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새끼는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사는지...
지금으로부터 이십 수년 전 일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83년 7월 말쯤에 있었던 일이다.
장마 전선이 물러 갔다는 예보가 나오기가 무섭게 잉어채비를 해 봉선지로 향했다. 구름 사이로 간간히 쏟아지는 햇살이 따가웠지만, 짜개도 150개 정도 준비 했겠다, 일도 대충 마무리 했으니 대충 일주일은 그곳에서 개기고 올 요량이었으니 이마와 등줄기에 흐르는 땀 쯤 아무런 문제도 되지 못했다. 이미 3일 전에 비를 맞아 가며 터를 닦아 놓고 밑밥을 투척해 놓았으니 최소한 꽝을 면할 터이니.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다.
"아니 저 새끼가...???"
그 새끼(나는 그를 그렇게 불렀음)는 미리 메직으로 '밑밥 주었음 -구경욱-'이라 라면 박스에다 써 놓은 내 포인트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보란 듯이 박스를 깔고 앉고서.
나는 다짜고짜
"야, 이 씨파알 새꺄! 넌 눈구녕도 읍냐?"
그 새끼가 뒤돌아 보더니 콧방귀를 뀌면서
"얼라려...? 워떤 늠이 이 저수지를 전세 놨댜? 대동강도 팔아 먹은 늠이 있다댕, 그 늠이 이 늠에 봉선지도 팔아 먹었나"
하는 게 아닌가. 평소 한 고집 하는 나나 그 새끼 역시 동네에서 내 놓은 놈인지라 쉽사리 물러 서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씨팔좃팔 몸싸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그렇게 시작된 몸 싸움은 10 여분가량 이어졌다.
"에이, 재수 없을라니까...!!!"
서로가 서로를 익히 잘 알고 있는지라, 결국 못이기는 척 옆에서 달려 온 낚시꾼들에 의해 겨우 진정 되었는 데 그 새끼가 어찌된 노릇인지, 낚시를 걷어 20여 미터 옆으로 옮기는 게 아닌가. 서쪽에서 해가 뜰 일이지
그날 밤이다. 아는 처지에 서먹하게 옆에서 낚시를 하는 게 웬지 그래서, 그 새끼가 있는 곳으로 소주병을 들고 찾아갔다. 소주라면 환장하는 그 새끼였기에 기분 좋게 며칠간 낚시를 하기 위해선 쥐약은 그 것 뿐이었다.
"아까는 미안했다."
그 새끼가 나를 흘끔 쳐다보더니, 내 손의 소주병을 발견하고는 뒷꼭지를 긁적거렸다.
"미안은 뭘..."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낮에 있었던 일을 서로가 사과를 했는데, 그 새끼 왈
"엊그제 큰 늠 하나 잡았다. 진짜루 큰 늠."
귀가 솔깃했다.
"얼만한데?"
"잉어 입에 두 주먹이 들락날락 허드라."
원래 그 새끼에게 허풍끼가 있었던 터라
"뭐? 입에 두주먹...? 야 이 새꺄! 잉어 입에 어떻게 두 주먹이 들락날락 해...? 니가 그런 걸 잡았으면, 나는 엊그제 눈이 꽹과리 만한 놈 잡었어."
그랬더니 그 새끼 왈
"참말여, 눈이 징 만하더라니까?!!!"
"야 이 미친 늠아! 뭐...? 잉어 눈이 징...? 코키리 눈도 요만밖에 않는 데 ........."
어쨌든 분위기 좋다가 다시 옥신각신하며 각자 낚시를 하게 되었는데...
두 사람 모두 밤을 몰황으로 지세운 다음 날이었다. 11시 무렵이다. 그 새끼의 방울낚시가 '땅랑" 하더니 줄이 사정없이 풀리는 게 아닌가. 경험으로 미루어 대물 잉어임에 틀림 없었다.
나는 속으로 놓치기를 간절히 빌었다.
10여분 쯤 지났을까. 그 새끼가.
"이야!!! 메다 잉어다!!!"
짐짓 모른 채 하던 나였지만 '메다'라는 말에는 눈이 번쩍 하였다. 그래서 뛰어 가 보니, 그 새끼 말대로 일 미터가 넘는 놈이 코 앞에서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잉어와 한참을 실랑이 하던 그 새끼가, 팔짱을 끼고서 제발 놓치기를 바라고 있는 내게
"야, 안 도와 주고 뭐하냐?"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옳거니' 하고 뜰채를 잽싸게 잡았다. 잡아 올리는 척 하다가 잉어를 바늘에서 떨어지게 만들 속셈에 쾌재가 절로 나왔다. 그래서 뜰채를 잡고 물에 들어 갔는데,
"헉, 이런...!!!"
잉어는 물 밖에서 볼 때보다 훨씬 커 자신도 모르게 손이 부들거렸다. 허나 그 새끼가 내 기록을 깨고서 까불거리는 꼬락서니는 절대 볼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잉어가 뒤돌아 섰을 때 뜰채로 잉어의 꼬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깜짝 놀란 잉어가 퍼덕하더니 순식간에 차고 나갔다.
"야, 잉어를 꼬리부터 뜨면 어떻하냐?"
하지만 잉어는 바늘에서 떨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니가 알아서 잡든지."
"아, 알았어."
그 새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 꼬리를 내렸다.
그러기를 서너차례 반복했지만 잉어는 어찌된 노릇인지 낚시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낚시를 뜰채에 걸어 잉어 입이 찢어져 바늘이 빠지게 하리라 마음을 먹고서.
"으랏찻찻~차~아!!!"
하며, 두 눈 꾹 감고서 잉어 머리만 번쩍 들어 올렸다.
잠시 후, 나는 속으로 '이번엔 끝났겠지.' 하며 속으로 웃으면서 눈을 떳다. 그리곤 슬며시 그 새끼 쪽을 바라 보았는 데.
나는 그 때 기절을 할뻔 했다. 잉어가 물 밖에서 퍼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나. 내 행동에 깜짝 놀란 잉어가 얼결에 도망친다고 물 밖으로 뛰어 나왔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 새끼가 메다 잉어를 잡았는 데 계측을 해보니 105cm...
나는 가끔 잉어 낚시를 하다가 웃곤 한다. 그 새끼가 떠올라 그렀다. 20 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 봐도, 참 기가 막히고 절로 웃음이 나오는 일 아닌가.
어쨌든 그 새끼...!!! 장 수 왕...!! 물 水자에 임금 王자를 쓰던 그 새끼.
지금 그 새끼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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