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한실 이야기]/** 한실은 지금

은곡리의 민속 문화[1] 살강제사(~~祭祀)

소설가 구경욱 2008. 12. 23. 00:12

은곡리의 민속 문화[1] 살강제사(~~祭祀)

 

  내고향 한실엔 예로부터 내려오는 독특한 형식의 제례문화가 하나 있다.  일명 살강제사(~祭祀)가 그것이다. 아시다시피 살강은, 그릇 따위들을 얹어 놓기 위하여 부엌의 벽 또는 중턱에 드린 선반을 말하고, 제사(祭祀)는 천지신명을 비롯해 신령이나 죽은 이의 넋에게 먹을거리를 바치어 정성을 드리는 일을 말한다. 말 그대로 살강제사는 부엌에서 올리는 제사이다.

 

  한실은 여느 시골마을과 마찬가지로 60년대 이전만 해도 의료 문명 혜택으로부터 절대 소외 받았던 오지마을이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전염병 등이 돈다해도 민간 요법에 가까운 침술이나 무당을 불러 행하던 주술 정도가 고작이었다. 따라서 후손 두지 못한 채 요절한 처녀 총각, 혹은 첫돌 이전에 죽음을 맞이한 아기들이 많았다. 살강제사는 바로 이들의 넋이나 혼백을 대상으로 하였다. 대상이 어린 영혼이다 보니 추도일에 가족이 모여 분향재배를 올리는 정식 제례는 아니다. 보통 저녁 설거지를 마친 할머니나 어머니들이 부엌 살강에 남은 밥 한 사발에 냉수 한 그릇 올려 놓는 것이 전부였다. 차마 피워보지도 못한 채 구천을 떠돌고 있을 배고픈 영혼들을 위로해 가정의 무탈을 기원하는 어머니들의 정성에 가깝다.

 

시기는 일정치 않았으나 대개 음력 8월 14일이나 섣달 그믐날 밤에 행해졌다. 물론 지금은 21세기의 새로운 문명과 종교 문화에 떠밀려 사라진 독특한 한실 문화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