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취미 잉어낚시

금강호 석자 잉어

소설가 구경욱 2022. 5. 22. 20:33

주말을 맞아 다시 찾은 금강호

 

지난 오월 초

대물 잉어가 붙을 것 같은 곳을 고르고 골라

갈대가 마치 밀림처럼 무성히 자란 생자리에

30분 넘게 길을 내고 

원투할 때 간섭하게 될 강쪽으로 늘어진 아카시나무 가지를

한시간 가까이 원숭이처럼 나무에 매달려 제거해서 만든

올 봄 산란기 시즌을 보낼 나만의 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주말마다 1박 2일 출조한지 이번이 세번째.

 

금강호는 수위 조절을 위해 수시로 배수갑문을 개방해

수위가 매우 불안하다.

그래서 낚시가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요즘은 봄 모내기철이다.

따라서 농경지에 양수하느라 일주일에 한번 정도 잠깐 배수갑문을 여는 것 같다.

 

토요일인 어제는 60~80급 잉어 세마리를 낚았는데

오늘은 그 귀찮은 눈불개 입질도 없다.

 

금강호 수위가 옥포 기준으로 283cm이고

물색도 더할나위 없이 좋은데다가 오름 수위인데...

 

더구나 하늘에선 무슨 일인지 헬기가 금강호 주변을 30분 가까이 맴돈다.

모터보트 매니아들은 떡밥 위로 신나게 오고가고...

 

젠장, 오늘은 텃군. 텃어~!

 

정오무렵이다.

밤낚시에 기대를 걸고 텐트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누워 있는데

40m 쯤 원투해 놓은 360릴대 방울소리가 요란하다.

릴 스풀이 근래에 보기 드물게 끊임없이 풀려 나간다.

대물 잉어를 직감하고 맨발로 뛰쳐나가 잡은 릴대

잠수함이라도 걸린듯 묵직하다.

 

그럼 그렇지~

오, 이 파워풀한 손맛~

이 맛에 내가 잉어낚시만 고집하지~ 

 

드랙을 약간 잠그고 당겨보지만

좀채 떠오르지 않고 우측 갈대밭 쪽으로

유유히 제 갈길만 가는 녀석.

 

어라~?

 

조력이 조력인 만큼 숱한 잉어를 만났던 나로써도 적잖이 당황스럽다.

갈대밭에 쳐박으면 얼굴도 보지 못하고 놓치겠다는 생각에

이판사판 무게감 따위는 아예 무시하고 원줄이 터지거나 말거나 잡아당긴다.

그렇게 도박 같은 릴링을 시작한지 15분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대물 잉어.

주먹이 들락날락 할만큼 큰 아가리로

지누 5호 바늘 여섯개를 욕심컷 삼켰다.

 

이러니 강제로 잡아당겨도 끄덕 없었지.

여튼 고맙다 잉어야. 고마워~

 

1980년대 초

부엉바위 저수지에서 잉어할아버지가 낚아올린 석자 잉어를 보고 시작한 잉어낚시.

그 이후 지금까지 통산 일곱번째 석자 잉어를

그렇게 뭍으로 끌어올렸다.

 

아래는 전날에 만난

60~80급 잉어들

 

 

 

평생 같이 살기 위해

집으로 이송해 문인방 연못에 풀어놓기 직전의

석자 잉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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