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내 詩 속으로

가을 길을 걸으며. / 구경욱

소설가 구경욱 2008. 8. 28. 15:54

 

 

 

 

가을길을 걸으며...

 

                  단편 [괘적] 중에서


푸르름이 지워져 가는 소리
올곧은 코스모스 길을
혼자 터덜거리며 걸으면서도
나 외롭지 않은 것은
내 마음에 존재하는 당신 향해
걷고 있어 그렇습니다.

얼굴 할퀴는 싸늘한 바람 속에서도
옷깃 바짝 여미지 않아도
모닥불 지펴 놓은 것처럼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은
몰래 훔쳐 볼 수 있는 당신이
들녘 끝 언덕 위에 있어 그렇습니다.

옷을 벗어버릴 채비하는
가로수 아래를 지나치면서도
나 우울하지 않은 것은
당신으로부터 전해지는 기운이
종교보다도 더 충만하게
가슴을 채워 놓아 그렇습니다.

바스러지는 허공의 햇발이
깨질 듯 파아란 하늘빛이
손끝에 묻어 가슴까지 번져 드는 것은
해맑은 미소 흘리며 오고간
당신의 고운 발자국 자리
사뿐히 밟아 보려는 설렘 탓입니다.

가을 길을 무작정 나서게 만든 당신은
내 안에 존재하는 하늘같은 사람
눈부신 햇살 닮은 당신은
스산한 이 가을에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든
그 빛 영롱한 사랑이기 때문이랍니다.

아, 가을이여
행복한 가을날이여
나를 바보로 만든 당신이여...!

 

 


 

  • 소설가 구경욱

     

    1962. 4. 3(음) 충남 서천 출생   (호랑이띠-황소자리)

    2000.10 월간[문학세계] 단편[푸서리의끝]으로 등단
    2001.10 [제8회 웅진문학상] 현상공모 단편[파적] 당선 

  • 더좋은문화원만들기모임 공동대표
    계간 문예마을 이사
    푸른서천21 자문위원
    뉴스서천 칼럼위원
    서천문화원 이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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