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 박두진
산아,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멋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 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 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띠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 만나도질= 만나게 될지도 모를
* 보고지운 = 보고싶은
박두진 : 1916. 3. 10 ~1998. 9. 16 경기 안성 출신. 호는 혜산(兮山). 박목월·조지훈과 함께 청록파 대표 시인.
시집으로는 (박두진시선 1956)·(사도행전 1973)·(하늘까지 닿는소리 1973)·(수석열전 水石列傳 1973)·(야생대 1981)· (불사조의 노래 1987)·(폭양에 무릎을 꿇고 1995) 등과 시선집(청록집 기타 1968)· (청록집 이후 1968)· (에레미야의 노래 1981) 등이 있고, 수필집으로 (시인의 고향 1968)·(언덕에 이는 바람 1973) 등과 시론집 (한국현대시론 197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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