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이염 ♡♡
-정용기-
나이 40을 불혹이라고 배웠다
그 무엇에도 혹되지 않으려고
내 몸은 폐허처럼 살았다
귀 닫고 눈감고 점자로 된 시간을 만지작거렸다
세상은 춥고 비루하고 적막했다
꽃샘추위가 밀어닥치고 몸은 건조하여
밤에는 내 등뼈 위로 불길이 타올랐다
성긴 봄눈도 불길을 막지 못했다
코와 귀와 목으로 불땀이 지나면서
내 몸을 빌어 겨울과 봄이 드잡이를 하곤 했다
내 귀는 밖의 나무들과 내통했다
나뭇가지마다 숨죽인 함성들이 귀를 간지럽혔다
물을 끌어올리는 소리가 귀를 가득 채웠다
비릿한 시간들이 몰려온다
몸 구석구석 꽃봉우리가 맺힐 모양이다
귀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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