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한실 이야기]/** 한실은 지금

은곡리 운포서당

소설가 구경욱 2008. 12. 24. 11:47

 은곡리 후록에 있는 운포(雲圃)서당에 산책 삼아 다녀왔습니다.

 

 

 

서당으로 오르는 진입로 초입의 대나무 숲입니다.

댓잎이 바람에 부딧는 소리가 감미로운 곳이랍니다.

 

대나무숲 사이에 모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수확을 하지 않아 이렇게 바닥에 널부러져 있네요.

 

내려 오는 길에 주워 와 모과차 만들었답니다.

 

대나무 숲을 지나면 소나무 사잇길이 나옵니다.

이곳을 걷노라면, 알싸한 솔잎향이 코끝을 향기롭게 스친답니다.

 

서당 앞마당엔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느티나무입니다. 보호수림으로 지정된 뒤 표지석을 세워 놓았습니다.

뒷편으로 서당의 모습이 보입니다.

 

사료에 따르면,

조선조 중종 36년 (1541년) 선조 희자로자 (先祖 希字魯字) 님께서

사숙서당(私塾書堂)을 창건 우물을 파니 수원이 풍부하여 그 아래에

연못을 파시고, 그 옆에 이 느티나무를 심으시고,

학문을 즐기시며, 자손과 근동의 학자들을

훈몽하셨다 합니다.  

 

아래는 연못 터 입니다.

지금 흔적만 간신히 남아 있습니다.

 

 

운포서당 전경입니다.

 

 

원래 이 건물은 지붕이 기와로 돼 있었데

지붕이 낡아 빗물이 스며들고,

그 무게 때문에 건물이 조금씩 기울기 시작해

자손들이 지방문화재 지정을 관에 요청했으나 거절되자

생철로 교채했답니다.  

 

아래 사진은 그 당시 철거한 기와편입니다.

 

기와편 뒤로 담장이 보입니다.

이것 역시 보수공사 때 무너진 돌담 대신 둘러 친 시멘트 구조물입니다.

 

  

은곡리 운포서당의 특이점은

민가에서 외떨어진 야산 9부 능선에 있다는 것이고

아무리 극심한 가뭄이 든다해도

여지껏 한 번도 마른 적 없는 우물이 있다는 것입니다.

 

둘러 보는 내내 아쉬웠던 점은

이렇듯 아무렇게나 방치해 둘 것이 아니라 

인근 건암서원과 함께 하루 빨리 복원 돼야 한다는 것이고,

우리 후손들이 옛 선조들의 숨결을 느끼며

풍운의 꿈을 키우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탐방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 저의 발걸음을

무겁게 붙잡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