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부러진 왜가리 구조 실패
날개가 부러진 왜가리 구조 실패
장맛비가 휩쓸고 간 하천의 변화된 모습 둘러 보려고
길산천 발원지가 있는 윗한실을 찾았지요.
생태 탐방이 아니니
평소 타고다니는 고청덩어리 오토바이 위에서
주마간산 하듯 대충 훑어봅니다.
지난 폭우에 바닥이 많이 패이긴 했지만
하천 둑성이는 석축을 단단히 쌓아 아주 멀쩡합니다.
굽이진 하천을 따라 그렇게 내려 오는데
가까이에 왜가리 한 마리가 보입니다.
잽싸게 카메라를 꺼내 셧터를 누르려는데
왜가리 모습이 이상합니다.
이런... 이 게 무슨 일입니까?
왜가리의 한쪽 날개가 부러져 있네요.ㅠㅠ
오토바이에서 내려
숨을 줄인 채 조심스럽게 다가가 봅니다.
확실히 우측 날개가 부러졌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 보는 현상입니다.
누가 총을 쏜 것일까요?
우리 마을에서 총기를 소유하고 계신 분이 한 분 계시지만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시는 분이라서
장사를 할 수 없는 겨울철 혹한기 때나 간혹 꿩사냥을 즐기십니다.
어쨌든 이런 일은 처음 일어난 일입니다.
어떻한다...???
아무리 한쪽 날개가 부러졌어도
두 다리가 멀쩡하니 혼자서 생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구둣발에 물로 쫒아 들어갈 수도 없는 일이고요.
뭐 별 수 있나요?
동물구조기관에 구조를 요청하는 수밖에...
헌데 전 원래 휴대전화가 없답니다.
나만의 세계에 몰입해 있을 때 누군가로부터 오는 전화가
마치 자유를 구속하는 것 같은 느낌이 싫어
여지껏 휴대전화를 갖지 않았답니다.
애처로운 눈초리에
앙칼진 울음을 토해내는 왜가리...
우리 한실 하늘을 한껏 훨훨 날아다녀야 할 녀석인데...ㅠㅠ
"조금만 참고 기다려? 내가 곧 구조해 줄테니. 알았지?"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문산면사무소에 전화를 합니다.
친절한 여직원의 도움으로 동물구조팀과 연결이 됐는데
이런, 출장 나와있어 두 시간 후에나 현장에 올 수 있다네요.ㅠㅠ
하는 수 없습니다.
혼자서라도 포획해 놓고
구조팀에 넘기기로 합니다.
그래서 대충 그물망을 만들어 장대 끝에 달고
30분 후 쯤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헌데 이 녀석이 어디론가 사라졌네요.
주변을 샅샅이 살펴봤지만
더 이상 날개가 부러진 왜가리 모습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집에 돌아와 구조팀에 상황을 알리고나니
기분이 참 묘합니다.
내 눈에 띈 건...
어쩌면 날개 부러진 왜가리에겐
불행 중에 얻은 결정적 행운일 수 있었는데...ㅠㅠ
오후에 현장으로 가서
다시 한 번 샅샅이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