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암울한 우리 농촌
우요일...
비 오는 날이 휴일인 농촌.
참 한가롭게 느껴져야할 아침인데
허나 오늘은 아닙니다.
꼬두새벽부터
여기 저기에서 비 피해 소식이
공중파를 타고
심란하게 들이치고 있어 그렇습니다.
문인방 창문에도
어김없이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요 며칠,
해거름이면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아름다운 금강하구둑을 건너 다녔지요.
지난 5월 26일에 심었던 수박이
탐스럽게 익어
본격 출하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늘 오고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금강하구의 노을은
어찌 그리 고운지
그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아
그냥 혼자서 다 욕심껏 차지하고 싶습니다.
평소 같으면 차에서 내려
저 멀리 보이는
옛 장항제련소 굴뚝 너머로
장엄히 바스러져 내리는 태양의 모습
차분히 카메라에 담았을 터지만
이번엔 그렇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저토록 아름다운 석양 앞
농민 소설가의 감성은
그저 먹이 찾는 돼지가 마주친
진주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식처럼 키워
아니, 새끼보다도 더 애지중지 키워
출하를 했건만
한켠엔 경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수박들이
마냥 썩어 쓰레기장으로 치워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인이 다시 찾아가고싶어도
이미 상품성을 잃은데다가
차량 운반비에 상하차비 오히려 내놔야 하기 때문에
판매도, 회수도 포기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공판장 측에서
주인 허락 없이 함부로 치우지도 못하고...
예년 같으면
족히 2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됐을
15키로가 넘는 최상품인데...
현재 전국 어느 공판장이든
노지 수박은 아예 받지 않는 상태랍니다.
한여름 저온현상에
구지레한 탓에
재고가 빠져나가지 않아 그렇습니다.
상품성이 우수한
하우스 수박만 받고 있는 실정이지만
물론 종자값도 안 나오기는 매일반이고요.
그리고
어느 것 하나 비싼 게 없는 농산물...
세금을 천만원 넘게 내는 농민이 있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아마 수백만평의 대지주이거나
아예 미친 놈이라 하시겠지요.
허나 제가 그렇습니다.
1,300 여평의 비닐 하우스를 경작하며 살고 있는데
지난 겨울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면서
온실 가온을 하는데 24,000리터의 기름을 사용했지요.
정부 면세 해택은
그 절반인 12,000 리터만 받았으니
세금을 천만원 넘게 낸 셈입니다.
이렇게 세금을 내면서...
이렇게 천대 받으면서...
과연 농촌에서 살 수 있을까요...???
아, 지난 겨울...
자신의 인건비는 커녕
투자비도 못 건진 농가가 거지반인데
다가오는 이번 겨울
내년 봄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 아름다운 산하가
설마 다음 작기도 그러랴 작물을 심는
우리 시설원예 농가의
죽음의 계곡으로 변하지 않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