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내 詩 속으로

밤꽃은 피었는데 / 구경욱

소설가 구경욱 2018. 5. 23. 22:07




밤꽃은 피었는데 / 구경욱


맘씨가 그리 좋아

이놈 저놈 다 주고 다녔다던

율이(栗-)년 뫼똥 마당엔

하늘만 쬐금 벌려놓고

사방 팔방 콧구녕이 뇌랗도록

밤꽃은 피고 또 피어

흐드러졌네.


어쩔거나

땟장 이불 덮고 잠든

율이년은.


서방놈 투전빚 겉보리 두 가마에

새태골 고자한테 팔려갔다

밤꽃이 뿜어대는 사내 냄새에 눈 돌아가

아랫도리 마를 새 없이

사방 이십리 총각 딱지 다 떼주고

밤나무에 목을 매 떠난

방년의 율이년이라던데.


어쩔거나

땟장 이불 덮고 잠든

율이년은.


한이련가, 화냥끼련가.

흔적만 간신히 남은 율이년 뫼똥에

거뭇한 남근처럼 뿌리 박은

아름드리 산밤나무에도

코피 터뜨릴 듯 밤꽃은 어김없이

피고 또 피어

흐드러졌는데.


어쩔거나

땟장 이불 덮고 잠든

율이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