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 구경욱
비오는 날에 태어나
눅눅한 처마밑
잔뜩 옹크린 채 생을 마칠
저 하루살이가
먹구름 너머 푸른 창공의 빛난 세상
어찌 알 수 있으랴
바람 부는 날에 태어나
비좁은 풀섶
진종일 몸만 사리다 스르르 죽어 갈
저 하루살이가
바람이 누벼대는 넓다란 세상
어찌 알 수 있으랴
이제라도 늦지 않으리
젖은 날개 털고
쏟아지는 빗속 힘차게 날아보렴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접었던 날개 펴고
바람에 맞서 한껏 날아보렴
하기는
허구한 날 고막 찢기우는 기계음에
목젖 눌러오는 희미한 전등불이
이 세상의 빛 다인 양
처연히 맴돌다 지친 내 삶의 이야기
너의 안타까운 한살이와 같으리.
'[나의 이야기] > **내 詩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어서도 지워지지 않을 당신 (0) | 2021.06.22 |
---|---|
길을 가며 (0) | 2021.02.20 |
그 꽃 / 구경욱 (0) | 2020.02.26 |
낮달 / 구경욱 (0) | 2019.12.22 |
달빛 소원 / 구경욱 (0) | 2019.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