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비망록 속으로

가족묘역 벌초하기

소설가 구경욱 2010. 7. 28. 21:49

가족묘역 벌초하기

 

저희 집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뜻에 따라

제사를 지내지 않는답니다.

대신 한식을 전후해 가족들이 모여 성묘를 하며

추모예배를 본답니다.

 

오늘은 음력 6월 17일,

7년 전에 돌아가신 우리 큰엄니 기일입니다.

헌데 제사를 지내지 않으니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일 일이 없습니다.

 

기일을 알면서 그냥 지나치기가 좀 뭐해서일까요?

아침부터 가슴 한구석이 허전합니다.

그래서 나 혼자서라도 큰엄니 산소 둘러보고

장마에 자란 잡초도 제거할 겸

예취기 둘러메고 메살뫼 가족묘역으로 향했지요.

 

이런, 가족묘역으로 가는 길이

잡초로 뒤덮혀 전혀 보이지 않네요.ㅜㅜ

 

 

벌초를 하려고 예취기를 메고 오길 참 잘했네요.

그렇지 않았으면,

집으로 그냥 되돌아 와야할번 했네요.

 

50~60m 가까이 길을 내며 올라간 가족묘역...

이미 올라오면서 짐작은 했지만

잡초에 휩싸인 큰엄니 산소 모습에 맘이 엄청 짠합니다.

  

 

잔듸만 남기고 모든 풀을 죽이는 제초제가 있긴 하지만

조상 묘역에 제초제 살포하기가 좀 그래서

사용하지 않았더니 이렇네요.ㅜㅜ

 

 

 

담배 한개비 태우며

큰엄니 산소 앞에 핀 도라지꽃을 보고 있자니

생전의 살갑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금방이라도 "경욱이 왔니?" 하시며 모습을 드러 낼 것만 같습니다.

 

우선 큰엄니 산소부터 벌초를 합니다.

"엄니, 머리 깎아 드리니 시원하시죠?" 하면서...^&^

 

 

 

비오듯 하는 땀을 훔치며  벌초를 하고 있는데...

어라...???

신나게 돌아가던 예취기가 작동을 하지 않네요.

 

에고... 연료를 넣고 마개를 꽉 조이지 않아

기름이 떨어졌네요.ㅠㅠ

 

그래도 봉분 7기 모두 벌초를 하고 난 뒤라서 다행입니다.^&^

 

 

 

 

ㅎㅎ~~~ 그래도

큰엄니 산소 앞에서 셀카 한 컷~~~ㅎ

 

헌데... 벌집이 있는 줄도 모르고

벌초를 하고 있었네요.

벌에 쏘이지 않은 걸 보면,

큰엄니가 이 망내 아들이 어여뻐 지켜주신 모양입니다.^&^

 

 

 

공원 묘역은 제초제를 사용하여 잡초가 자라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묘역은

위에서 보신 것처럼 장맛비에 잡초가 자라

참 흉물스럽답니다.

 

시간이 나시는 분들은 장마가 물러가는 이 때 쯤

다소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조상의 묘역을 찾아 

벌초 한 번 더 하시는 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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