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증산리 산성 탐방기
보령시 주산면에 있는 황율리 산성과 화평리 산성 탐방을 마치고, 주산면 소재지로 나와 늦은 점심을 해물칼국수로 해결 하고서, 함께 했던 두 분의 선생님과 헤어졌는데 오후 네 시가 채 않됐다. 이상하게도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든다. 어딘가에 뭔가를 놓고 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니면 방학숙제 다하지 못한 채 개학하는 초등학교 1학년생의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런 류의 이상한 느낌이다. 해서 쇠뿔도 단김에 빼라 했다고 시루뫼 산성이 있다는 인근 증산리로 향한다.
묻고 물어 찾아간 증산리 시루뫼. 연세가 지긋하신 마을 어르신들이 때 마침 도로에서 수확 후 건조시킨 벼를 포대에 담고 계시다.
난생 처음 찾는 곳이니 뭐 별 수 있나? 그냥 다가가 넉살 좋게 인사부터 올리고 나서 마을을 찾게 된 까닭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드렸다.
헌데 웬 걸... 세 분 다 고개를 갸우뚱 하시더니 처음 듣는 얘기란다. 그러니 가지고 온 기본 자료를 꺼내 들고 백제시대 테뫼식 산성의 모양새 등을 처음부터 자세히 설명할 수밖에...
한참의 설명 끝에 한 분이 지표로부터 채 10m가 않되는 야산을 가리키시며, "요 동네가 시루뫼 동네고, 조기 너머가 성너머 동네여." 하신다.
"옳거니, 바로 찾았군." 하며 그렇게 위 위성 사진 속 노란색 원으로 표시 된 곳으로 올라가 일명 증산리 산성이라 불리우는 백제 토성의 흔적 찾기 정밀 탐색에 들어 간다.
헌데 이상한 일이다. 몇번을 오가며 둘러 보아도 내 눈엔 토성의 흔적은커녕 그 시늉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고, 또한 훼손 정도가 심하다 해도 어느 한 구석 어느 틈에라도 토축 흔적이 남아 있을 법도 한데 말이다. 야산 전체가 토성이라면 규모가 너무 커 말이 않되고, 적당한 위치에 야산 능선을 가로막은 토축 흔적이 남아 있어야 옳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두 시간 가까이 시루뫼와 성너머 일대를 이 잡듯이 뒤졌는데 그런 흔적은 도무지 찾을 길 없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 보니 위 사진 속 분홍색 원으로 표시한 오른쪽 주렴산 능선에 솟아오른 봉우리가 눈에 들어 온다.
▼ 시루뫼 마을 뒷산인 시루뫼봉
위 노란색 원으로 표시한 봉우리 이름이 주렴산 자락으로, 지표로부터 200m 남짓에 위치한 시루뫼봉이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저 곳에 산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 저기를 올라 가 보면 전형적인 백제 테뫼식 산성이 있을지 몰라..."
혼잣말을 하며 뒤돌아 해를 보니 이미 서해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어휴... 오늘은 텄군."
그렇게 집으로 향해 돌아오는데 마을 표지석이 눈에 띈다.
"거 참... 누가 표지석에다가 아예 소설을 써 놨네? 구슬이 시루로 변하는 아주 괴상한 추론의 소설..."
나도 모르게 콧웃음부터 풀쑥 튀어나온다.
▼ 증산리 마을 표지석
이곳과 같은 이름의 증산리(甑山里)는 부여 석성면에도 있다. 그곳에는 백제시대에 축성된 석성산성이 있는 곳이다. 또 시루모양의 산성이 있는 증산성이라는 곳이 규암면 신성리에도 있다. 내 눈엔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으로 보이니 따져 보고 확인해 바로 잡아야할 일이다. 표지석은 마을의 문패요 얼굴인데...
"에고, 헌데 갈 길은 바쁘고... 해는 져서 그럴 시간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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