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들의 집 / 김지우 물고기들의 집 칠석날에나 비가 한줄금 했던가. 유월 중순부터 입초시에 오르내리던 장마는 꾀꾀로 장대비나 두들겨 놓고 갈 뿐, 금평저수지 황토 바닥이 피죽만 남은 채 쩍쩍 갈라지고 수초만 우무룩하도록 바람 한 점 없이 해만 말끔했다. 후터분하게 달궈대는 날 핑계대고 게으른 사람 낮잠자기 딱..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27
시간 / 보르헤스 시간 -보르헤스 니체는 괴테와 실러를 한자리에서 논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겼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공간을 뭉뚱그려 말하는 것 역시 무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사고 속에서 공간은 배제할 수 있으나 시간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오관을 가진 것이 아니라 ..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23
여자의 계단 / 이준희 여자의 계단 / 이준희 (200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남자가 계단을 오른다. 한발씩 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혼자뿐인 듯 통로가 조용하다. 하나 둘 셋…… 남자는 계단을 오르며 숫자를 센다. 건물 계단이 몇 개인지는 밖에서 본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계단 숫자를 세..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22
<성 소피아 성당> / 이스마일 카다레 <성 소피아 성당> / 이스마일 카다레 1. 대신들이 차례차례 잠을 깼다. 동 틀 무렵에 그들이 그처럼 서로 지척 간에(전쟁대신의 천막이 총리대신의 천막과 거의 붙어 있다시피 했는데 그건 대신들의 서열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있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도로 조직화된 국가에서 ..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20
<악마의 침(唾液)> /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ázar) <악마의 침(唾液)> /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ázar) 이런 일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1인칭이나 2인칭으로 이야기해야 할지, 3인칭 복수를 사용해야 할지, 아니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형식을 계속 만들어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어떨까. “나는 달이..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18
우리들의 한글나라 / 이은조 *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부문 당선작 <우리들의 한글나라> / 이은조 유아용 한글 카드다. 콘크리트 칸막이 기둥마다 붙여 있는 네모난 카드는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이다. 엽서 크기만 한 카드 왼쪽에는 굵은 명조체로 ‘가’가 써 있고, 그 옆에는 가위가 그려져 ..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17
<단편소설의 다섯 가지 규칙>/Edgar Allen Poe <단편소설의 다섯 가지 규칙>/Edgar Allen Poe 현대 단편 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가 앨런 포우(Edgar Allen Poe)는 단편 소설에 대한 다섯 가지의 명확한 규칙을 세웠는데 그것들은 그가 처음 그것들을 발표했을 때처럼 오늘날에도 설득력 있는 것들이다. 1. 짧아야 한다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16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 공지영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 공지영 나는 해고되었다. 한달 전에 이미 그 통지를 받았고 책상은 지난 주에 정리되었다. 모든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깊어가는 가을보다 먼저 깊디깊이, 그래프로 떨어져내리는 경기 탓이었다. 회사는 브랜드 네임을 좀더 이국적인 언어로 바꾸고 그에 걸맞은 이미지..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15
표범 조련사 / 잭 런던 표범 조련사 / 잭 런던 그는 꿈을 꾸는 듯한, 먼 곳을 바라보는 눈을 하고 있었다. 젊은 아가씨 처럼 상냥하게 말하는, 우수어린 그의 목소리는 형언할 수 없는 고독함을 부드럽게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표범 조련사였으나 외관상으로는 전혀 그러한 느낌이 없었다. 그의 직업은 많은 관객..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13
붉은 나무젓가락 / 서진연 *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에 당선작 붉은 나무 젓가락 / 서진연 10년 전,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일문학 강의실 뒷문을 살그머니 열고 들어서는 너를 처음 본 순간 ‘아, 사미…’하며 꽤 오래전의 한 이름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녀가 20여 년의 그 긴 시간을 넘어 그 모습 그대로 내 강의실로 걸어들어 올 ..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