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내 詩 속으로
그런 사람이 그립습니다 / 구경욱
소설가 구경욱
2018. 6. 10. 09:20
그런 사람이 그립습니다 / 구경욱
같은 시간에 같은 생각
서로 알뜰히 공유하면서
잠시 바람에 풀잎처럼 흔들리는
나약한 내 모습을 발견해도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려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립습니다.
어느 날
어느 때에
누군가 확인되지 않은 내 말을 전하면
설령 사실이 그렇다 할지라도
절대 그럴 리 없다며
머리를 흔들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립습니다.
다른 이의 시선이나
다른 이의 생각
다른 이의 말이 아니라
평소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언제까지 믿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립습니다.
세상 일이란
함께 어깨동무하고 길을 가다가도
때론 오해를 할 수 있고
어쩌다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가
돌고 돌아 눈덩이처럼 부풀려져
자신에게 전해질 수도 있기에
오히려 그런 나를 포근히 감싸 주어
부끄럽게 만들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립습니다.
어찌보면 바보 같은 사람
무던히도 속이 없어 보이는 그런 사람
다시 없을 그런 사람이
너무도 간절히 그리운 만큼
나 또한 그 사람에게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꼭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햇살 고운 날이나
가랑비 부드러운날
또 꽃다운 단풍잎 눈부신 날이나
함박눈 소담스럽게 내리는 날
그런 그 사람과 그런 내가 만나
식어 버린 찻잔도 잊은 채
마음 깊이 활짝 터 놓고
오랜 시간 얼굴 마주보고 있었으면
나는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