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내 詩 속으로

자존심 / 구경욱

소설가 구경욱 2018. 5. 15. 07:24



  • 자존심 / 구경욱

     

    개뿔이나

    품위가 그렇게 지킨다고 지켜질까.

    초저녁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달님 좀 봐라.

    늘어진 나뭇가지 간신히 붙잡고

    마른 풀잎 쥐어뜯으며

    벼랑에 마빡 들이대고 기어올랐어도

    저토록 도도하게 빛나지 않더냐.

     

    제기랄

    품격이 그렇게 높인다고 높아질까.

    겨우내 개흙에 대가리 쳐박고 있던

    연꽃 좀 봐라.

    구차하게 시궁에 양분 얻어먹고

    썩은 내 폴폴 나는 구정물

    잔뜩 퍼마시고 컸어도

    저토록 찬란하게 꽃 피우지 않더냐.


    빌어먹을

    굶어 뒈져가는 개새끼한테 던져줘도

    거들떠보지 않는 걸 가지고

    버려야할 때 버리지 못하고

    내려 놔야할 때 내려놓지 못하면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거울에 비친 초라함 뿐이련만

  • 우라질 똥고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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