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길을 걸으며...
단편 [괘적] 중에서
푸르름이 지워져 가는 소리
올곧은 코스모스 길을
혼자 터덜거리며 걸으면서도
나 외롭지 않은 것은
내 마음에 존재하는 당신 향해
걷고 있어 그렇습니다.
얼굴 할퀴는 싸늘한 바람 속에서도
옷깃 바짝 여미지 않아도
모닥불 지펴 놓은 것처럼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은
몰래 훔쳐 볼 수 있는 당신이
들녘 끝 언덕 위에 있어 그렇습니다.
옷을 벗어버릴 채비하는
가로수 아래를 지나치면서도
나 우울하지 않은 것은
당신으로부터 전해지는 기운이
종교보다도 더 충만하게
가슴을 채워 놓아 그렇습니다.
바스러지는 허공의 햇발이
깨질 듯 파아란 하늘빛이
손끝에 묻어 가슴까지 번져 드는 것은
해맑은 미소 흘리며 오고간
당신의 고운 발자국 자리
사뿐히 밟아 보려는 설렘 탓입니다.
가을 길을 무작정 나서게 만든 당신은
내 안에 존재하는 하늘같은 사람
눈부신 햇살 닮은 당신은
스산한 이 가을에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든
그 빛 영롱한 사랑이기 때문이랍니다.
아, 가을이여
행복한 가을날이여
나를 바보로 만든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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