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한실 이야기]/** 한실은 지금

육굴의 한국춘란

소설가 구경욱 2009. 3. 30. 21:24

어제에 이어

오늘 오후에도 육굴로 향합니다.

꽃철이라서 보춘화(한국춘란) 변이종이 찾아 산채를 나선 것입니다.

 

 

잎에 나타나는 한국춘란 변이종은 대략 이렇습니다.

중투, 복륜, 호, 호피반, 사피반, 산반, 서반, 단엽 등...

잎이 두껍고 잎끝이 둥그러야 좋은 종자입니다.

꽃에 나타나는 변이종은 이렇습니다.

홍화, 주금화, 황화, 복색화, 소심, 원판화, 두화, 투구화 등...

홍화소심이나 두화소심이처럼 복예물이면 더할나위 없습니다. 

 

 소설을 쓰지 전 10 년 가까이 한국춘란 변이종에 찾아 헤멘 이력이 있습니다.

그때는 전남 장성, 함평, 나주 등 산야를 수도 없이 찾았답니다.

해서 변이종 700여 분 가까이 만들어 놓았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지금은 모두 없어졌습니다.

 

아래는 그 당시 대전지역 합동전시회에서

산반복색화를 출품해 받았던 은상 상패입니다.

 

 

1999년 3월이었으니 아주 옛날 이야기가 돼 버렸네요.

 

어제는 엄청 화창했었는데 오늘은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습니다.

밤에 비가 온다더니 그래서  그런 모양입니다.

 

아래는 산 초입에서 발견한 이름 모를 버섯입니다. 

 

 마치 무슨 빵처럼 생겼습니다.

따서 잘라보니 속이 텅 비어 있습니다.

이름 아시는 분 댓글 남겨 주세요.

 

산 중턱 위로 오르자 여기저기에 춘란 모습이 보입니다.

10년 전에는 나무가 작아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이렇듯 제법 많아졌습니다.

 

 

 

자생난은 꽃을 3월 중순 경에 핍니다.

3월 초 전시회에 나온 난초는 따뜻한 난실에서 키워 일찍 개화합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음지쪽을 탐색합니다.

그래야 기온이 낮아 늦게 피기 시작한 난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꽃이 피고 10일 정도 가면 지는데

지금은 꽃이 질 무렵입니다.

한국춘란은 일명 보춘화, 꿩밥 등 다양하게 불립니다.

난꽃을 새와 산짐승들이 뜯어 먹기도 한답니다.

 

아래는 이제서야 꽃대를 올려 망울(포의)을 터뜨리는 응달받이 춘란입니다.

그 모습이 신비로워 찍어 봤습니다.

 

 

아래 꽃은 변이종이 아니라 일반 민춘란입니다.

화형이 좋아 몇장 찍어 봤습니다. 

 

 

참 아름다운 자태입니다.

아주 당당한 기상도 느낄 수 있습니다.

허나 한국춘란을 향이 없습니다.

물론 유향종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향이 없습니다.

애란인들은 향이 없어 더 좋아합니다.

 

화형이 좋다는 것은 이렇습니다.

위로 뻗은 꽃잎을 주판, 양 옆으로 뼏은 꽃잎을 부판, 가운데 두장의 꽃잎을 봉심이라하는데

꽃잎이 둥굴고, 주부판이 앞으로 단정히 모아져야 하며. 봉심이 단정히 모아져 있어야 합니다.

 

 

 

 

 

 

애란인들은 난초를 여자에 비유하비다.

아래 난꽃처럼 가운데 봉심이 벌어져 있거나 꽃잎이 가늘면

헤프게 무릎 벌린 여자나 너무 마른 여자와 같다하여 고개를 설래설래 흔듭니다.

 

 

 

아래 난초는 황화입니다.

제가 찾던 변이종 중 하나입니다.

후레쉬가 터지는 날씨에

사진의 해상도 때문에 푸른 빛이 강하게 보이지만

B급 황화는 충분합니다. 

 

 

꽃잎이 가늘어 화형은 별로 입니다.

이정도 난초는 꽃이 피기 전 어둡게 화통을 씌워 관리하면 아주 노랗게 핍니다.

잎도 약간 서성을 띄고 있어 믿을만 합니다.

허나 그냥 놓고 왔습니다.

그래도 한 때 애란인이었는데 키우지 못할 난초는 함부로 캐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은, 누군가 지난 겨울에 변이종인 줄 알고 캤다가

그렇지 않으니까 그냥 버리고 간 난초입니다.

 

 

점잖은 제 입에서 "씨이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저렇듯 난초를 함부로 하는 사람은 난초를 키울 자격이 없습니다.

잘 심어주고는 왔는데 탈수 정도가 심해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기분 좋은 산행 아주 망처 버렷습니다.

 

아무튼 난꽃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날씨도 그렇고, 산 속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어둡습니다.

별로 겁이 없어 혼자 산행을 하지만

그래도 하산할 시간이 됐습니다.

따스히 저녁밥 지어 놓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하산하다가 찍은 흐드러진 진달래입니다.

꽃 색이 유난히 붉어 찍었습니다.

 

 

 

산 아래 논을 보니 물이 없습니다.

부화를 앞둔 도롱뇽 알이 하얗게 말라 버렸습니다.

그 옆엔 너구리의 발자국이 보입니다.

너구리는 요즘처럼 먹이가 부족한 시기엔 도롱뇽 알도 주워 먹습니다.

 

 

 

그래도 이놈은 오늘 밤 비가 온다니 그래도 희망이 있습니다.

도롱뇽들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봄 가뭄입니다.

 

소류지를 돌아 나오는데

강태공 한 분이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여쭤보니 밤낚시를 하려 한다네요.

아직은 밤 기온이 무척 쌀쌀한데 대단한 열정입니다.

 

물빛이 고와서 한 장 찍었습니다.

물론 미리 양해를 구하고서요.^&^

 

 

 

'[내고향 한실 이야기] > ** 한실은 지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란 꽃 돌연변이  (0) 2009.04.02
한국춘란의 잎에 나타난 돌연변이  (0) 2009.04.01
한실의 봄 - 2  (0) 2009.03.23
한실의 봄  (0) 2009.03.21
한실문인방 앞 매화꽃  (0) 2009.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