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좋은 단편

<성 소피아 성당> / 이스마일 카다레

소설가 구경욱 2009. 1. 20. 13:03


<성 소피아 성당> / 이스마일 카다레

1.

대신들이 차례차례 잠을 깼다. 동 틀 무렵에 그들이 그처럼 서로 지척 간에(전쟁대신의 천막이 총리대신의 천막과 거의 붙어 있다시피 했는데 그건 대신들의 서열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있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도로 조직화된 국가에서 통상 그러하듯 그들은 서열순으로 잠을 깨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5월 30일 새벽, 하늘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푸르렀으며 게다가 고관들 대부분은 콘스탄티노플과 함께 기독교도 진영이 완전히 몰락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곤한 침상에서 총리대신이 이미 기상해 있다는 전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이 그들에게는 세상의 종말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예상대로, 그들 중 일부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으나 다른 대신들은 무슨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잠을 마저 자기 위해 침상으로 되돌아갔다. 이웃한 재무대신에 의해 잠을 깬 꿈의 궁전의 대신이 그에게 나 좀 내버려둬!라며 그를 책망했다는 말마저 나돌았다.




그러나 술탄이 기상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진영은 흡사 지진이라도 난 것만 같았다. 모두들 눈가가 처진 퉁퉁 부은 눈을 해 가지고 쏟아지는 잠을 힘겹게 떨쳐내며, 꿈속에서도 여전히 손에 묻혔을 피를 씻으려 애를 쓰며, 또 마치 그 심연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사실이 놀라운 듯 서로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게 신이여, 왜 이리도 잠이 납덩이 같은지요?라고 신음하며 삽시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떤 자들은 그들이 지난 두 달 이래로 눈을 붙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그것은 당연지사라고 주장했고, 또 어떤 자들은 잠은 죽음과 형제지간이란 경구를 원용했으며, 또 어떤 자들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행운 덕분이었다고 확신하면서 우리는 정말로 죽을 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날은 화창했으며 전날 이 악마의 성벽 앞에서 목숨을 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그들이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천막의 피침에 살갗이 긁힐까 겁을 내고, 말벌에 대해 몸을 사리는 등 지나치게 몸을 아끼는 자신들에 대해 실소를 터뜨렸으며 그들은 이제 삶이 천 배는 더 평화롭게 전개될 새 시대, 진정한 새 시대를 맞으며 잠을 깼다는 생각이 그들의 의식 속에 충만하고도 환하게 자리잡기까지 웃어젖혔다.




멀리, 정복한 수도로부터 서른 시간 전부터 약탈과 난봉에 탐닉중인 오합지졸군의 소동이 들려왔다.




마흔두 시간 남았군, 하고 건축가 기아우르는 생각했다. 그는 딱딱한 그의 침상에 누워 반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꿈속에서 일어났다 싶으면 곧 사그라들곤 하는 환상들이 그의 머리 속에서 서로 씨름을 했다. 그는 지금까지 파괴된 건축물들과, 도시의 운명이 병사들의 손에 부쳐지도록 넘겨진 3일간 중 남은 시간 동안 또 파괴될 건축물들을 상상해보려 애썼다. 사령관들처럼 그는 그 기간이 더 길기를, 그것이 통째로 일주일이 될 수 없다면 적어도 5일 간은 됐으면 하고 바랐으나 술탄의 천막에서 직접 나온 명령은 전통에 따라 그 기간이 3일이 될 것이며 단 한 시간도 더 연장할 수 없다는 단호한 것이었다.




밖에서 힘겹게 멈추어 서는 말발굽 소리가 나더니, 곧 이어 누군가가 뛰어내리는 소리가 났다. 이윽고 그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건축가 기아우르 씨의 막사죠? 술탄께서 당장 보자십니다! "

건축가의 경호원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나타났다.

"집정관님, 건축가님! 황제께서 보자십니다! "

"알았네."

건축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대답했다. 그는 서둘러 옷을 입고, 깃에 군대 기장이 달린 짧은 백색 외투를 어깨에 걸치고 벌써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아직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벌써 자신이 왜 소환되었는지를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대광장 옆쪽, 술탄의 천막 앞에서 고관들과 주요 수령들이 부관들을 대동하고 달리고 있었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그는 무슨 일인지를 정확하게 알았다. 보무당당한 콘스탄티노플로의 입성을 위해 모두가 준비중이었던 것이다.




그는 각 사람들의 인사에 고개를 까닥여 응답했다. 다른 어떤 환영행사도 결코 그같은 열광을 불러일으킨 적은 없었다. 그것은 공포의 하룻밤을 지낸 뒤 천국에서 잠을 깬 것과도 같았다.

마침내, 술탄이 그의 천막에서 나왔다. 그는 앞쪽을 가리키며 총리대신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다른 어떤 비슷한 사람도 아닌 분명 술탄이었다.




해협을 항해한 뒤 하선한 긴 행렬이 말들이 대기해 있는 강 반대편에서 정렬했다. 멀리, 성 소피아 성당의 돔이 태양에 반짝이고 있었다. 돔 위에는 여전히 십자가가 우뚝 서 있었다. 고관들의 얼굴에는 불안이 어른거렸다. 술탄께서 저주받은 표적을 이고 있는 건물로 들어가실 것인가?

건축가는 다리에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성당에 들어가본다는 꿈은 그에게는 불멸의 개념만큼이나 늘 추상적인 것으로 보였었다. 어서, 어서, 서두르라구!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그들이 성당 안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어느 순간에든 성당이 무너져 내리거나 혹은 멀리 날아가 버리리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 사이, 행렬의 선두가 성당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기병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기 위해 등자 위에서 몸을 곧추세웠다. 들어가는군! 들어간다구!라는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이제 대신들이 땅에 발을 내디딜을 차례였다. 어떤 이들은 궁지에서 그들의 다리를 빼내고 싶은지, 통 안심이 되지 않는 태도로 뒤를 돌아보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당의 현관은 앞에 선 모든 것들을 천천히 삼키고 있었다. 전능하신 신이여, 용서하여 주소서!라고 건축가는 문턱을 넘으며 웅얼댔다.




돌연 그의 머리와 그의 신체의 나머지 부분이 걷잡을 수 없이 위쪽으로 빨려들어갔다. 환희의 눈물로 이루어진, 믿기 힘든 찬란한 빛이 돔으로부터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해체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의 근육과 혈관과 관절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먼지로 화했다. 그는 돌연 우주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는 한 건물의 벽 안에 갇힌 빛이 강도와 폭에 있어서 외부의 자유로운 빛을 능가할 수 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곳의 채광은 인간을 분해하고 그렇게 영육이 분리된, 천상의 열기에 의해서인 듯 무화된 그를 영원의 소용돌이 속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건축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 빛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빛을 받은 그들의 눈이 그들 내부에서 밤과 어둠과 허무감을 허물어뜨리리라고 그리고 그것이 다른 어떤 고통들보다도 더 큰 고통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몰라 술탄의 얼굴을 살폈다. 황금 성모상들이 고통스럽게 반짝였다. 그리스도와 그의 어머니를 그린 성화들로부터 꿇어 엎드린 두 황제의 그림에 이르기까지 슬픔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실내에는 전날 마지막 미사 때 사용한 양초의 향내가 여전히 진동하고 있었다.




술탄은 다시금 돔으로부터 쏟아져내리는 견딜 수 없는 빛을 향해 머리를 들었다. 건축가는 그가 속으로 무슨 말을 할지를 상상했다. 저 무례한 빛을 끄도록! 저 빛을 없애도록! 당장 일에 착수하도록!



2.

마치 술탄이 총리대신의 귀에 대고 속삭인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밖에 운집해 있던 사람들은 해쓱한 얼굴을 해 가지고 곧 성당을 허물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술탄이 그곳을 뜨기도 전에, 전령들이 명령을 받들고 질풍같이 사방으로 내달렸다.

건축가는 현관에서 다시금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한순간 성당을 허무는 일을 맡은 자들이 일의 착수를 위해 뒷줄의 고관들이 나오는 것을 기다릴 만큼의 인내심을 지니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성당 안으로 돌아가 저 천상의 빛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그건 그저 언뜻 스치는 생각일 뿐이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좀더 일찍 생각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엎질러진 물이었다.




밖에는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바랜 옷과도 같은 한낮의 빛이 도시 위를 떠돌고 있었다. 멀리서 성당의 문들을 내리치는 소리와 여인네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신에게 폐허가 되기 전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게 허락해주신 데 대해 감사했다.




성당의 첫 파괴음이 난 것 같아 그는 눈을 감았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돌연 기마전령이 그에게 들이닥쳤다. 술탄은 무리와 함께가 아니라, 건축가 혼자만 공식 소환했다.

그가 들어서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그가 그처럼 지척에서 술탄 마호메트를 본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그는 술탄에게 간청하고 싶었다. "폐하, 최소한 저 성당을 부수는 일만은 제게 맡기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나 그는 단 한마디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마호메트 2세는 놀란, 그러나 미소가 담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술탄은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자네에 관한 말은 들었네."

그의 미소 속에는 일종의 놀라움과 우려의 빛이 들어 있었다. 건축가는 다시금 그에게 간청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폐하, 이 과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실 수는 없으시온지요?"




그때 술탄이 입을 열었다.

"모두가 성 소피아 성당을 부수라는 나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대포들은 이미 조준되어 있다네. 파쇄 임무를 맡은 자들은 손에 연장을 들고 대기중이야. 석유통과 유황 항아리들도 모두 준비되어 있고. 그리고 건축가인 자네조차 준비되어 있겠지―황제의 가느다란 두 눈은 건축가의 얼굴뿐 아니라, 더욱 아래 쪽, 그의 신체의 중간 부분에 있는 한 지점을 향했다―모두가 이렇듯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지……."

저는 아니옵니다, 그건 신께서 잘 아시옵니다! 건축가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술탄의 얼굴은 이윽고 진짜 미소와 함께 환해졌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나는 여러분들을 실망시키려네. 나는 달리 행동하고 싶다네.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행동하려네."




건축가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술탄은 군대에게 허락했던 3일의 시한이 채 절반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군대가 자행하는 약탈과 방탕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터키인들은 정복한 도시들을 포위한 뒤 완전히 파괴해버리는 그리스인들과는 같지 않으며, 또한 콘스탄티노플을 그의 제국의 수도로 삼을 것이며 우주의 중심으로 여겨지는 성 소피아 성당을 파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 아름답게 만들겠노라고 천명했다.




건축가는 기뻐할 수 없었다. 한기가 그의 사지를 타고 올라왔으며, 그보다 한층 극심한 한기가 그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그는 속으로 절규했다. 맙소사, 이미 저토록 아름다운 성당을 어떻게 더 아름답게 만든단 말인가?




술탄이 말을 이었다.

"이 과업에 자네가 선택됐네."

술탄은 마치 그의 존재가 의심스럽기라도 한 듯, 팔을 들어 건축가를 가리켰다.

기아우르는 묻고 싶은 모양이었다.

"왜요? 폐하, 어째서 저를 택하신 것이옵니까?"

술탄의 말이 이어졌다.

"앞서 지적했듯이, 나는 성 소피아 성당을 허물지도 전소시키지도 않을 거라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성당을 한층 아름답게 만들 생각이네."

"안 되옵니다!"




"안 되옵니다!"라는 말은 주워 담기에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 말은 뜻하지 않게도 입 밖으로 새어나오고 말았으며 마치 그의 외마디가 상처 입은 새처럼 그들 주위를 날아다니기라도 하는 것처럼 모두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건축가는 감히 입을 놀렸다.

"폐하, 성 소피아 성당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옵니다."

술탄은 미소를 지었다. 기아우르는 기독교도들이 하는 식으로 자신을 폐하니 전하니로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 기아우르, 가능하다구. 나는 성 소피아 성당을 회교사원으로 탈바꿈시키려네. 그 일은 다른 인물이 아니라, 감히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바로 자네가 맡아줘야겠어."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건축가가 무릎을 꿇고 첫 일성의 안 되옵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또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두번째로 안되옵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또는 그에게 보여준 신뢰에 대한 감사로 황공해하며 소인을 죽여주소서, 그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옵니다.라고 항거하거나 기한의 연장이나 돈이나 죽음 등을 내려달라고 간청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이 예상했던 행동들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린 채 어리둥절해 있을 뿐이었다.




술탄이 말을 이었다.

"내가 자네를 택한 것은 자네가 가장 유능하고 또…… 다른 여러 가지 점으로 미루어 적격자이기 때문이야. 자네는 십자로에 서 있는 자라고나 할까, 기독교도도 아니고, 이슬람교도도 아닌……. 또한 자네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양성인간이라는 풍문마저 들리더군." 건축가의 얼굴은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황제는 다시금 상대방의 신체의 중심부에 눈길을 고정시켰다. 그는 예의 지친 목소리로 덧붙였다. "우리 나라에서 양성인은 성인(聖人)으로 간주되지. 이상이 내가 자네에게 우주의 심장을 맡기는 이유라네……."


그의 마지막 말이 이랬으며 그건 어떤 대꾸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었다. 청중을 향해 등을 돌린 그는 호위병의 호위를 받으며 그곳을 빠져나갔다.



3.

며칠 동안 건축가는 성당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를 눈으로 쫓고 있던 호기심 많는 자들과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그를 염탐하고 있는 끄나풀들과 술탄의 비밀 요원들은 그의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성당이 아니라 성당의 그림자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성당의 주위를 빙빙 돌기나 할 뿐, 단 한 차례도 안으로 들어서는 법이 없었다. 보고서의 내용 또한 그랬다. 그는 주로 대성당의 그림자에 집착하는 듯하다…….




그건 그렇고, 그가 맴도는 그림자는 사실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는 건축물이란 그것을 이루는 다른 어떤 요소들보다도 그 그림자로 훌륭히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건축물과 나아가 그 건축물의 고뇌의 무게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자였다. 그는 간질 때문에 두 차례 발작을 일으켰다. 의원이기도 한 그의 호위병 한 명이 그의 머리를 붙잡아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막으면서, 훗날 쓸모있는 정보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그의 동료에게 그가 정확하게 어느 지점에서 쓰러졌는지를 표시하라는 신호를 했다.




그는 자신에게 호기심과 신랄함과 의혹의 시선이 따르는 것을 느꼈다. 건축물의 영혼이 바뀌는 것을 보고자 안달을 하며 기다리는 사람들 외에도 회교사원으로 바뀌느니 차라리 허물어지도록 해달라며 기도를 하는 사람들과 성당의 존속을 기뻐하거나 혹은 성당의 속화를 슬퍼하는 등 어느 편을 택해야 할지 몰라 당혹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술탄이 특별히 파견한 입회인들 중의 하나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오락가락 하기만 하는 건축가가 그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내부의 무언가를 허물어뜨리고 재건하고 있을 뿐, 즉 다시 말해서 그가 추진해야 할 과업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 같다고 보고했다.




건축가가 성당의 내부로 들어가려고 결심한 날, 그는 목욕탕에서 늑장을 부렸다. 그는 마치 신을 그의 벌거벗은 몸의 증인으로 삼으려는 듯, 하늘을 우러러 오래도록 기도를 올렸다. 그런데 그의 기도는 경외와 도취와 희미한 협박이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 일을 거둬주소서! 그는 신을 향해 그렇게 말은 했으나, 그것은 마치 내 일에 참견하지 말아주소서!라는 식 같았다.




은명경에는 피가 북에서 남으로 동에서 서로 흐르는 것마저 들여다볼 수 있는 푸른 정맥들이 선명한, 하늘과 땅 사이처럼 약간 물이 든 흰색과 밀랍 사이를 오가는 체질에 거의 반투명하기까지 한 창백한 그의 육신이 비쳤다.




양성인간, 그는 무색의 수북한 음모 아래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주저하는 듯 겨우 움을 틔운 일종의 싹 같기만 한 그의 성기에 여전히 눈길을 고정시킨 채, 자신을 향해 술탄의 말을 되뇌었다. 많은 나라에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음을 나타내기 위해 쓰는 말인 추분인, 9월 23일 추분 날에 그가 태어난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었다. 그는 그의 몸의 중심부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술탄의 말을 다시금 회상했다. 이중의 의미를 지닌, 아니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은 존재…….




그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기도에 다시금 폭언과 독설이 끼여들었다. 그의 성기 위로 수북한 솜털들이 쭈뼛 서더니 검게 변하려는 것 같았다.




옷을 입기 전에 그는 자신이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위에서부터 쏟아져내릴 빛을 상상하고 그 빛과 화해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나를 분해하라구, 그는 빛이 친지라도 되는 듯 빛에게 속삭였다.




그는 울고 싶었다. 그러나 기겁하게도 그는 웃기 시작했다. 그는 그에게 아무런 소용도 없으며 잃는다 해도 하나도 두렵지 않을 자유를 즐겼다. 그는 자유를 빼앗겨야 한다 해도 그로써 더욱 자유로워지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나 더 큰 자유도 바라지 않았다.




아냐, 그는 분명 그것을 원치 않았다. 먼 훗날…… 자신의 혼례의 날이…… 자신과의 혼례의 날이…… 온다면야 다르겠지만…….




4.

성당을 에워싼 작업장을 보고 우선 놀라기부터 했던 사람들은 그들이 그렇게 놀란 것에 대해 자신을 나무라기까지 하면서 곧 마음을 가라앉혔다. 물론 그 작업장은 건축을 위한 것도 해체를 위한 것도 아니며, 아니 이 둘의 혼합이거나 혹은 양측 어느 쪽으로도 이상하기 짝이 없는, 혹은 그 둘 사이의 중간쯤 되는 작업에 쓰일 전례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작업장과도 닮을 수 없었다.




성당은 건축중인, 혹은 해체중인 다른 어떤 건축물과도 닮은 점이라곤 없었다. 그것은 성채도 성벽도 피라미드도 전쟁시 전략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파성추도 아니었다. 어느 것도 아니지만 성당은 9백 년 전에 일어나서 그 경험이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쪽으로도 원용되곤 하는 지진으로 인해 이 모든 것들이 융합된 결과였다. 성당은 중국인들과 야만인들이 함께 축성한 성벽으로도 간주할 수 있었고 또 포위를 당한 자들이나 공격을 감행하는 자들에게 양측 공히 요새로도 또 그리스인들이 트로이에 대해서인지, 혹은 그 이후 그리스인들에 대한 트로이에 의한 것인지 누가 사용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목마(최근의 도시의 함락과 술탄의 최근의 연설 때문에 목마가 현대적 주제가 되어 있었다)로도 간주할 수 있었다.




건축가는 깊은 생각에 잠겨 석회반죽과 회반죽통, 돌무더기와 모래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가고 있는 마차들을 살펴보았다. 그는 대성당의 모든 부분을 에워쌌으며 꿈에서처럼 조금씩 조금씩 성당을 아무도 모르게 공격해들어가고 있었다. 하늘은 결국 그에게 그의 천성과 조화를 이루는 과업을 완수할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다. 그 자신이 이 과업으로 파괴되며 동시에 재건될 것이었다. 그의 몸에서 두 성(性) 중 어느 것이 결국 승리를 하게 될지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를 분간하기란 불가능했다.




성당은 이 세상에서 이 같은 변모의 시련을 겪는 유일한 건축물임이 분명했다. 건축가는 성당에서 진정으로 기독교 정신을 제거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는 한 지붕 아래 이 세상의 두 양대 종교를 모시는 첫 건축물로 만들기를 바랐다.




그는 어떤 때는 내부에 간직된 빛으로 인해 반짝이다가도 또 어떤 때는 바퀴벌레를 머금고 있는 듯 잿빛이 되기도 하는 햐안 석회 반죽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의 과업은 분명 까다로운 것이었다. 그것은 한 육체에 두 개의 영혼을 들여놓는 것과도 같았다.




때론, 특히 그가 겪곤 하는 발작 직전의 순간에, 빛의 조각들이 하늘을 놔는 그 짧은 순간에, 그는 예전에 성당에 해를 입혔던 지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하여 성당에 대해 더 배우는 것 같은 인상을 받곤 했다. 그러나 발작으로 인한 마비상태는 사라지는 데 오래 걸리는 반면, 발작 직전의 이러한 순간은 너무도 짧았다.




그리스도와 동정녀 마리아 위에 덧칠할 물감이 만반의 준비를 끝낸 채 커다란 항아리에 담겨져 대기중이었다. 그러나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코란의 네 구절로부터 변모를 시도해서 반대편의 네 면 벽에 그려넣게 했었다. 첨탑의 위치도 이미 결정해놓았다. 술탄의 기도실도 마찬가지였다. 그와는 반대로 그는 메카 쪽으로의 지향성을 강조하고 대번에 눈에 띄는 예루살렘으로의 방향성을 누그러뜨리는 데는 한층 어려움을 겪었다.




매 주말, 술탄은 작업의 진척상황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요구했다. 둥근 천장 꼭대기에 있는 십자가를 대신하기 위해 구리 초승달을 가져온 날, 총리대신이 공사현장에 나타났다. 십자가가 끌려내려온 심연을 따라 노끈과 쇠줄을 이용해 회교 상징물이 올라가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기대 속에 꼼짝도 않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낮을 주관하는 천체가 부주의하게도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던 새로운 주인을 무심하게 비추었다. 그와는 반대로 달은 뜨자마자, 더할 수 없이 냉랭하게 경쟁자를 비추었다.



5.

그들은 그리스도와 그의 어머니의 얼굴 위에 석회반죽을 묻힌 솔을 고통스럽게 문댔다. 그러나 석회층이 너무나 얇아서 석회가 마르자, 앞장서서 얇은 막을 찢어내듯 가시 면류관이 처음으로, 이어 십자가의 상처들이, 그 다음으로는 나머지 전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석공장들이 이 문제를 문의하러 그에게 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그들이 묻고자 하는 질문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석회층을 덧입힐까요? 건축가는 그와 꼭 반대로 했다. 그는 투명한 하늘을 살리기를 원하기라도 하는 듯 물을 타서 석회층을 더욱 얇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시체를 보고 내뱉듯, "기아우르!", "배신자!", "배교자!"라며 고함을 질렀지만 그는 그것을 무시했다. 시체와 그와의 차이는 오직 하나, 그가 서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자신의 입장을 밝힐 차례가 오자 그는 간결하고도 명료하게 설명했다. 그 성화들을 뭇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게 덧칠하는 방법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석회반죽 아래 억압된 기독교의 정신이 나타나 그 강도를 가중시킬 위험이 있었다. 그는 돌 하나하나의 내부에 심지어 그보다 깊이 살아 있는 정신을 느끼곤 했다. 그것을 일시에 덮어버려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건 아니었다. 어떤 방법으로도 그건 안될 일이었다! 그가 해놓은 대로 반쯤 자유로운 상태로 내버려두는 것만이 그것이 스스로 스러지게 하는 길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명분을 획득했다. 그러나 성당으로 돌아가며 그는 털끝 만큼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석회반죽 단지를 들여다보았다. 유백색임에도 북구하고 석회반죽은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는 반죽에 맺힌 상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그건 마스크라 불러도 좋을 것 같았다. 어쩌면 바로 이런 식으로 인간의 불변의 모습이 우주의 위대한 서(書)에 각인되었으리라.




습관처럼 그는 사방으로 건축물을 따라 오래도록 걸었다. 상당수의 기둥들은 이미 두 종교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둥근 천장의 좌반구도 마찬가지였다. 마흔 개의 창문 중 열세 개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였다. 성당은 천천히 퇴각중이었다. 성당은 양보하는 인상이나 후퇴의 순간이 지나면 돌연 반격을 하곤 했다. 그는 그 나름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는 성당의 변덕을 감내하고 있었는데 그는 성당이 변덕스럽다고 밖에는 달리 상상할 수 없었다. 이따금 그는 성당의 미래에 대해 온갖 추측을 해보곤 했다. 성당에 불어넣은 새로운 정신이 성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노쇠하게 만들까, 회춘케 할까, 아니면 불멸성을 획득케 할까? 짐작하는 바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의 변화를 이슬람의 승리로 간주했다. 그러나 많은 수는 아니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기독교 측의 저항으로 보았으며, 또 더욱 적은 수이긴 하지만 다른 일부의 사람들은 그 속에서 불가능의 극복이라는 전대미문의 메시지를 보기도 했다. 그들이 발견한 것에 기겁을 한 그들은 그들의 집으로 달려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 위해 머리에 자루를 뒤집어쓰는가 하면, 그것이 그들의 생각을 어둡게나 할 뿐이라는 자각이 든 그들은 하루 내내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거나, 의혹의 찌꺼기가 머리칼에 붙어 있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를 박박 밀기도 했다. 마침내 그들은 그들의 모든 노력이 허사임을, 무엇으로도 사변(思辨)을, 한 감옥에 갇힌 두 종교 중 어느 쪽이 생존할지 혹은 함께 멸망할지에 대한 의문을 말끔히 떨쳐낼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원 지대에서 불기 시작한 건조한 바람이 그들의 불안을 증대시키고 있었다. 이따금, 사람들은 바람결에 오스만 제국의 오랜 상징인 잿빛 늑대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고 믿었으나 아무도 그 긴 울음의 의미를 파악해내지는 못했다.




건축가는 제단에서 술탄의 기도실까지 오가고 있었다. 거센 바람소리 속에서 기둥들은 한층 말이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세번째, 네번째, 땀을 흘리며 술탄이 이마를 대면 술탄의 두통을 가라앉혀주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일곱번째, 주두(柱頭)에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열두번째, 귀부인의 회한이 깃들인다는 열네번째, 그리고 다른 한 기둥, 또다른 한 기둥 옆에 이윽고 잔뜩 찌푸린 것 같은 마지막 기둥이 서 있었다.




시간은 있다구, 그는 점점 더 다급한 걸음으로 서성대며 혼잣말을 했다. 그에게는 그것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그것들을 허물거나 혹은 그것들 앞에 무릎을 꿇을 시간은 분명 얼마든지 있었다.




6.

최초의 회교 기도회가 금요일에 치러졌다. 술탄은 다른 사람들과는 떨어진 곳에 마련된 그의 자리에 좌정했으며 다른 사람들은 둥그런 원내에 정렬했다. 이맘이 칼을 뽑고 코란을 낭독했는데 이것은 피의 댓가로 정복한 사원은 또한 피로써 수호되리라는 것을 의미했다.




술탄은 둥근 천장을 향해 단 한 차례도 고개를 들지 않았는데 그런 행동은 그가 그것을 허물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믿게 할 우려가 있었다.




수백 명의 가슴으로부터 울려나오는 '알라는 위대하시다!'라는 외침이 오랫동안 공명되더니 차디차게 식으면서 주위로 떨어져내렸다.




기도가 끝나자 술탄은 대신들과 호위병들만을 대동한 채, 회교사원 안에 끝까지 남아 있었다. 그의 행동거지에는 그가 두통을 앓고 있다고 추측케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땀을 흘리곤 하는 예의 그 유명한 기둥으로 다가가더니 그 기둥에 이마를 댔다.




그를 수행한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당혹해했다. 모든 것이 정상대로 되어가고 있다고 믿는 척해야 할지, 놀란 마음을 드러내야 할지, 혹은 의사장을 불러야 할지 곤혹스러웠다.




시간은 더디 흘렀으며 총리대신의 눈에는 매우 강한 우려가 담겨 있었다. 얼이 빠진 호위병들은 얼어붙은 듯 꼼짝도 않고 있었다. 반쯤 눈을 감은 술탄은 반수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그의 한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가 경련을 일으키듯 두 차례 부르르 떨렸다. 그러더니 술탄은 마치 공격이라도 피하려는 듯 기둥에서 흠칫 이마와 전신을 함께 떼냈다. 그의 단도자루 위에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그의 오른손은 모두에게 백지장같이 보였다. 그들 중 일부는 오!라며 외마디를 질렀다고 생각했으나, 그러나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술탄은 입속으로 몇 마디 웅얼댔으나 단도를 뽑아들지는 않았다. 그는 심지어 단도자루에서 손을 떼어 이마로 가져갔다.




의사장이 황급이 달려왔으나 술탄은 돌연 기둥을 향해 등을 돌리고는 아무에게도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곧장 출구를 향했다.




마침내 건축가 기아우르는 홀로 남았다. 그의 귓전에는 술탄의 수행원들이 옷자락 끌리는 소리같이 남기고 간 속삭임의 끝자락이 울렸다. "기둥이…… 술탄을…… 무슨 배신자처럼…… 치려고…… 했어……."




그는 기둥 가까이 다가갔으며 기둥에 아주 소량의 습기가 맺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눈을 감았다. 그는 눈을 뜨며 창백하고 둥그런 습기의 흔적 속에 어떤 신호가 나타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둥그런 습기자국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좀 진해진 것 같기도 했으며 균열에 의해서인 듯 가운데 금이 가 있었다. 그는 다시금 그 기둥 가까이 다가가 이마를 대고 기다렸다. 기둥은 차가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점점 또렷하게 그의 이마의 부딪는 소리에 응답하려는 것이 분명한 희미한 소리를 감지할 수 있었다. "말해" 건축가는 기둥에 몸을 바싹 붙이며 속삭였다. "할 수만 있다면 너의 전언을 나에게 말하도록 해."




7.

내가 술탄을 치려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야. 그것은 그의 상상력의 소산일 뿐이지. 그가 나에게 그의 이마를 대는 순간, 나는 곧 그가 다른 자들과 똑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감지했지. 나는 왕이라는 족속들을 잘 알아. 지난 9백 년 이래로 나는 이곳에 있어왔는데 수십 명의 비잔틴 황제들이 터키의 황제가 조금 전에 했던 대로 두통을 덜려는 바람에 그들의 머리를 나에게 기대곤 했었지. 실상은 그들은 두통뿐 아니라 다른 모든 고통을 덜려고 이곳에 오곤 했었어. 그들의 번민은 나에게는 비밀이 못 됐지. 전율처럼 그들의 첫 의혹들이 나의 전신을 타고 돌며 그런 다음에는 두 배는 더 비통한 다른 의혹들이 그들에게서 나오고 나머지는 그에 따른 응분의 것들이, 그들이 사랑의 흔적으로 착각하곤 하는 원한들과 죄악의 원초적인 싹과 허무에 대한 두려움과 왕관의 케케묵은 다이아몬드와 함께 느껴지곤 하는 돌연 늦가을의 고아 같은 느낌 등이 전달되어 오는 거야.




그들은 번민을 덜고 나를 떠나지. 그러나 그들이 다음 번에 돌아올 때면, 그들의 혈관은 독약으로 확장되어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에 빠져 있곤 했어. 그들은 마치 파선한 자들이 널판을 부여잡듯 불가능한 것을 바라면서 점점 더 세게 나를 껴안곤 하는 거야.




내가 자네에게 이 모든 것들을 말해주는 것은 자네가 나에게 물었기 때문이라거나 내가 해줄 수 없는 어떤 전언을 전해달라고 나에게 간청했기(그들도 모두 나에게 그와 같은 기도를 했었어) 때문이 아니라, 자네가 다른 자들과는 다르기 때문이야…… 자네가 나에게 자네의 몸의 중심부를 밀착시킨 때부터 그리고 내가 이 사원의 침묵을 느낀 이래로 나는 자네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지. 자네는 나와 같아.




수세기 동안, 나는 그들과 화목할 수 없었어. 그건 그들이 나에게 불가능한 것을 부탁했기 때문이야. 그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소위 병색이 짙은 안색으로 이마를 붙이러 오곤 했는데, 실제로는 그들은 나에게 그들의 몸을 밀착시키고 싶어 붙같이 타오르곤 했었어. 황금 수가 놓인 비단 아래로 나는 그들의 성기가 그들의 단도만큼이나 인정사정 없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곤 했다구. 여자들의 음부로 말할 것 같으면 그건 훨씬 더 만족할 줄을 몰랐지. 그들이 나의 몸속으로 들어오려고 용을 썼다면 그네들은 내가 그네들을 범해주기를 열망했지. 그네들은 음부로 그들보다 훨씬 더 거세게 나를 압박하고는 열에 들떠 고대하곤 했어, 미친년들. 이쪽이나 저쪽이나 내가 그들이 바라는 모습이기는커녕, 그들은 내가 그들이 바라는 것과는 영 딴판이라는 황금실로 수를 놓은 사실을 인식할 수 없었지.




친구여, 나는 자네와 같아.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거야. 나는 이곳, 나의 모공 속에, 어제 전복된 천년제국의 모든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지. 나의 몸 사방에 쏟아놓은 그들의 생각들은 나의 온몸에 흔적을 남겼어. 그리고, 방금 전에, 술탄의 두뇌가 그의 생각을 쏟아놓기 시작하자, 술탄은 자신의 생각이 유물이 된 그들 전임자들의 생각과 상충되리라는 것을 감지했던 거야. 나의 친구여, 그건 그들이 효과 때문에 지니는 기장이나 그들이 숭배하는 신을 제외하면 그들은 같은 종족이기 때문이야.




나는 그들에 관계된 것이라면 모르는 게 없지.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위험에 처해진 거야. 당신네들이 잎새만을 보는 봄 나무 속에서 나는 그 줄기에서 뽑아낼 널판들로 만들 관을 예감하지…… 더이상 이런 압박을 견딜 수 없다는 느낌이 너무 자주 들어 나는 어느 날이고 결국에는 풍비박산이 나고 말 거야. 그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어. 그래서 그들은 나를 없애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거야.




자네는 어쩌면 내가 실금이 간 기둥이라고 생각할 테지. 어쨌거나, 나의 친구여, 자네는 절대로 그들만큼은 악해질 수 없을 거야. 기껏해야 자네는 나의 몸의 일부에만 철고리들을 둘러 조이거나 정신병자들의 코르셋을 입히라고 명령하겠지. 그러나 그와 동시에 자네는 나의 광기를 누설하지 않을 만큼은 선량할 거야. 자네는 그런 조처를 취한 것은 이 낡은 기둥이 부서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고만 둘러댈걸. 나의 주위로 몰려들곤 하는 관광객들은 그 말을 믿을 테지. 그러니 지난 9백 년 간의 나의 생애 동안, 아마도 나는 처음으로 내 자신이 타인의 동정의 대상임을 느끼게 될 테지……


"저런, 자네 벌써 눈물을 흘리는 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