"어서 가!"
톰은 두 병정 틈에 끼어 나갔다.
그 뒤를 다른 두 병정이 소년의 겨드랑이와 넓적다리를 들고 따라 나섰다.
소년은 기절한 것은 아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뺨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도 따라 나서려고 하는데 중위가 길을 가로막았다.
"네가 이비에타지?"
"네."
"넌 여기서 기다려! 나중에 부르러 올 테니까."
모두들 밖으로 나갔다.
의사와 두 사람의 간수도 나가고 혼자만 남게 되었다.
나는 곡절을 알 수가 없었다.
빨리 당했으면 싶었다.
거의 같은 간격을 두고 총질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번번이 몸소리를 쳤다.
고함을 치고 머리칼을 쥐어뜯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를 악물고 호주머니 속에 두 손을 넣고 있었다.
끝까지 깨끗이 감당하고 싶었다.
한 시간쯤 지나서 나를 데리러 왔다.
나는 여송연 냄새가 나는 어느 2층 방으로 끌려갔다.
방안은 무더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두 사람의 장교가 안락의자에 앉아서 무릎 위에 서류를 올려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비에타지?"
"네."
"라몽 그리스는 어디 있나?"
"모르겠습니다."
키가 작달막하고 뚱뚱한 사내가 나를 심문했다.
그는 코 안경을 쓰고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이리 와!"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땅속으로 쳐넣기라도 하려는 듯이 사납게 노려보면서 힘껏 팔뚝을 움켜 쥐었다.
나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위협하려는 연극이었다.
그리고는 내 얼굴에 구린 입김을 내뿜었다.
우리는 한 동안 그냥 가만히 있었다.
나는 차라리 웃고 싶었다.
죽게된 인간을 제압하기에는 그런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건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는 나를 와락 떠밀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지금 네가 죽느냐, 그놈이 죽느냐 하는 판이란 말이야.
그놈이 있는 곳만 알려 주면 네 목숨은 살려 줄 테다."
회초리를 순에 들고 장화를 신은 얼굴이 번드레한 두 사내도 역시 나중에는 죽어야 하는 인간이다.
나보다 좀 늦게 죽을지는 몰라도 그다지 오랜 뒤의 일은 아니다.
놈들이 하는 짓이라고는 서류를 뒤적이면서 명단을 찾느라고 애쓰며,
다른 사람을 못살게 굴어 감옥에 가두거나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자기 딴에는 스페인의 장래에 대해서나 그밖의 다른 문제에 대하여 제나름의 견해를 갖고 있었다.
놈들의 자질구레한 행동을 보내 내 눈에는 불쾌하고 우습기 짝이 없었다.
미친 놈으로 보인 뿐이었다.
그 뚱뚱한 사내는 자기 장화를 채찍으로 때리면서 나를 여전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일부러 민첩하고 사나운 야수와 같은 태도를 취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어때, 바른대로 말해봐!"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나는 그가 마드리드에 있는 줄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장교는 피로한 듯 핏기 없는 손을 쳐들었다.
그런데 이 피로한 듯한 태도를 해 보이는 것도 역시 까닭이 있는 것이었다.
나는 놈의 수작을 간파할 수 있었다.
그런 짓을 재미있어 하는 인간이 있다니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었다.
"15분 동안 여유를 줄 테니 잘 생각해 봐."
하고 그는 천천히 말했다.
"이 자를 피복창고에 처넣었다가 15분 후에 다시 끌고와. 끝까지 부인하면 당장에 처치할 테다."
놈들은 연극을 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하룻밤을 새웠다.
그런데 놈들은 톰과 후앙을 총살하는 동안에 나를 한 시간이나 지하실에서 더 기다리게 했다가
이번에는 피복창고 속에 가두는 것이다.
아마 미리 짜 놓은 짓이 분명했다.
놈들은 인간이란 나약한 것이므로 타협하게 마련이라고 생각해 나를 그 지경에 몰아넣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판단이었다.
나는 피복창고에 끌려가자 피로에 못이겨 의자에 앉아서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놈들이 제안한 것에 관해서는 아니었다.
나는 물론 그리스가 있는 곳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곳 이내에서 4킬로 쯤 떨어진 사촌의 집에 숨어 있는 것이다.
나는 고문을 당하지 않는 한 그가 숨어 있는 곳을 대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것은 이미 마음속에 결정하고 있었으므로 더 생각해 볼 여지도 없었다.
다만 나는 내가 뭣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나는 놈들에게 그리스를 넘겨 주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그럴까?
나는 이미 그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에 대한 우정은 날이 밝기 얼마 전에 콘차에 대한 사랑과 삶의 애착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물론 아직도 그를 존경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내가 그 대신 죽으려는 것으 그 때문은 아니었다.
그의 목숨이 내 목숨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는 어떤 사람의 목숨도 가치가 없다.
한 인간을 벽에 세워 놓고, 그가 죽을 때까지 총을 쏘아댄다.
그것이 나든, 혹은 그리스이든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가 스페인을 위해 나보다 훨씬 유익한 인간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는 스페인도 무정부주의도 안중에 없다.
이제는 모든 것이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다.
나는 아직 여기에 살아 있다.
그리고 그리스를 놈들에게 넘겨주기만 하면 살아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거절하고 있다.
이것은 우스꽝스런 하나의 고집에 불과했다.
나는 왜 이럴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까닭 모를 유쾌한 기분에 쌓이는 것이었다.
놈들은 나를 두 명의 장교 앞으로 끌고 갔다.
그때 발밑에서 쥐가 한 마리 튀어나왔다.
나는 그게 재미있어 병정에게 말했다.
"쥐 봤어요?"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우울한 얼굴을 하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웃고 싶었으나 한 번 웃으면 좀처럼 그칠 수 없을 것 같아서 참기로 하였다.
그 병정은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나는 다시 말을 건넸다.
"그 수염을 깎아버리는게 어때요?"
털투성이가 된 얼굴을 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우습게 보였다.
그는 나를 슬그머니 걷어찼다.
나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어때, 생각해 봤어?"
뚱뚱한 장교가 물었다.
나는 신기한 곤충이라도 바라보듯이 의아한 눈으로 장교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네, 그 사람 숨은 데를 알고 있어요.
무덤 속이 아니면 무덤 파는 인부의 오두막에 숨어 있어요."
나는 놈들을 골려 주려고 하였다.
놈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분주히 서두는 꼴을 보고 싶었다.
과연 놈들은 벌떡 일어났다.
"좋아, 모레스. 로페스 중위한테 가서 병사 15명을 보내라고 해."
이어서 그 뚱뚱한 장교는 나한테 말했다.
"네가 사실대로 말했다면 약속을 지키지만, 거짓말을 했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해."
나는 병정들의 감시를 받으면서 조용히 기다렸다.
놈들이 잠시 후에 어떤 낯짝을 하고 돌아올까 하고 생각해 보니 절로 웃음이 터졌다.
머리가 멍청해지고 짖궂은 사람이 된 것같았다.
나는 놈들이 묘석을 들어내고 무덤의 문을 일일이 열어보는 꼴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나는 마치 자기 자신이 딴 인간이라도 된 것처럼 현재의 처지를 생각해 보았다.
영웅이라도 되는 듯이 버티고 있는 포로, 심각한 얼굴에 콧수염을 기른 국민당원,
무덤 사이를 뛰어 다니는 병정들, 모두가 배꼽을 잡을 지경이었다.
삼십분쯤 지나서 뚱뚱한 장교가 돌아왔다.
나를 총살하라는 명령을 내리러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
다른 놈들은 아직 묘지에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장교는 나를 바라보았다.
휘청거리는 기미는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이 자를 다른 놈들과 함께 큰 마당으로 끌고 가!
전쟁이 끝나면 정식으로 재판을 열어 죄상을 판결할 테니까."
나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럼, 나는 총살하지 않습니까?"
"어쨌든 지금은 총살 안해. 나중 일은 난 몰라."
나는 여전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대체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
그는 대답 대신 어깨를 치켜올렸다.
병정들이 나를 데리고 갔다.
큰 마당에는 포로가 100명쯤 모여 있었다.
여자도 있고, 아이도 있고, 노인도 몇 사람 보였다.
나는 한복판의 잔디밭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머리가 얼떨떨했다.
열 두시가 되자 식당에서 점심이 나왔다.
몇몇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아는 사람 같았으나 나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나는 자기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
저녁 때 새로 포로를 열 명쯤 끌고 왔다.
그 가운데는 빵가게를 하는 가르시아가 보였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자넨 운이 좋군. 자네가 살아 있어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
"놈들이 날 총살한다고 하더니 생각이 달라진 모양이네. 무슨 영문인지 나도 모르겠어."
"난 두 시에 붙잡혔네."
"왜?"
가르시아는 정치에 관계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알아? 놈들이 저희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모조리 잡아들이는 판이니까."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리스가 죽었다네."
나는 온몸이 떨려 왔다.
"언제."
"오늘 아침. 그 자도 어리석은 짓을 했지 뭔가.
화요일에 사촌과 언쟁을 하고 집을 나온게 탈이었네.
숨겨 줄 사람이 얼마든지 있지만 남의 신세를 지기가 싫다는 거야....
이비에타의 집에 가서 숨어 있어도 좋겠지만 놈들에게 잡혀 갔으니, 묘지에나 가서 숨겠다고 하더니 그만...."
"뭐, 묘지에?"
"그래, 그게 화근이었네. 놈들은 오늘 아침에 그리로 몰려갔지 뭔가,
그러니 잡힐밖에. 놈들은 묘지 인부들의 오두막에서 그를 발견하게 된 걸세.
그래 그 자리에서 쏘아 죽였다네."
"묘지에서...."
나는 사방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제정신이 들어서 보니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나는 눈물이 나도록 웃고 또 웃었다.
■ 장 폴 사르트르(1905-1980)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소설가.
파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에콜 노르말 철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철학 논문 자아의 극복, 상상력으로 인정받은 뒤,
1938년에 소설 구토를 발표하여 카뮈와 함께 대표적인 실존주의 문학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 후 장편소설 자유에의 길과 철학논문 존재와 무등을 발표함으로써
세계적인 철학가이자 문학가의 자리에 올랐다.
1964년에 노벨문학상이 주어졌으나 수상을 거절하였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는 벽, 말, 더러운 손 등이 있고, 평론으로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등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