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묘역 벌초
가족묘역 벌초
특별한 일정이 없는 오늘
예초기에 얼음 물 가득 채운 베낭을 함께 둘러메고
차일피일 미뤄오던 가족묘역의 벌초 작업을 위해
메살뫼로 향합니다.
어느덧 한실 들녘은
여름 내내 넘쳐 흐르던 푸르름이
이제는 황금 빛으로 서서히 익어갑니다.
푸르름 벌써 지친버린
은곡리 마을회관 앞 정자나무...
가을 볕 따스해도 단풍은 든다던 말이
실감이 납니다.
박상굴 큰집에 들렀더니
객지에 나가 있던 조카년 은주가 집에 와 이불 빨래를 하고 있고
인기척에 빼꼼히 내다 보시는 우리 아버지 말씀이
작은 형님은 들에 나갔다네요.
며칠 전 형님을 만났을 때
고추 수확이 더 급하다 하시며
바빠서 벌초할 시간조차 없다 하셨기 때문에
벌초작업 혼자 다 하리라
마음 단단히 먹고 나선 길이었지요.
가족묘역이 있는 메살뫼...
영구네 들깨밭에서 풍기는 상큼한 향이
가득 하네요.
잡초에 휩싸인 가족 묘역...
미친년 산발한 것 같아 참 심란하네요.ㅜㅜ
살풍경에 조상님께 죄 지은 것 같아
산을 오르느라 헐떡이는 숨 가시기도 전에
예초기 엔진 시동을 겁니다.
모처럼 예초기를 지고 작업을 했더니
여기 저기 쑤시고 결립니다.
얼음 물 한 모금으로 타는 목 적시고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작은 형님께서 예초기 메시고 올라 오십니다.
천군만마가 따로 없네요.
아무리 바빠도 동생 혼자 이 넓은 묘역
작업하는 게 안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조상님 묘역 아래에 있는 가묘들...
역시 풀 속에 푹 파묻혀 버렸네요.
형님과 둘이서 예초기 휘두르니
여섯 기의 가묘 벌초 작업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납니다.
불과 서너 시간의 땀방울에
이렇게 개운해 질 것을...ㅜㅜ
우리 큰엄니...
그리고 조상님들...
천상에서 편히 쉬소서~~~~!
^&^
▼ 영글어가는 들깨
▼ 일명 호랑이 강낭콩
▼ 제법 큼직하게 된 양다래
▼ 따스한 가을 볕에 시도때도 없이 꽃을 핀 정신나간 문인방의 박태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