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욱 단편 소설) 감자 수제비 단편 소설 감자 수제비 (동인지 은빛물결... 발표 2000년) 시절이 또 다시 바뀌고 있다. 보리 익는 냄새가 상큼하게 진동하던 언덕빼기였다. 노고지리 귓불을 쪼을 듯 청량하게 우짖는가 싶더니 어느새 여름이었다. 녹음방초(綠陰芳草), 짙푸르게 흐르듯 우거진 나무 그늘에는 꽃다운 풀들이 세상을 차지.. [나의 이야기]/내 소설 속으로 2008.08.27
(구경욱 단편소설) 迷路엔 비상구가 없다. (단편소설) 迷路엔 비상구가 없다.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 -창 8:22- 두 평 남짓한 방 안은 침침하였다. 직사광선이 들지 않았으므로, 날이 채 밝아 오지 않은 것같이 느껴진다. 동남향 정면에는 외쪽 여닫이문이 위치해 있다. 나무오.. [나의 이야기]/내 소설 속으로 2008.08.27
(구경욱 단편소설) 악몽에 사로잡힌 남자 (단편소설) 악몽에 사로잡힌 남자. 바람이 불어 왔다.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으므로, 임우(霖雨)에 비를 나르던 바람처럼 끈적하다. 침실 창문은 베란다로 통해 나 있다. 삼분의 일쯤 열려 있었는데 커튼이 내려져 있다. 그러므로 바람이 불 때마다 늘어뜨려진 커튼 자락이 조신한 여인의 치맛자락처.. [나의 이야기]/내 소설 속으로 2008.08.27
[구경욱 단편소설] 발가벗은 여자 (단편 소설) 발가벗은 女子. (2001년 서천신문 발표) 1 늦은 아침이다. 대지는 청녀(靑女-서리맞은 神)가 장악하고 있어 하얗다. 겁에 질린 여인의 얼굴이나, 달빛 아래 펼쳐진 세상을 연상케 한다. 나는 마당을 쓸고 있다. 억겁을 참아 낸 한(恨)인 듯 지면을 들고 일어선 서릿발이 내젓는 싸.. [나의 이야기]/내 소설 속으로 2008.08.27
[구경욱 단편소설] 동백나무 숲의 異邦人 동백나무 숲의 異邦人 봄은 봄이었다. 어느새 삭풍이 잦아들었다. 태봉산 골짜기를 기세 사납게 불어 내리던 바람이었다. 대신 돌섬 쪽에서 불어오는 찝찔한 갯내음이 잔뜩 밴 바람으로 슬며시 바뀌어 있었다. 내 마음을 남실거리도록 만들기에 충분한 훈훈한 느낌의 갈마바람으로. 이때가 되면 항상 .. [나의 이야기]/내 소설 속으로 2008.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