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경욱 2013. 3. 13. 15:21

사랑을 꿈꾸다.

 

-2013 화이트데이에-

 

풍요롭기만 하던 황금 햇살이

노을 속으로 꽃잎처럼 떨어져 간다는 것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슬픔이다.

하지만 무너지거나 쓰러져 내린다고 다 슬픈 것만은 아니다.

재가 되어 바람에 흩어질 희나리는

마지막 남은 한점 속살 처절히 불태울 때

가장 붉고도 뜨겁지 않은가.

또한, 널 그리며 쌓은 모래성이

애초 파도에 휩쓸려 갈 운명 타고나지 않았다면

어찌 이토록 아름다운 고독이 될 수 있었으랴.

 

내 마음 속에 너를 담는다는 것은,

스스로 허물없이 되버린 옷 다 벗어 던지고

 맨발에 가시밭길 들어 서는 고통스런 일.

커피보다도 더 뜨거운 검은 빛 좌절의 늪

쫒기는 짐승처럼 헤엄쳐 건너는 위태로운 일.

또 퍼런 서슬 천상의 분노가 메아리치는

절망의 골짜기 벼랑길에 다다라

다시금 내 작은 별자리 샛별 하나 바람에 울다

떨어져 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일만큼이나

몸서리 쳐지는 서러움 아닌가.

 

하지만 이미 가득 찬 눈물 버티지 못할

내 마음의 둑성이인데

너를 향해 이대로 무너져내려

죽음보다도 더 깊은 잠에 빠져들고 싶다.

 

 


  • 소설가 구경욱

     

    1962. 충남 서천 출생   (호랑이띠-황소자리)

    2000.10 월간[문학세계] 단편[푸서리의끝]으로 등단
    2001.10 [제8회 웅진문학상] 현상공모 단편[파적] 당선 

  • 더좋은문화원만들기모임 공동대표
    계간 문예마을 이사
    푸른서천21 자문위원
    뉴스서천 칼럼위원
    서천문화원 이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