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한실 이야기]/** 한실은 지금

한가로운 은곡리 풍경.

소설가 구경욱 2009. 2. 6. 20:14

오늘은 봄철 특유의 뿌연 안개가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산골 마을을 장악해

더욱 고요하게 시작됩니다.

 

 

허나 해가 오르고 연무가 걷히자 마을회관이 시끌벅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을 한 바퀴 돌아 보고싶은데

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런가 하고 궁금해 죽을 지경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제 방울토마토를 수확해 출하했으니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온실 소독을 해 줘야만 합니다.

그래야 일주일 후 다시 수확을 해 물로 씻지 않고 그냥 먹어도 상관이 없거든요.

출하했다가 만약 농약 잔류 농도가 허용기준치 이상 검출되면

올 농사 꽝이랍니다.

 

소독을 하고, 환기창 개폐기를 열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그래도 잽싸게 씻고 마을 회관으로 향합니다.

 

그럼 그렇지... 

윷판이 벌어져서 그렇게 웃음소리가 푸짐했었네요.

 

▼박상굴 구설환님 - 표정이 꽤 심각한 걸 보니 말판이 불리한 모양입니다.

 

말판이 유리하면 이렇게 웃음이 나옵니다. 양지편 구명선, 구중익님 모습▼

 

 

 

참 한가로워 보이는 모습들이지요?

그렇지만 이 분들 신발 자세히 보시면 장화를 신고 계십니다.

일을 하다가 점심을 맞춰 회관에 모여든 것이랍니다.

 

갑자기 장수관 쪽이 들썩합니다.

아주머니들이 풍물 연습을 시작한 모양입니다.

요즘 시간만 나면 모여 연습을 하십니다.

 

▼ 양지편 선아엄마 나순지님. - 처음의 엉성하던 폼은 이제는 오간데 없습니다. 

 

▼서와시 아줍니 유월형님. -  젊은 사람 쫒아가려니 요즘 코피가 날 지경입니다. 

 

▼은곡리 부녀회장 이금녀님. -  미소를 입술에 꿰메고 사시는 분입니다.

 

▼감나굴 대윤어머니 양채옥님. -  신명이 별로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랍니다.

 

▼ 양지편 명자엄마 오세란님. - 에어로빅에 이어 풍물도 보통 열성이 아닙니다. 

 

▼ 박상굴 태영엄마 유승녀님 - 요즘 건강이 엄청 좋아져 다행입니다.

 

▼ 방앗간집 싸몬님 한영자님. - 울렁증 북을 때려 훨훨 날려 버립니다.

 

▼서영엄마 안혜란님. -  얼결에 상쇠가 되더니 자기가 대장인 줄 압니다.

 

장수관 앞 평상에 회관아줍니가 홀로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계십니다.

다리가 불편해 양지편 모시 마실방에 가기가 버겁고 귀찮아 따스한 햇살만 차지하고 계시답니다.

 

 ▼회관아줍니 오난식님.

 

 

이렇듯 언제까지 이어질 것 같았던 농한기였지만 이제 서서히 끝나갑니다.

이미 고추 육묘가 시작됐고, 무 채종 농가는 본포 정리에 들어 갔습니다.

 

▼무 채종을 하기 위해 밭 정리를 하고 있는 박상굴 구설환님. -  일하랴, 윷판 지키랴, 보통 바쁘신 게 아닙니다.  

 

 

▼산불 예방을 위해 면사무소 직원들이 이렇게 나와 농작물 뒤그루 소각을 도와줍니다.

 

 

 

▲ 밭 위 양지 끝 보춘화 (한국춘란)

낙엽을 살짝 걷어 내 보니 겨우내 움츠려 있던 꽃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네요.

벌써 봄이 시작 된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