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내 詩 속으로

석탑 / 구경욱

소설가 구경욱 2017. 9. 13. 06:00





석탑 / 구경욱



천방산 자락의 작은 석탑

생때같은 목숨 열일곱이나

애련히 앗아간 정묘년 수해

그토록 참혹했던 비바람

용케도 잘 버텨냈구나.


어느 석수장이의 손길일까.

설마, 흐르는 그 투박함

밥벌이를 위해 마지못해 정과 망치

들었던 걸 말해주는 건 아닐런가.

아니면, 멀고 머언 달마 세계

진정한 깨우침의 몸부림이려나.


비틀린 권력의 칼바람에

터조차 어딘지 모르게 불타버린

천방사 승려들의

핏빛 변란 지켜보긴 하였는가.

또한, 그들의 처절한 함성은

들어보긴 하였으려나.


불어오는 갈바람에

끊임없이 춤추는 궁금증인데

모든 사실 다 알고 있을 넌

아무런 말도 없이

무심히 먼 산만 바라보고 있구나.



* 천방산 - 충남 서천에 있는 해발 324m의 높지 않은 산으로 서천군의 진산이다.

* 정묘년 수해 - 1987년 7월 21~23일 서천군 문산면 지역에 내린 600mm의 집중호우

* 천방사 승려변란 -  아래 참조


참조

[서천 천방산] 천방사 승려 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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