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비망록 속으로

3년 만에 다시 찾은 은곡리

소설가 구경욱 2008. 8. 29. 13:58

3년 만에 다시 찾은 은곡리 변화의 조짐이…

 

 

 

“노느니 염불한다고 모인 김에 문화강좌”
한실마을 주민들 스스로 만드는 마을공동체
2007년 01월 12일 (금) 00:00:00 공금란 기자 senongmin@newssc.co.kr
   
▲ 10일 첫 문화강좌에서 김창규 군의원이 초대돼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변화는 사람을 흥분시킨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하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2003년 2월 문산면 은곡리를 찾았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찾은 은곡리는 분명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외형상으로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언덕 위에 보기 드물게 분홍색으로 치장한 예배당이며 마을회관과 그 앞의 정자는 모두 그대로이다. 마을회관에 모여 산촌마을 겨울을 나는 사람들의 떠들썩함도 여전하다. 게다가 얼마 전에 새로 뽑힌 이장님 이름도 ‘구수환’ 여전히 똑같다. 동명이인으로 이번엔 젊은 구수환 씨가 이장을 맡게 된 것이다.

은곡리 옛 이름은 ‘한실’이다. 요즘 한실마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농민소설가로 알려진 구경욱 씨다.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 농사를 하기 때문에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농한기가 아닌 까닭도 있지만, 문화강좌를 마련하고 세시풍속을 찾아 재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노느니 염불한다고 기왕지사 마을회관에 맨 날 모여 점심까지 해먹어가면서 동양화 감상하느니 좀 보람찬 일 한번 해보자”해서 기획된 것이 마을 강좌이다.

강좌라 해서 대단한 게 아니다. “면장님, 군의원님 또 지역에서 열심히 사시는 분들 모셔다가 오후 1시간 이야기 듣고 궁금한 것 묻고 하는 시간이면 족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첫 강좌가 지난 10일 오후 2시에 이뤄졌다.
이 마을이 계획하고 있는 건 이뿐 아니다. 새해에는 객지에서 찾아든 친지들과 모두 모여 합동세배를 하는 것이다. 이어 지난 연말에 결성한 대동회에 임무가 맡겨졌는데 정월 대보름에 대동제를 열어 세시풍속을 재현하며 마을의 화합과 안녕을 기원할 계획이다.

   
▲ 문화강좌 후 늘 함께 나누는 점심시간
한 가정에 식구래야 서너 집을 빼고는 혼자며 둘이다. 그러니 겨우내 마을회관에 모여들어 점심까지 해먹어가면서 섞어 지내지만 막상 마을의 전통문화는 잊은 지 오래였다.

그래서 구경욱 씨가 이참에 단단히 맘을 먹고 마을사람들의 동의를 얻어내 이일 저일 시도하는 참이다.

“처음 시도하는 거라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평소 궂은일 좋은 일 마다안고 협력하는 것을 보면 잘 될 것 같다”며 기대에 차있다. 이 일이 잘 되면 내친 김에 조선 성종 때 좌찬성을 지낸 백결제 구종직 어른를 모시는 청덕사의 제사며, 아직도 터가 남아있는 서당도 되찾아 볼 심산이다. 나아가 지금은 사라져 흔적도 없지만, 인근마을에 있었다던 건암서원을 다시 찾고 싶어 한다.

요즘 나라나 지방정부에서 돈을 대주며 무슨 무슨 사업을 하는 마을들이 많지만 100의 하나 성공할까 말까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또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감당할 수 있는 일보다는 도시사람들 입맛에 맞는 일을 억지로 들이대서 탈이 난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한실마을은 주민들 스스로가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빚어내는 것들이라 척척 잘 해낼 공산이 크다. 옆에서 보기에도 이 마을의 공동체는 참으로 자연스럽고 신명난다.

한실마을 출신 국전 서예가 구대섭 씨가 ‘서로 공경하므로 듣는 아름다운 대화의 집’이란 뜻으로 마을회관에 붙여준 ‘敬聽佳話堂-경청가화당’이 제 목을 톡톡히 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