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내 詩 속으로

소쩍새 우는 밤에/구경욱

소설가 구경욱 2017. 7. 14. 20:26


 





소쩍새 우는 밤에 / 구경욱



붉은 달빛이

안개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돝고개 태봉산성 끝자락

상수리나무 숲
오늘밤에도 소쩍새가 울고 있지.


잠들지 못하고

자꾸만 새벽으로 가는

녀석의 애끊는 울음소린

이 땅을 지키려 초개와 같이 명줄 놓은 임

그리워 부르는 슬픈 노래지.


머언 먼 옛날 옛적

황해를 건너 와 기벌포로 상륙해

저령대로를 짓밟고

굶주린 늑대처럼 사비성으로 몰려가던

당나라 십삼만 대군이 있었지.


태봉산성 소쩍새 울음소리는

이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산화한

좌평 의직과 이만 백제 군졸들의

한 맺힌 천년 넋을 기리는

핏빛 진혼곡이지.


제발, 그날을 잊지 말아요

제발, 그들을 잊지 말아요

소쩍쩍 소쩍 소쩍

마른 목젖 찢어 부르는

피울음 진혼곡이지.

 




  • 소설가 구경욱

     

    1962. 충남 서천 출생   (호랑이띠-황소자리)

    2000.10 월간[문학세계] 단편[푸서리의끝]으로 등단
    2001.10 [제8회 웅진문학상] 현상공모 단편[파적] 당선 

  • 더좋은문화원만들기모임 공동대표
    계간 문예마을 이사
    푸른서천21 자문위원
    뉴스서천 칼럼위원
    서천문화원 이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