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어서도 지워지지 않을 당신 / 구경욱 ***
푸르름 꺾인 갈참나무 사이
시리게 가슴 헤집는 바람길을 걸으면서도
당신 향한 속된 마음조차
고결하게 여기려는 것이
죽음이 세상 인연 갈라놓는 날에
천상의 죄지음으로 남을지라도
나는 결코 주저하지 않으렵니다.
체온이 채 식지 않은 호흡 사이
그토록 가까이 서 있으면서도
다정히 부를 수 없는 당신의 이름
성스럽게 가슴에 새기려는 것이
하늘이 서로를 갈라놓는 날에
천주의 노여움으로 다가올지라도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으렵니다.
먼지보다 가볍게 지나쳐 온 시간들
처연한 몸부림으로 헤엄쳐 온 나날들
스스로에 대한 신뢰조차
여백 없이 메말라 버린 틈
순백한 하늘빛으로 메워 놓은 당신은
이미 나 죽어서도 지워지지 않을
사랑이 되버린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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