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내 詩 속으로

한실의 산은 / 구경욱

소설가 구경욱 2017. 9. 30. 07:26


 





한실의 산은 / 구경욱


한실의 산은

맘씨 좋은 헤픈 년이다.


지난봄엔

아카시꿀에 밤꿀

고사리며 고비에 두릅

온갖 나물 아끼잖고 퍼주더니

이제는 오고 가는 이 아무에게나

알밤에 도토리

한 아름씩 안겨 보낸다.


그리곤 그것도 모자라

까그매 울음 서러운 길 

땡전 한 닢 챙기지 못하고

집을 나선 불귀의 길손에게는

아예 단속곳 속속곳 다 벗어 던지고

속살까지 내준다.



*한실 - 충남 서천군에 있는 작은 산골마을

*까그매 - 까마귀의 충남 서부지역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