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한실 이야기]/** 한실은 지금

문화일보 - 충남 서천 한실마을

소설가 구경욱 2010. 2. 5. 18:57

아래는 엇그제 취제해 간

문화일보 은곡리 장수마을 관련 기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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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점심 먹고 풍물 한판… 몸에는 월매나 좋겄어∼

충남 서천 한실마을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충남 서천군 문산면 한실마을의 어르신들이 지난 2일 사물놀이 연습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서천 = 곽성호기자

한실망을 주민들이 지난 2일 건강체조를 하고 있다. 서천=곽성호기자
충남 서천군 문산면 은곡리의 한실마을은 서천군과 부여군의 경계에 위치한 오지 마을이다. 농촌진흥청(청장 김재수)이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지정, 육성하고 있는 이 마을은 전체 62가구, 115명의 주민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46%나 된다. 평해 구(丘)씨 집성촌으로 주민의 80%가량이 구씨 성을 갖고 있다. 나머지 20%만 다른 성씨다. 대부분이 친척이다 보니 잡음이 없고, 서로 다툴 일이 없다는 게 마을 대표 구중성(77)씨의 설명이었다. 생태학적으로도 반딧불이, 다슬기, 도롱뇽, 가재 등 청정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생물들이 번식할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지난 2일 장수촌 취재를 위해 찾아가던 날, 마침 마을회관에서는 주민끼리 모여 청국장을 만들고 있었다. 회관을 들어서는 순간 구수한 청국장 냄새와 함께 마을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회관 한쪽 방에서는 할머니들과 동네 아낙들이 둘러앉아 메주를 만들고 있었고, 안방에서는 어르신들이 모여 올해는 어떤 작물을 심을지 농사정보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대화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마을이장 구병무씨는 “매일 점심 무렵 주민들이 모두 회관에 모여 점심도 지어 먹고, 풍물이나 건강체조 등을 배운다”며 “적지않은 원료비가 절약될 뿐만 아니라 노인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동네 화합을 이루는 데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때 마을의 최고령자인 구병채 할아버지가 노랫가락을 뽑아내자 이방 저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어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점심 상이 차려지고, 방금 막 끓인 구수한 청국장이 후각을 자극했다.

고향으로 돌아와 소설을 쓰고 있다는 구경욱(49)씨는 “역사적으로 볼 때 한실마을은 ‘충절의 고장’이었음을 알 수 있다”며 마을의 유래와 전통 유적 등에 대한 설명을 자청하고 나섰다. 그는 또 “서천의 젖줄인 길산천의 발원지가 이곳”이라며 한실마을을 ‘물소리, 바람소리, 향기로운 땅’으로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정확한 역사적 기록은 별로 없지만 한실마을은 옛날 백제부흥 운동의 발상지였고, 고려말 최영 장군의 홍산대첩 당시 지휘본부가 있던 전투의 격전지였다. 또 일제강점기 때에는 항일투쟁의 의병모집이 최초로 이뤄진 곳이 바로 이 마을이었다고 구경욱씨는 말했다.

그러나 이 마을에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문화적 유적이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역사의 격전지 현장이다 보니 전화(戰禍)로 없어지고 만 것이다. 심지어 마을 뒷산에 하나 있던 ‘운원서당’마저 전쟁 중에 불타 없어진 것에 대해서는 마을주민 모두가 매우 애석해하고 있다.

이 마을은 면 소재지와 꽤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항상 조용한 편이다. 마을 주민간의 화합도 어느 마을보다 잘 되고 있고, 출향민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1년에 한 번씩 마을로 초청해 화합잔치를 열고 있다. 전 이장이었던 구수환(70)씨는 “이번 대보름에도 ‘대보름 대동제’라는 이름의 화합잔치를 열 계획”이라며 “출향민들 중에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살고 싶어하는 이들도 적지않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조용한 오지마을이었던 한실마을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농진청의 건강장수마을 사업이 진행되고 나서부터다. 사업이 추진되면서 동네 한 귀퉁이에 찜질방과 샤워장이 들어섰고, 운동기구를 갖춘 건강관리실도 지어졌다. 그러나 이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 이상으로 주민들의 의식 자체도 많이 바뀌었다는 게 농진청 직원 김영아씨의 설명이다. 농한기에 소일거리가 없어 허송세월하던 어르신들이 자체적으로 ‘동절기 문화사랑방’을 열어 유명인사 초청 교육을 실시하는 등 공동체 생활에 눈을 뜬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인구 서천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농진청 등이 육성하고 있는 건강장수마을, 테마마을 등을 통해 농촌의 공동체의식이 점차 회복되어가고 있다”며 “이런 토대 위에 ‘푸른농촌, 희망찾기 마을 운동’ 등과 같은 다른 사업을 접목시켜 체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서천 =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장수수칙

구병채 할아버지의 장수비결을 보면 몇가지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젊었을 때부터 소식하고, 짠 음식을 멀리했다는 것이 그 첫번째다.

놀고 지내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항상 움직이며 일한다는 것이 그 둘째다. 실제로 장수노인들의 성격을 보면 대부분 부지런하고 바쁘게 생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규칙적인 기상과 식사, 노동, 수면 등도 건강비결이다.

다음으로 낙천적인 성격. 외로움은 장수의 최대 적이기도 하다. 항상 주변 사람들과 잘 사귀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도 장수비결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기사 게재 일자 2010-02-05 14:04

 

 

[관련기사] “인생은 고달프기 마련… 마음 풀면서 살아야 혀”

90세 구병채 할아버지의 장수비결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이 나이까지 살 것이라곤 생각도 안 했어. 조금씩 살다보니 이 나이가 돼 버린 것이지.”

지난 2일 한실마을 마을회관에서 만난 구병채(90·사진) 할아버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건강의 요건을 두루 갖췄다. 우선 젊어서부터 술과 담배를 일절 하지 않고 멀리했다는 점이다. 또 타고난 근면·성실함으로 잠시도 손과 발을 놀리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 할아버지는 또 음식을 드실 때 밥 한 공기를 담으면, 반드시 3분의 1 정도는 남겨 소식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여기에 굳이 한가지 점을 더 들라고 하면 낙천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을 꼽을 수 있다. 동네 주민들은 누구나 “구씨 할아버지는 워낙 사교적이라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린다”고 입을 모았다.

할아버지는 노래하는 게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도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노래를 몇곡 뽑으셨다. “뱃속에 노래가 우글우글 많이 있어, 한마디 해야겠다”고 말한 다음이었다. 찬송가에 이어 시조로 넘어가더니, 가수 현철의 ‘봉선화 연정’으로 끝을 냈다. 여기저기서 박수갈채와 함께 ‘앵콜’ 소리가 쏟아졌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주저없이 ‘봄이 왔네 봄이 와 숫처녀의 가슴에도/ 나물 캐러 간다고 아장아장 걸어가네/ 산들산들 부는 바람 아리랑 타령이 절로 나네∼’ 하는 ‘처녀 총각’을 한곡 더 신나게 뽑아냈다. 할아버지는 유머감각도 일품이었다. 주민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가운데 “내가 젊어서 노래를 부르면 아가씨들이 ‘오빠 오빠’ 하면서 입이 찢어지도록 돼지고기를 입에 넣어줬지”라고 말해 한바탕 폭소를 자아냈다.

할아버지는 “노래를 부르면 젊은이고 늙은이고 누구나 할 것 없이 즐거워한다. 싫어하는 사람이 없더라”며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게 건강을 위해서도 가장 좋다”고 말했다.

3남 2녀를 둔 할아버지는 둘째 아들 구준상(53)씨와 함께 산다. 막내 아들인 소설가 구경욱씨는 같은 마을에 살면서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는 일을 자임하고 있다.

할아버지에게 건강의 비결을 여쭸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음식 타박을 한 번도 안 해봤어. 또 음식은 짠 게 좋지 않아. 싱거운 것은 다 좋은데…. 그래서 나는 국을 먹을 때에도 소금을 안 넣고, 간이 밴 채소를 국에 골고루 넣어 간을 맞춰 먹고 있지”라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은 청국장이었다. 가끔 가까운 서천시장이나 홍산시장에 나가 군것질거리를 사오는데 그중에서도 땅콩을 가장 좋아하신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살다보면 고달프고 귀찮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고 풀면서 살아야 한다”며 “잘못됐다고 잔소리하고, 귀찮다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원칙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천 =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10-02-05 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