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내 소설 속으로 15

(구경욱 단편소설) 迷路엔 비상구가 없다.

(단편소설) 迷路엔 비상구가 없다.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 -창 8:22- 두 평 남짓한 방 안은 침침하였다. 직사광선이 들지 않았으므로, 날이 채 밝아 오지 않은 것같이 느껴진다. 동남향 정면에는 외쪽 여닫이문이 위치해 있다. 나무오..

(구경욱 단편소설) 악몽에 사로잡힌 남자

(단편소설) 악몽에 사로잡힌 남자. 바람이 불어 왔다.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으므로, 임우(霖雨)에 비를 나르던 바람처럼 끈적하다. 침실 창문은 베란다로 통해 나 있다. 삼분의 일쯤 열려 있었는데 커튼이 내려져 있다. 그러므로 바람이 불 때마다 늘어뜨려진 커튼 자락이 조신한 여인의 치맛자락처..

[구경욱 단편소설] 동백나무 숲의 異邦人

동백나무 숲의 異邦人 봄은 봄이었다. 어느새 삭풍이 잦아들었다. 태봉산 골짜기를 기세 사납게 불어 내리던 바람이었다. 대신 돌섬 쪽에서 불어오는 찝찔한 갯내음이 잔뜩 밴 바람으로 슬며시 바뀌어 있었다. 내 마음을 남실거리도록 만들기에 충분한 훈훈한 느낌의 갈마바람으로. 이때가 되면 항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