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하나 - 허를 찌르는 전술과 파격적 선수 기용이 필요한 때
지난 23일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나이지리아에게 선제골을 내주고도 2-2로 비기면서 남아공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그토록 온 국민이 고대하고 열망했던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다. 이로써 우리 대표팀은 26일 멕시코를 밀어내고 A조 1위로 올라온 우루과이와 8강 진출을 놓고 자웅을 겨루게 됐다.
16강전에서 우리와 맞붙게 된 우루과이는 어떤 팀인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긴 말 필요 없이 우리에게 A메치 전적 4전 4패를 안긴 남미의 전통적 강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상대 전적으로 볼 때엔 도무지 넘볼 수 없는 상대라 할까. 허나 그렇다고 우리 대표팀이 마냥 주눅들 필요는 없다. 지난 경기들이 모두 아슬아슬한 한 점 승부였던 데다가 우리 대표팀이 종전의 전력보다는 객관적으로 훨씬 강해진 까닭이다. 팀의 주축이 되는 박지성, 이청용, 박주영 선수 등이 유럽 무대에 진출해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세계 무대에서 통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바침한다. 또 우리 대표팀은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무패의 기록으로 통과한 것이 이를 확실히 증명하고 있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낸 치솟은 사기는 천금을 주고도 얻기 힘든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우리 대표팀이 16강 진출을 두고 벌인 지난 세 경기를 통해 우리의 경기력과 전술 전략 등 모든 것이 다 드러났다. 우루과이는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울 것은 뻔한 일이다. 특히 아르헨티나전에서 드러난 우리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은 축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필자라 할지라도 그렇게 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4강 신화를 일궈낸 2002년 한일월드컵 우리 대표팀을 상기해 보자. 애초 주최국 자격의 대한민국 대표팀은 수비만 펼치다가 힘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서 유럽 강호들의 제물이 될 것으로 예상 됐었다. 허나 당시 히딩크 감독은 우리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강한 체력과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강한 압박과 양보 없는 적극적인 파상공세를 펼쳤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 즉 우리의 약점인 개인기 부재와 체격적 열세를 이로 대신 메워나갔던 것이다. 한 마디로 전원수비 전원공격의 벌떼 전략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제 아무리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축구강국이라 할지라도 허를 찌르는 전략에 당황해 하며 농락당할 수밖에.
그래서 선수비 후역습을 들고 나왔다가 4-1로 참패를 당한 지난 아르헨티나전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원톱으로 나섰던 박주영이 수비지역까지 내려와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점수를 내주지 않고 비기려는 전략이었던 것 같다. 허나 누가 봐도 허정무 감독의 그런 전략은, 먼저 골을 넣었을 때 이길 확율은 물론 비길 확율 또한 더 높아진다는 것을 망각한 실책이다. 우리 대표팀은 북한과 같이 오랜 시간동안 모여 조련된 수비 위주의 경기에 익숙한 팀이 아니다. 그렇다고 부라질이나 아르헨티나처럼 개인기로 무장된 팀도 아니다. 우리 한국축구는 작은 톱니바퀴로 된 손목시계같이 조직적으로, 또 지칠 줄 모르고 전방을 뛰어다니며 기회를 엿보는 그런 팀, 맞으면 맞을수록 더 빨리 돌아가는 팽이처럼, 뛰면 뛸수록 더 힘이 나는 이상한 특성을 지닌 그런 팀인 것이다. 따라서 최전방 공격수들이 직접 골을 넣지 못한다 하더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상대 지역을 파고들어 몸싸움을 펼쳐줄 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 진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나온 이정수의 두 골과 박주영의 골 배경이 그 예라 하겠다. 그러니 전후방의 간격을 좁혀 두텁게 하고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등 전방의 선수들이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뛸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전략이 절대 요구된다. 웃기는 얘기지만 그렇게 뛰다가 지쳐 나가 떨어질 때쯤 재빨리 교체해 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아는, 또 보고싶어하는 투혼의 한국축구인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이제부터라도 그동안 우리의 눈길에서 비켜 서있는 선수들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23인의 최종에트리에 포함되 월드컵에 참가했으나 벤치만 달구고 있는 선수들, 이들은 주전 선수들의 연습 상대로 남아공에 간 것이 아니다. 내가 보기엔 유럽에서 뛰는 두세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전과 비주전 선수들의 실력 차이는 도토리 키제기이다. 숨가쁜 일정 속에 진행될 16강 경기에는 그래서 그들의 역활이 절실하다. 이미 세 경기를 뛴 주전 선수들은 심신이 피로해져 있고, 우루과이전은 앞 경기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3일만에 치르게 된다. 그러니 경기 후반 체력이 급격히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선 당일 컨디션만 좋다면, 이승렬, 김보경 같은 겁없는 신예들과 이동국, 안정환 같은 노련한 경험을 최대한 살리는 파격적 선수 기용의 묘가 필요한 때다. 전투에서 늘 예상을 비껴간는 비밀 병기의 출현은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가장 큰 전략 중 하나인 까닭이다. 난세가 영웅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과연 이정수 선수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새로운 국민영웅으로 떠오를 줄 누가 감히 짐작나 했을까.
여튼 오는 26일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무너뜨리는 모습과 8강전에서 미국, 혹은 가나와 맞짱 뜨는 태극전사들의 자랑스런 모습을 보고싶다. 또 기왕이면 이렇게 내친 김에 남아공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의 새로운 신화가 탄생되는 모습을 지켜보며서, 2002년에 그랬 듯이 온몸을 다시 한 번 부르르 떨어보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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