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내 詩 속으로 258

이별 후에 / 구경욱

이별 후에 / 구경욱 어떡해. 어쩌면 좋아. 뜨락에 마지막 남은 단풍나무 이파리 기나긴 몸부림 끝에 눈물처럼 떨어져 버렸어. 가을 가고 겨울이 오고 또다시 봄이 찾아와도 언제까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을 불꽃같던 내 마음의 꽃빛 곱게 물든 너였는데.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이제는 낙엽이 서럽게 진 자리 머잖아 새하얀 눈꽃 눈이 부시게 피게 될 테니까.

고달프지만은 않으리 / 구경욱

고달프지만은 않으리 / 구경욱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 행복한 휴일 되시라는 안부메시지에 팔자 좋은 소리 한다며 새벽 출근해 일하고 있다는 볼멘소리처럼 날아온 답글. 휴일도 반납한 채 구슬땀 흘려야 하는 그대. 질곡을 가로지르는 버거운 삶에 속상해하지 마라. 마른 빵같이 팍팍한 오늘에 화내지도 마라. 비록 고된 산업 현장을 구르는 녹록치 않은 삶이라 할지라도 그대가 오늘 거둬들인 푼돈이 모여 내일이라는 커다란 행복 살 수 있으리니 결코 고달프지만은 않으리.

불티 하나 / 구경욱

불티 하나 / 구경욱 - 첫사랑 소녀에게 - 눈웃음이 곱게 내리는 아침 햇살 같던 소녀야. 이별하지 못한 이별 시간의 고갯마루 너머로 타고난 운명 거스르지 못해 멀어져간 사연이기에 아직도 애처롭게 이어지는 끝도 없고, 끝도 모를 내 첫사랑 이야기 행여 그대는 알고 있으련가. 메마른 봄날에 잔디밭에 번지는 불꽃같이 타버린 후 작은 불티 하나 가슴 깊이 피멍처럼 남아 타는 듯 타오르지 못하고 그렇다고 꺼진 듯 끝내 꺼지지도 못한 채 숱한 세월 눈물 가득 연기만 피어올리는 이 마음 행여 그대가 짐작이나 하련가. 이제는 낡아 버려야할 다이어리 속 이름아. 발걸음도 바삐 오고 갈 일상 중에 혹여 우연찮게 마주치는 날 오거든 잠시 멈춰 어리는 눈물로 마주보다 돌아설 땐 차마 하지 못한 이별 아름답게 하고서 가자. ..

죽어서도 지워지지 않을 당신

*** 죽어서도 지워지지 않을 당신 / 구경욱 *** 푸르름 꺾인 갈참나무 사이 시리게 가슴 헤집는 바람길을 걸으면서도 당신 향한 속된 마음조차 고결하게 여기려는 것이 죽음이 세상 인연 갈라놓는 날에 천상의 죄지음으로 남을지라도 나는 결코 주저하지 않으렵니다. 체온이 채 식지 않은 호흡 사이 그토록 가까이 서 있으면서도 다정히 부를 수 없는 당신의 이름 성스럽게 가슴에 새기려는 것이 하늘이 서로를 갈라놓는 날에 천주의 노여움으로 다가올지라도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으렵니다. 먼지보다 가볍게 지나쳐 온 시간들 처연한 몸부림으로 헤엄쳐 온 나날들 스스로에 대한 신뢰조차 여백 없이 메말라 버린 틈 순백한 하늘빛으로 메워 놓은 당신은 이미 나 죽어서도 지워지지 않을 사랑이 되버린 까닭입니다. 소설가 구경욱 196..

하루살이 / 구경욱

하루살이 / 구경욱 비오는 날에 태어나 눅눅한 처마밑 잔뜩 옹크린 채 생을 마칠 저 하루살이가 먹구름 너머 푸른 창공의 빛난 세상 어찌 알 수 있으랴 바람 부는 날에 태어나 비좁은 풀섶 진종일 몸만 사리다 스르르 죽어 갈 저 하루살이가 바람이 누벼대는 넓다란 세상 어찌 알 수 있으랴 이제라도 늦지 않으리 젖은 날개 털고 쏟아지는 빗속 힘차게 날아보렴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접었던 날개 펴고 바람에 맞서 한껏 날아보렴 하기는 허구한 날 고막 찢기우는 기계음에 목젖 눌러오는 희미한 전등불이 이 세상의 빛 다인 양 처연히 맴돌다 지친 내 삶의 이야기 너의 안타까운 한살이와 같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