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으라 하시기에 / 구경욱
잊으라 하시기에
눈물로 흠뻑 젖은 긴 망설임 끝에
그대 떠오르게 하는 것들
하나, 두우울...
차례차례 지워봅니다.
두 손 처음 마주잡던
벚꽃망울 수줍은 호숫가며,
그대 미소처럼 고운 햇살에
그리움 가득 흐르던
푸른 하늘부터 지웠고요.
그대 향기로운 숨소리
꿈결처럼 불어오던 풀빛 언덕에
자꾸만 새벽으로 가며
함께 보고파 해주던 달님 별님
다 지워봅니다.
헌데 어쩌면 좋아요.
그대 잊으려고
지우고, 지우고, 또 지웠더니
이 세상에
아무 것도 남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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