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경욱 2009. 9. 24. 16:42

가족묘역 벌초

 

특별한 일정이 없는 오늘

예초기에 얼음 물 가득 채운 베낭을 함께 둘러메고

차일피일 미뤄오던 가족묘역의 벌초 작업을 위해

메살뫼로 향합니다.

 

어느덧 한실 들녘은

여름 내내 넘쳐 흐르던 푸르름이

이제는 황금 빛으로 서서히 익어갑니다.

 

 

 

 

푸르름 벌써 지친버린

은곡리 마을회관 앞 정자나무...

가을 볕 따스해도 단풍은 든다던 말이

실감이 납니다.

 

 

박상굴 큰집에 들렀더니

객지에 나가 있던 조카년 은주가 집에 와 이불 빨래를 하고 있고 

인기척에 빼꼼히 내다 보시는 우리 아버지 말씀이

작은 형님은 들에 나갔다네요.

 

며칠 전 형님을 만났을 때

고추 수확이 더 급하다 하시며

바빠서 벌초할 시간조차 없다 하셨기 때문에

벌초작업 혼자 다 하리라

마음 단단히 먹고 나선 길이었지요.

 

가족묘역이 있는 메살뫼...

영구네 들깨밭에서 풍기는 상큼한 향이

가득 하네요. 

 

 

 

잡초에 휩싸인 가족 묘역...

 미친년 산발한 것 같아 참 심란하네요.ㅜㅜ

 

 

살풍경에 조상님께 죄 지은 것 같아

산을 오르느라 헐떡이는 숨 가시기도 전에

예초기 엔진 시동을 겁니다.

 

 

 

 

모처럼 예초기를 지고 작업을 했더니

여기 저기 쑤시고 결립니다.

얼음 물 한 모금으로 타는 목 적시고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작은 형님께서 예초기 메시고 올라 오십니다.

천군만마가 따로 없네요.

아무리 바빠도 동생 혼자 이 넓은 묘역

작업하는 게 안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조상님 묘역 아래에 있는 가묘들...

역시 풀 속에 푹 파묻혀 버렸네요.

 

 

 

형님과 둘이서 예초기 휘두르니

여섯 기의 가묘 벌초 작업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납니다.

 

 

불과 서너 시간의 땀방울에

이렇게 개운해 질 것을...ㅜㅜ

 

우리 큰엄니...

그리고 조상님들...

천상에서 편히 쉬소서~~~~!

^&^

 

▼ 영글어가는 들깨

 

▼ 일명 호랑이 강낭콩

 

▼ 제법 큼직하게 된 양다래

 

▼ 따스한 가을 볕에 시도때도 없이 꽃을 핀 정신나간 문인방의 박태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