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좋은 詩

암퇘지 두 마리 / 구선희

소설가 구경욱 2009. 1. 24. 21:02

 

 

암퇘지 두 마리

 

-구선희-

 

아버지는 어린 암퇘지 두 마리를 사 오셨다.

식구들도 먹을 게 없어

흰쌀 느루 먹으려고

시래기를 섞어 먹던 그 때에.

아버지 회갑이 있던 바로 전 해였다.

갖고 오시는 것은 없어도

줄 게 없어 걱정이던 아버지는

회갑 일에 동네 사람들을 불러모아

배불리 먹이고 싶으셨나

그 동안 얻어 드신 술

돼지를 안주삼아 술잔 돌리고 싶으셨나

감꽃이 떨어지고

아버지의 웃음이 떨어지던 우리는

짓이겨진 돼지 똥보다

마른 검불이 깔려 깨끗했다.

돼지들은 살이 오르고

아버지의 소망도 물이 올랐다.

눈칫밥에 속도 없이 살 오른다고

돼지들은 무럭무럭 잘 컸다.

어린 자식 엉덩이 두드린 적 없어도

노상 돼지 엉덩이 치셔서

막내딸의 괜한 미움을 사신 아버지

어머니 생신날 아침

병이 나신 아버지께서는

병원에 입원을 하셨고

돼지우리 청소나 밥 먹이는 일은

큰오빠와 내 차지가 되었다.

돼지우리는 똥과 냄새로 뒤범벅이고

떨어질 감도 없었다.

회갑일도 다가오고

돼지 뱃살은 자꾸 늘어져 가는데

가을걷이는 끝나가고

광에는 햇살 같은 쌀이 몇 가마 쌓이는데

서서 나가셨던 아버지는

끝내 도선장 배를 타지 못하시고

강경으로 돌아서 큰아들 따라

누워서 집에 돌아 오셨다.

결국 암퇘지 두 마리는

아버지 장례식에 오신

동네 어른들 술안주가 되었다.

그 뒤로 돼지는 키우지 않았다.

 

 

-서천주부독서회 글모음 제11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