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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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달프기 마련… 마음 풀면서 살아야 혀”
90세 구병채 할아버지의 장수비결 |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
“이 나이까지 살 것이라곤 생각도 안 했어. 조금씩 살다보니 이 나이가 돼 버린 것이지.” 지난 2일 한실마을 마을회관에서 만난 구병채(90·사진) 할아버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건강의 요건을 두루 갖췄다. 우선 젊어서부터 술과 담배를 일절 하지 않고 멀리했다는 점이다. 또 타고난 근면·성실함으로 잠시도 손과 발을 놀리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 할아버지는 또 음식을 드실 때 밥 한 공기를 담으면, 반드시 3분의 1 정도는 남겨 소식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여기에 굳이 한가지 점을 더 들라고 하면 낙천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을 꼽을 수 있다. 동네 주민들은 누구나 “구씨 할아버지는 워낙 사교적이라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린다”고 입을 모았다. 할아버지는 노래하는 게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도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노래를 몇곡 뽑으셨다. “뱃속에 노래가 우글우글 많이 있어, 한마디 해야겠다”고 말한 다음이었다. 찬송가에 이어 시조로 넘어가더니, 가수 현철의 ‘봉선화 연정’으로 끝을 냈다. 여기저기서 박수갈채와 함께 ‘앵콜’ 소리가 쏟아졌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주저없이 ‘봄이 왔네 봄이 와 숫처녀의 가슴에도/ 나물 캐러 간다고 아장아장 걸어가네/ 산들산들 부는 바람 아리랑 타령이 절로 나네∼’ 하는 ‘처녀 총각’을 한곡 더 신나게 뽑아냈다. 할아버지는 유머감각도 일품이었다. 주민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가운데 “내가 젊어서 노래를 부르면 아가씨들이 ‘오빠 오빠’ 하면서 입이 찢어지도록 돼지고기를 입에 넣어줬지”라고 말해 한바탕 폭소를 자아냈다. 할아버지는 “노래를 부르면 젊은이고 늙은이고 누구나 할 것 없이 즐거워한다. 싫어하는 사람이 없더라”며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게 건강을 위해서도 가장 좋다”고 말했다. 3남 2녀를 둔 할아버지는 둘째 아들 구준상(53)씨와 함께 산다. 막내 아들인 소설가 구경욱씨는 같은 마을에 살면서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는 일을 자임하고 있다. 할아버지에게 건강의 비결을 여쭸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음식 타박을 한 번도 안 해봤어. 또 음식은 짠 게 좋지 않아. 싱거운 것은 다 좋은데…. 그래서 나는 국을 먹을 때에도 소금을 안 넣고, 간이 밴 채소를 국에 골고루 넣어 간을 맞춰 먹고 있지”라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은 청국장이었다. 가끔 가까운 서천시장이나 홍산시장에 나가 군것질거리를 사오는데 그중에서도 땅콩을 가장 좋아하신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살다보면 고달프고 귀찮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고 풀면서 살아야 한다”며 “잘못됐다고 잔소리하고, 귀찮다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원칙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천 =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
기사 게재 일자 2010-02-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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