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기도를 올릴 거예요 / 구경욱
이 가을 떠나보내는 날
나는 하이얀 눈 소복이 뿌려줄 하늘
경건히 우러러 보며
감사 기도를 올릴 거예요
메마른 내 삶의 이야기가
비록 이 가을 끝자락
햇살 고운 단풍나무 만큼
화려하게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사연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어찌 다채롭지 않은 세상 사는 얘기가
어디에 있을까요
이 가을 떠나보내는 날
나는 하이얀 눈 소복이 뿌려줄 하늘
경건히 우러러 보며
감사 기도를 올릴 거예요
고달픈 내 삶의 결과물들이
이 가을 남새밭 둑성이
탐스러운 홍시 주렁주렁 매단
감나무처럼 풍성하지 않을지라도
아무리 보잘것 없다한들
의미 없이 영글어가는 열매
세상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요
봄부터 무던히 몸부림 치며 굴러온
장엄한 삶의 궤적 돌이켜 보면
애 쓴 것에 비해 거두어들인 것
너무 초라해 속상하거나
벼랑 끝 걷듯 현기증이 일지라도
여기까지 탈 없이 올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요
그러니 이 가을 떠나보내는 날
하이얀 눈 소복이 뿌려줄 하늘
경건히 우러러 보며
감사 기도를 올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