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어 낚 시 통 신 / 윤대녕
내가 태어나던 1964년 7월 12일에 아버지는 울진 왕피천에서 은어낚시
를 하고 있었다. 여름이 되면 그는 왕피천과 호산 기곡천, 그리고 양양
에 있는 남대천으로 계류낚시를 즐기러 가곤 했다. 그리하여 그날 칠월
의 무더위 속에서 어머니는 땀을 뻘뻘 흘리며 혼자서 나를 낳았던 것이
다.
그날따라 조황이 좋았던지 아버지는 바구니 가득 은어를 채우고 집으
로 돌아와서는 강보에 싸인 나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이놈이 크면 함께 은어낚시를 가야지.
나는 그소리에 잠이 깨 마구 울어대기 시작했다.
나는 속성 재배하는 채마처럼 쑥쑥 자라 여름철이 되면 아버지를 따라
은어낚시를 다니곤 했다. 은어들은, 강을 거슬러 오르던 중에 우리의
털바늘낚시나 놀림낚시 채비에 걸려들었다. 우리는 은어가 산란을 하기
위해 하구로 내려오기 시작하는 구월 무렵까지 낚시를 계속했다.
은어가 봄이 되면 바다로부터 돌아와 여름내 강물을 거슬러 오르듯이,
나 또한 해마다 여름이 되면 그들을 따라 강으로 회유하곤 했다.
그들이 내게 첫번째 통신을 보내 ?것은 수요일의 늦은 밤이었다.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일층 우편함 속에 들어 있었다. 가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 나는 집 앞에 있는 24시간 편의점 로손에서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식빵과 야채주스,
캔맥주,그리고 원드커피를 끓이는 데 필요한 여과지 따위들이었을 것이
다. 희미한 외등 불빛을 받아 어쩐지 서글픈 빛으로 길게 늘어나 있는
내 그림자를 밟으며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섰을때, 나는 주황색 우편함
속에 꽂혀 있는 청첩장 크기의 하늘색 봉투를 발견했다.
'은어낚시통신'겉봉 좌상귀에는 컴퓨터 프린트 글씨체로 이같이 씌어
있었다. 그러나 보낸 이의 주소라든가 전화번호는 오늘쪽 아래를 보니
역시 같은 글씨체로 내 이름과 주소가 또박하게 인쇄돼 있었다.
현관에서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 사이 수위실의 사내가 휴대
용 텔레비전에서 아홉시 뉴스를 보고 있다가 뚱한 눈으로 나를 내다보았
다.
나는 우선 비에 젖은 옷을 벗어 세탁기에 던져 넣은 다음 커피를 끓이
고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는, 때로 누군가 찾아와주기를 바라는 어둑
한 거실의 소파에 혼자 앉아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맥
주를 마셨다. 알코올과 약물중독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1958년 마
흔네 살의 나이로 자신이 늘 읊조리던 슬픈 노래처럼 죽어간 빌리 홀리
데이. 혼자 있게 되는 음울한 저녁나절이면 나는 맥주를 마시며 매양
그녀의 노래를 듣곤 했다. 그녀는 그토록 신비한 목소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자살하다시피 죽어버린 것일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생
멸해간 흑인 가수의 고적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세상의 아주 외진 곳
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진저리를 쳤다.
그때 낮게 가라앉아 있는 실내의 공기를 뒤흔들며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흘끗 창가에 몰려와 있는 어둠을 쳐다보며 벨이 다섯 번 울릴 때를
기다려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이렇게 늦은 밤 내게 전화가 걸려오는 것
은 드문 일이었다.
한데 내가 여보세요, 하고 난 다음에도 상대방은 꽤 긴 사이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잘못 걸려온 전화인가 싶어 수화기를 내려놓으려 할 때
서야 아득한 미지의 저쪽에서 저......
하는 소리가 가늘게 전해져왔다. 퍼뜩 심상찮은 물㉯?들어 나는 슬그
머니 수화기를 도로 귀에 갖다대고 상대방이 뭐라 말해오기만을 집요하
게 기다렸다. 약 십초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웬 낯선 여자의 마른 목
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빌리 홀리데이을 듣고 계시는군요."
"!......"
뇌수에 바늘 끝이 와 닿은 느낌이 듦과 동시에 나는 조심스럽게 자세
를 가다듬었다. 마치 굳게 잠가놓은 문을 열고 누군가가 슬쩍 방안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대꾸하지 않고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런 돌연한 일이 생기는 경우 나는 온몸의 힘을 다 빼고 가만히 정면을
노려보는 습관이 있다. 절대로 먼저 서두르거나 달려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불의의 역습을 받고 쓰러진 경험이 벌써 여러번 있는 터였다.
"심야전화라서 놀라신 모양이네요. 용건을 말씀드리자면......"
정말 건조한 목소리였다.
"저희 은어낚시모임에서 보내드린 우편물을 받아보셨는지요."
"은어낚시모임요?"
이렇게 반문하자 이번에는 그녀가 잠시 주춤하며 이쪽 동종을 살피기
라도 하듯 소리가 없었다. 내 나이쯤 됐을까. 결혼한 여자의 목소리는
아니다. 그리 ? 지그 그녀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전화를 걸고
있다. 나도 이쯤은 감지할 수 있는 정도의 나이가 돼버린것이다. 나는
아까 깜빡 잊고 뜯어보지 못한 하늘색 봉투를 집어들며 그녀에게 물었
다.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뜯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겁니
다. 그런데 이 안에 뭐가 들어 있죠?"
"저희 은어낚시모임에서 선생님께 보내는 초대장입니다."
나는 벽시계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밤 열한시가 다 된 시
간에 낚시회에서 전화를 걸어오다니. 또 지금은 은어낚시철이 지나지
않았는가. 게다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낚시회 따위하고는 아무런 연고
가 없을 뿐더러 낚시를 그만둔 지도 벌써 여러 해가 된 것이다.
"지난 여름에 선생님께서 신문에 쓰신 은어낚시 기사 기억나시죠? 그
기사를 보고 저희는 이번에 간성에 있는 북천과 울진의 왕피천으로 계류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우편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무튼 선생님을 저
희 모임에 모시고 싶습니다."
"글쎄, 뭐 어쨋든 읽어보기는 하죠."
"안에 지정된 장소와 시간이 적혀 있으니 아무쪼록 그날 참석해 주시
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어머, 벌써 레코드의 에이
면이 다 돌아갔네요."
우체부가 편지를 홱 집어던지고 바삐 사라지듯, 그녀는 내가 뭐라 하
기도 전에 이렇게 호들갑을 떨며 냉큼 전화를 끊어버렸다. 사실 밤늦게
이런 전화를 받으면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던 감정의 리듬과 균형이 흐트
러지기 때문에 달갑지가 않다. 하지만 오늘은 참겠다. 빌리 홀리데이를
알고 있는 정도의 여자라면 그래, 참을 도리밖에.
아무튼 나는 문제의 그 봉투를 뜯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상 서
랍에서 가 ㎏?꺼내들고 나는 침착하게 봉투의 가장자리를 오려 내고 안
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꺼내보았다.
그것은 사진을 복제 인쇄해서 만든 한 장의 엽서였다. 앞면의 사진을
자세히 보니 뜻밖에도 그것은 커티스의 [호피인디언]이란 작품이었다.
어디서 이런 사진이 인쇄된 엽서를 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반갑
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오래 전에 [북아메리카 인디언]이란 그의 사
진집 중 한 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없어져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한 사진이었던 것이다. 나는 휘적휘적 소파로 돌아
가 앉으며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군...... 그래, 이건 단순한 우편물이 아
니란 말이지.
아니나다를까. 엽서 뒷면에 촘촘히 박혀 있는 글자들을 읽어가는 도
중에 나는 서서히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는 지명수배라도
당한 듯한 께름칙한 기분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은어낚시통신 930911
말하자면,
지난 여름 귀하께서 신문에 게재하신 은어낚시 기사가 우리들 중 한
사람으로 하여금 귀하를 우리 모임에 참석시키자는 제안을 하도록 했습
니다. 귀하께서는 수년 전 한 여자와 만나고 또 헤어진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그게 누구라는 것은 이 엽서를 보신 후 당사자인 귀하께서 짐
작하실 일이고 또 지금 저희들로선 밝힐 수가 없습니다. 만일에 그 사
람을 기억하시게 되고 더불어 만나고 싶으시다면 아래에 적힌 날짜와 시
간에 지정된 장소로 나오시기 바랍 求?
한 가지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암호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만나고 있는 익명의 지하집단입니
다. 은어(銀魚)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문장(紋章)입니다. 하지만 귀하
가 쓴 훌륭한 낚시 기사를 읽지 않았더라면 지난 여름 우리는 은어낚시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을 겁니다. 이제 매년 여름 우리는 은어낚시를 다
녀올 계획입니다. 우리의 이러한 계획에 귀하가 동참해주시면 더없는
기쁜이 되겠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나중에 아시게 되겠지만 귀하와
우리는 진작부터 밀접하게 연결돼 있 ?관계라는 점 마지막으로 말씀드
리고 싶습니다.
아래.
9월 셋째주 토요일(18일) 18:00, 광화문 카페 '텔레폰.'
추신 : 이것은 비밀통신이므로 소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내가 들고 있는 엽서를 이물처럼 내려다보며 거푸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서서히 머리가 욱죄들며 혈관의 피돌기가 빨라지고 관자놀이의
맥박 뛰는 소리가 고막을 툭툭 쳐댔다. 나는 한번 더 엽서를 주의깊게
읽어본 다음 냉장고에 남아 있던 맥주를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누가
이런 소환장 같은 엽서 따위를 립뼁都?말인가. 셋째주 토요일이라면
이번 주를 말함이 아닌가. 또 '텔레폰'은 광화문에 갈때마다 내가 들르
는 카페 이름이지 않는가. 이들은 내가 누구인지를 훤히 알고 엽서를
보낸 게 틀림없었다. 제기랄. 전에 나와 만났다 헤어진 여자란 도대체
누구더란 말인가. 과거에 헤어진 여자의 이름을 일일이 외우고 있는 놈
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나는 소파에 길게 드러누워 커티스의 [호
피인디언]을 다시 뚫어지게 들여다 보았다. 텐테이블에서는 여전히 빌
리 홀리데이의 레코드가 방심한채 빙글빙글 뭬튼“?있었다.
그들이 말한 낚시 기사란 내가 지난봄과 여름에 걸쳐 모 일간신물에
연재했던 '길 따라 물 따라'란 기사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것은 낚
시꾼들을 위해 전국 유명 낚시터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교통편이라
든가 숙박시설 기타 그곳을 찾는 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서 신물사 생활부에서 기획한 난이었다. 주말마다 실리는 그 기사는 제
법 독자가 있어서 나는 꼬박 오 개월 동안 전국 유명 낚시터를 훑고 돌
아온 터였다. 소위 말하는 예술사진으로 별빛을 보지 못한 후 나 ?광
고사진을 몇 년 하다가 그것도 지긋지긋 한 생각이 들어 우연한 기회에
평소 안면이 있던 신문사 사람을 통해 들어온 그 제의를 선뜻 받아들였
던 것이다. 말하자면 객원 리포터 형식을 취한 임시고용 기자직이었다.
얼마간 떠돌아다니며 내친김에 풍경사진에 앵글을 들이대볼 작정이었다.
사단(寫壇)이나 광고업계의 생리에 일찍부터 진절머리가 나 있는 터였으
나 그럴수록 한편으론 사진다운 사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기
도 했던 것이다. 어쨋든 마지막 승부를 지금까지 못 해본 풍경사진에
걸어보고 싶었던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마침 나도 십여 년의 조력(釣
歷)은 있었으니 그닥 부담스런 일만도 아니었다. 아무려나.
시간이 갈수록 내 머릿속은 난마처럼 헝클어져 자정이 넘어 침대에 누
웠으나 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식탁 위에 던져놓은 엽서의 사진
이 눈에 달라붙어 좀처럼 사라지지를 않았다.
어느날 '은어낚시모임'을 가장한 익명의 지하집단으로부터 난데없이
배달된 [호피인디언]. 내가 그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관계라니.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군가는 한때 나와 燒美??같이 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지금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새벽 두시쯤 됐을까. 나는 몽유병 환자처럼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나
거실 식탁 위에서 잠자고 있는 엽서를 떨리는 손으로 집어들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의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너무 어두워 차라리 투
명해져버린 시간에 말이다. 오래 전 어느 날엔가 나는 커티스의 사진집
을 '그녀'에게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녀가, 나를, 불렀다..... 그렇다. 어느 정체 모를 집단에서, 그녀
가, 나를 부른 것이다. 그녀가 아직 이 서울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니!
벌써 삼 년 전 일이다. 인간관계만 하더라도 나 같은 사람에겐 무수
한 변화가 뒤따랐을 시간이다. 아무튼 그해 가을에 그녀는 내 앞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홀연히 사라져 버린 여자였다. 여화의 마지막
장면-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녀의 직업은 배우 겸 광고모델이었다. 대
학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몇몇 시시한 영화의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그
다지 빛을 본 배우는 아니었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모 의류
회사의 시에프 광고를 찍고 있었다. 스물일곱이었으므로 나와는 동갑인
데다 우연하게도 같은 칠월생이었다. 그러나 배우로서 성공하기엔 이미
늦은 나이였다. 그녀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고 광고모델을 시작한 건
순전히 생활비 때문이었다. 처음엔 속옷 모델을 하다가 나를 만날 때쯤
엔 중소기업의 상품광고에 싼값으로 출연하는 이미 한물간 모델로 전락
해 있었다. 그러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새로 창업한 대기업 계열사의
수영복 광고를 출연할 기회를 잡았던 터였다. 당시 광고회사 촬영팀에
서 일하고 있던 나는 수영복 광고를 찍기 위해 제주도 성산포에 갔다가
그녀를 만났다.
김청미. 한자 이름이 청미(靑眉)인지, 청미(靑米)인지, 청미(靑美)인
지가 항상 궁금했다. 그러나 나는 묻지 않았다. 그냥 그런 식으로 상
상해보는 게 좋았던 것이다.
아무려나 여름 기획상품 광고를 만들기 위해 초봄에 일정을 잡고 바다
에서 촬영하는 것은 작업팀은 물론이고 아직 차가운 바닷물 속을 수없이
드나들어야 하는 모델들로서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수정안, 대체안
까지 합쳐 네댓 개의 각기 다른 이미지 촬영을 하고 나면 모델들은 그야
말로 녹초가 돼버리고 말았다. 더군다나 시에프란 한번 제작되면 같은
내용을 일정 기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제작자의 마음에 들
때까지 똑같은 시퀀스를 끝없이 찍어대야 했다.
바다는 차라리 사막같이 건조해 보였다. 뒷전에 유채밭이 노랗게 엎
드려 있었으나 그것조차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모델들은 추위에 벌
벌 떨면서도 싸구려 인형처럼 웃어야만 했고 작업팀 관계자들은 그녀들
을 향해 상스런 말까지 거침없이 내뱉곤 했다. 게다가 광고회사측에선
제작비를 줄이려는 속셈이었는지 근처 민가로 숙박을 정해 잠자리마저
불편했다. 도 일이 끝나면 우우 시내로 몰려나가 술추렴들을 하는데 그
녀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그들의 술시중까지 거들어야 했다.
삼박사일의 마지막 날 밤 나는 일행 뒤에 처져 민박으로 돌아와 누워
있다가 자정쯤 바닷가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며칠 폭음한 탓인지 몸에
서 흙가루가 흘러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바람은 몹시 차가웠지만 거
대한 보름달이 코발트빛 바다 위에 비행접시처럼 조용히 흔들리며 떠 있
었다. 그리고 나는 저쪽 일출봉이 바라다보이는 유채밭 앞에서 조그맣
게 웅크리고 앉아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저녁마다 술자리에 끌려다니
며 받는 은근한 수모 때문에 유독 힘들어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나
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속이 메슥거려 빠져나왔어요. 받지도 않는 술을 계속 퍼댔더니 죽을
맛이에요. 도대체 느끼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죠. 겪어보니 당신들 모두
그렇고 그런 사람들예요."
"....."
몸살기마저 있는지 얼굴이 열에 떠 있었다. 그녀는 담배를 꺼내물고
연기를 길게 바다 쪽으로 내뿜으며 잔기침을 해댔다. 체념 어린 표정에
깃들인 우수가 그녀의 지친 마음을 짐작케 했다. 추운지 그녀는 자주
옷섶을 여미며 흠칫흠칫 몸을 떨어댔다. 한동안 입을 굳게 다물고 나는
수평선 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새떼를 묵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뭐죠? 기러긴가요? 아니면 갈매긴가요?"
카메라를 들고 나왔을 것을...... 이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사이 그
녀가 담뱃불로 수평선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환호하던 목소리의 눈부
심.
그러나 너무 먼 데서 새가 날고 있었으므로 그게 무엇인가는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기러기는 아닐 터였다.
"기러긴 다들 돌아갔겠죠."
"그렇죠? 돌아갔겠죠?"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시 얼마간 기묘
한 침묵이 흐른 뒤에 그녀가 나를 돌아보며 주저주저 물어왔다.
"기러기도 귀소성 동물인가요? 아니면 그냥 철새인가요?"
뭘 묻기를 좋아하는 여자였다. 마음이 하동(河童)같아야 물음이 생기
는 법이다.
"글쎄, 제비와 같은 그냥 철새가 아닐까요. 귀소성 동물이란 비둘기,
꿀벌,연어,송어,은어 따위를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아, 네 그렇군요."
"그들의 대규모 이동은 태양 컴퍼스 ?하여 태양의 위치와 이동을 목
표로 행해진다고 하죠 아마."
"언제 그런 걸 아셨어요?"
다시 하동의 얼굴로 그녀가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하동-여름에
물에서 벌거벗고 노는 아이-가 떠올라 나는 슬몃 웃음을 터뜨렸다. 원
래 하동이란, 강 따위의 물 속에 사는 상상의 동물로 모양은 사람과 비
슷하고 소리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닮은 짐승이라고 한다. 이런 엉
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그녀가 다그쳐 물었다.
"뭐 특별히 알고 있는 게 아니고 어려서부터 은어낚시를 좀 했거든요.
은 諍?귀소성 동물이 아닙니까."
"아, 은어요."
"그래요. 지금쯤 은어들은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가고 있는 중일겁니
다. 벚꽃이 필 무렵, 남풍이 부는 따뜻한 날에 말입니다. 그리고 가을
에 제가 태어난 하구로 돌아가 알을 낳고 죽죠. 말하자면 바닷물고기인
연어와 비슷한 회유성 민물고기죠."
"아, 몰랐네요."
이런 식으로 데면데면한 대화를 하다 어느덧 나는 은어낚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기웃기웃 흔들리며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
다. 등뒤에선 유채꽃들이 뭐라 수근대며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나는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은어를 잡으러 다녔죠."
"근사한 얘기네요. 그래 어디로 은어를 잡으러 갔어요?"
"밀양강,섬진강,강원도에 있는 남대천,북천,마읍천,주수천,낙풍천,왕
피천 두루 안 가본 데가 없죠."
"왕피천요? 왕피천은 울진에 잇는 내(川)아녜요?"
"어데게 그걸 알죠?"
내가 좀 놀라서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내 말투를 흉내내어 대꾸했
다.
"뭐 특별히 알고 있는게 아니고 어려서 그쪽을 많이 지나다녔거든요."
지나다니다뇨,하고 내가 되물었 ?
"어려서 한때 경주에서 살았는데 가끔 버스를 타고 동해삼척까지 갔다
가 도로 내려오곤 했어요. 별 볼일도 없이 말예요. 동해삼척에서 포항
까진 바닷길이라서 정말 근사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이지 싶어요. 하지만 울진 왕피천은 은어가 산다는 얘긴 처음 듣네요.
아무튼 지금 말로 하면 살기 힘들 때마다 그 길을 오르락내리락 했던 거
예요."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어색한지 고개를 숙이며, 픽,하고 웃었다. 하
지만 웃을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죽은 다음, 혼자 왕피천으로 은어
낚시를 가게 되면, 나 또한 그 바닷길이 좋아 경주까지 내려가곤 하지
않았던가. 물론 경주에 가면 석굴암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이긴 했다. 나는 반가운 눈을 하고 그녀를 쳐다보아싼.
"......그렇다면 우리는 언젠가 서로 비껴 지나갔거나 혹은 같은 버스
를 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무슨 말인가 하여 그녀가 뜨악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
렇고 그렇다는 얘기를 주섬주섬 늘어놓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우린 정말 근사한 인연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네
요."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불현 애달프고 그리운 생각들이 몰려왔다.
나는 바닷길을 함께 회유하고 있는 그녀와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
다. 그녀 떠한 그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터였다. 눈이 마주치자 그
녀는 얼른 눈을 내리깔고 손가락 끝으로 한참이나 모래를 매만지고 있었
다. 한동안 나는 은어 생각에 빠져 있었던가.
그리고 나서, 예기치 않게도 폭음을 하고 난 아침처럼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의 증류 상태가 찾아왔다. 나는 갑작스레 텅 빈 상태가 되어 무릎
에 턱을 괸 채 바다 위에서 출 럽諛?있는 달빛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
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러갔던가.
문득, 그녀의 손이 내 여깨 위로 슬그머니 올라왔다. 마치 뜻밖의 손
님이 찾아와 창문을 두드리듯이.
그녀와 나는 서툴고 기묘한 몸짓으로, 서로를 차단하고 있는 투명한
공간을 서먹하게 거역하면서, 마침내 상대의 차가운 입술에 지친듯 입술
을 갖다댔다. 그때 나는, 때로는 그리움이 정욕을 부른다는 사실을 깨
달았고 그녀가 모르게 가만히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그 기이한 깨달음
의 짧은 순간이 지나기가 무섭게 그녀가 필사적으로 내 몸 위로 기어올
라왔다. 돌연한 일이라서 나는 잠시 멍한 상태에서 가만히 몸을 풀고
숨을 가다듬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였다. 그러는 사이 그
녀가 내 목을 힘주어 끌어안고 그냥, 여기서......하면서 맹렬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유채꽃의 바다에서 그녀와 나는 아무 뉘우침도 약속도 없이 급기야는
하나가 되어 달빛이 끄는 대로 조수처럼 떠내려갔다.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 일주일인가 후에 나는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그
녀를 다시 만났다. 그날따라 그녀는 속앓이라도 하는지 얼굴이 사뭇 창
백했다. 아무 말도 없이 줄담배를 피우며 조용조용 술잔을 들었다 놨다
할 뿐이었다. 위태로워 보였다. 위태로워 보였지만 나로서는 딱히 어
떻게 할 수도 없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그녀는 나 좀 쉬게 해줘요,
하더니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가까운 여
관으로 들어갔다. 꼭 그러라는 법이 없거든, 멍하니 풀린 눈으로 텔리
비전을 帽鑿린?있다가 나는 그녀의 옷을 벗기고 침대로 올라갔다.
그녀는 눈을 감고 미라처럼 누워 있었다. 그녀가 그걸 원하고 있던
게 아니었음을 안 것은 행위가 시작된 직후였다. 감동 없이, 그야 말로
'행위'가 끝났을 때, 그녀가 천천히 눈을 뜨고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
렸다.
"모든 게 점점 무서워져요. 지금도 역시 그렇게 말예요."
그 후로 몇 달 그녀를 더 만나면서 그녀와 나는 으레 돈까스나 비프스
테이크로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그리고 요령부득인 상태가 되어
여관에 들어가 메마 ?섹스에 열중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었다. 돈
까스, 맥주, 섹스. 비프스테이크, 맥주, 섹스. 돈까스, 맥주, 섹
스......섹스에 미친 것이 아니라 웬일인지 무인도에 유배된 사람들처럼
다른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가을날에 나는 충무로에 있는 한 극장 앞에서 그녀를 기
다리고 있었다. 어째서 약속장소를 극장으로 했는지 따위는 아랑곳없
이, 나는 꽤 오랜 시간 그녀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도 이십 분이 지나서야 그녀는 자주색 바바리 차림을 하 ?등뒤에서
슬쩍 나타났다. 얼른 그녀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잠깐 사이 문득 달겨든
그 모호한 낯설음도 간과한 채 그녀는 다짜고짜로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컴컴한 극장 안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무슨 말을 할 사이도 없었
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기까지 그녀와 나는 마치 타인처럼 멀거니 스크
린만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어색하니 긴 여백의 시간이 지나고 종이
울리고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몽롱한 눈빛으로 저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산스레 밖으로 빠져나갈 때 그녀가 불쑥 이런 말을 내뱉았다.
"사막에서 사는 사람."
그 말이 나를 겨낭한 것임을 깨달은 것은 그녀의 얼굴을 히뜩 올려다
본 다음이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 있
었다.
"상처에 중독된 사람."
그녀는 줄곧 희끄무레한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그렇게 뇌까렸
다. 나는 싸늘히 식은 채로 그녀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감정에 나약한 척하면서 사실을 무모하고 비정한 사람, 터미네이터."
"......."
"무서운 사람."
무서운 사람, 하더니 그녀는 목뼈가 부러진 것처럼 고개를 푹 꺽고 소
리 죽여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음 회 관람을 하기 위해 좌석을 찾아
온 남녀에게 자리를 내줄 때까지 그렇게 숨죽여 울고 있었다.
극장에서 나와 그녀는 말없이 을지로 3가를 지나 백병원을 지나 명동
으로 이어지는 육교를 건너 명동상당 쪽으로 천처히 천천히 걸어 올라갔
다. 무심히 그녀 옆을 따라 걷고 있던 나는 어느 결에 그녀와 나 사이
의 거리가 조금씩 조금씩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리고 명동성당
으로 올라가는 언덕바지까지 왔을 때 나는 도저히 그녀의 뒤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그녀가 내게 그렇게 요구하고 있었
기 때문이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에야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밀려내려
오고 있는 거리 한복판에서 걸음을 멈춰섰다. 그녀는 뒤 한번 바라보지
않은 채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걸어가더니 마침내 책 속의 글자처럼 작
아져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날 밤 나는 집으로 돌아와, 편광안경을 끼고 타이즈와 노란색 놀습
립화를 신고 허리를 뜰채를 꽂은 은어낚시 복장을 하고 거울 앞에 우두
커니 서서 골똘히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후 텔리비전이나 잡지광고 같은 데서 가끔 그녀를 볼 기회가 있었으
나 그녀를 만난다는 것은 도무지 불가능한 일로 생각됐다. 그녀는 그때
내 앞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제주도에서 찍
은 수영복 광고도 여름이 지나자 텔레비전에서 사라지고 일 년쯤 지나서
는 어디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창문으로 주름져 내리고 있는 토요일 저녁의
가을비를 쳐다보며. '텔레폰'안에는 초저녁부터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
들로 붐비고 있었다. 카페 주인 ?맥주 한 병을 시켜놓고 창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를 아까부터 탐탁잖은 눈으로 흘끗거렸다. 평소에는
알은체도 하다가도 이런 경우엔 여지없이 눈치를 주는 것이다. 여섯시
오분전. 나는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오 분만 버티면 되겠지 하고 담배를
피워 물었다.
아침나절에 나는 소파에 앉아 그들이 보낸 사진엽서를 재떨이에 다 태
우고 있었다. 누가 볼리도 없건만 책갈피에 감춰둔 그 사진엽서는 오늘
아침까지도, 나를 태우라니까! 라는 말을 내게 끈덕지게 되풀이하고 있
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사라져가는 종족' [호피인디언]은 정말 내 재
떨이 속에서 순식간에 재로 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서 예기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아침까지만 해도 나는 저
녁에 '텔레폰'으로 나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망설이고 있던 것이었는데,
물끄러미 재로 변한 사진을 보고 있자니 견딜 수 없이 '그녀'가 그리워
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서서히 무서운 갈증으로 변해 나를 짓눌러대더
니 마침내는 나를 '텔레폰'으로 나가게 만들고야 말았다.
여섯시 정각이 되자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맥주를 한 병 더 주
문할까 하다가 나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다시 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때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화였다.
나는 카운터로 걸어가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어쩐지 귀에 익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거긴 꽤 시끄럽군요. 세종문화회관 뒤 주차장으로 오세요. 빨간색
스포츠 카가 있을 거예요.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수요일에 내게 전화를 걸어온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는 말없이 전화
를 끊은 다음 카페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건너갔다.
놀랐던가. 빨간색 스포 ?카 안에는 선글라스를 낀 긴 머리의 여자가
혼자 담배를 피우고 앉아 있었다. 나는 차 가까이 다가가다 말고 주춤
멈춰 서서 안에 앉아 있는 여자를 눈여겨 바라보았다. 비가 후득후득
어깨에 듣는 것도 잊은 채. 잠시 후 소리없이 문이 열리며 타세요, 하
고 그녀가 감기 든 소리를 했다. 나는 빨려들 듯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담배를 다 피울 동안 나는 우두커니 앉아 차창에 떨어지고 있는
빗방울을 멀거니 쳐다보고 있었다. 비에 뭉개진 밤풍경 속으로 사람들
이 유령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나 ?옆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몸냄새를
맡고 있었다.
"이 차에 냉동시체를 태운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건조한 목소리로, 그러나 어쩐지 호의가 느껴지는 말투로 그녀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호의, 라고 느낀 건 아마도 그녀가 농담을 했기 때문일
터였다. 사실 나도 기도가 막힐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도 빨간색 장의차에 타본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나도 따라 농담을 할밖에 없었다.
"장의차......때론 죽음 반대편으로 달아나듯 속력을 낼 때가 있죠.
속도에 취해 ?"
".....빛의 속도로 달리면 시간은 정지하고 죽음도 면하겠죠."
"그럼 공간을 일그러지고."
"희귀하게 되죠. 지금 가야 할 곳으로."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윈도 브러시가 작동하자
방금 그녀와 나눴던 말들이 금세 꿈속에서의 일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솜씨 좋게 차를 몰아 코리아나호텔 앞을 지나 서대문으로 빠지는 길로
성큼 들어섰다. 카 스테레오에선 제인 버킨이 부르는 [예스터데이 예스
터데이]가 조용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영화 [마담 끌로드]의 주제곡였
던가. 십 년 이상 이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다...... 어쨋든 희귀하고
있다는 중인 것만은 틀림없나보다.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 벙어리띠에요?"
그녀가 정면을 주시한 채 칼칼한 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용띠에요. 당신은?"
"그 정도는 벌써 알고 있다구요. 어디 생일까지 한번 맞춰볼까요?"
"!......좋으실 대로."
설마 하고 나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육십사년 칠월 십이일."
순간 피가 멈추며 오싹 온몸에 소름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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