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좋은 詩

[웅진문학상] 중이염 / 정용기

소설가 구경욱 2009. 2. 12. 09:21


 

♡♡♡ 중이염 ♡♡


-정용기-



나이 40을 불혹이라고 배웠다


그 무엇에도 혹되지 않으려고


내 몸은 폐허처럼 살았다


귀 닫고 눈감고 점자로 된 시간을 만지작거렸다


세상은 춥고 비루하고 적막했다


꽃샘추위가 밀어닥치고 몸은 건조하여


밤에는 내 등뼈 위로 불길이 타올랐다


성긴 봄눈도 불길을 막지 못했다


코와 귀와 목으로 불땀이 지나면서


내 몸을 빌어 겨울과 봄이 드잡이를 하곤 했다


내 귀는 밖의 나무들과 내통했다


나뭇가지마다 숨죽인 함성들이 귀를 간지럽혔다


물을 끌어올리는 소리가 귀를 가득 채웠다


비릿한 시간들이 몰려온다


몸 구석구석 꽃봉우리가 맺힐 모양이다


귀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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