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자연 이야기]/***한실의 동물

교통사고 당한 너구리 구조

소설가 구경욱 2010. 1. 11. 12:34

교통사고 당한 너구리 구조

 

아침부터 지원리 평화상회를 향해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갑니다.

 

이 영하의 날씨에... 에고, 그 놈에 담배가 뭔지 원...ㅜㅜ

 

  섶바탱이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도로변에 뭔가 잔뜩 옹크리고 있는 게 보입니다. 한 눈에 봐도 지난 밤 로드 킬 당한 너구리네요. 산골이다 보니 이런 일은 흔히 있는 일이랍니다.

 짠한 마음에 지나치려는데 오토바이 소리에 놀라 꿈틀합니다.

   오토바이를 급히 세우고서 바짝 다가갑니다. 아직 살아 있네요. 헌데 가까이 다가서는 나를 경계하는 눈초리가 순간 날카롭게 빛나지만, 금세 안쓰럽게 변합니다.

 

 

 

 

 

 

 

 

 

 

 

 

 

 

 

 

 

 

 

어떻한다...???

저렇듯 고통스럽게 죽어가느니 몽둥이로 한 방에 안락사 시켜...???

아냐... 그 건 아니지... 내가 뭔데 한 생명을 마음대로...

 

애잔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너구리를 지켜보면서 온갖 생각을 다 해봅니다. 

 

 

 

 

 

 

 

 

 

 

  결국 집으로 돌아 와 서천군청 환경보호과로 전화를 합니다. 전 원래 휴대전화가 없거든요. 전화 올 데도 없거니와 제 자유를 구속하는 느낌이 싫어 여지껏 장만하지 않았답니다.

 

  일이 잘 되려고 그랬을까요? 마침 평소 제게 많은 도움을 주시는 구충완 후배님이 반갑게, 그리고 친절히 전화를 받습니다. 여차저차 상황을 설명하니 채 30분이 되지 않아 서천에 있는 모 동물병원 원장님과 함께 현장으로 뛰어 오셨네요. 설마 설마하며 구조를 요청한 일인데...^&^

 

 

 

 

 

 

 

  여튼 쓸쓸히 도로변에서 죽어 갈 수밖에 없었던 너구리를 이렇게 구조 했답니다.

데 씁쓸한 느낌은 채 지울 수 없네요. 오늘 구조된 너구리가 나를 만나 우리 인간들이 장악한 세상에서 그 모진 생을 이어가는 것이 행운인지, 아니면 불행한 일인지 알 수가 없어 그렇지요.

 

  아무튼 기왕에 이렇게 됐으니 하루 속히 건강을 되찾아 대자연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