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한실 이야기]/** 한실은 지금

길산천 발원지를 찾아서 [1]

소설가 구경욱 2009. 3. 7. 19:03

 길산천 발원지를 찾아서 [1]

 

  평소보다도 일찍 방울토마토 온실 문을 닫고 잽싸게 오토바이를 타고 나섭니다. 서천의 젖줄인 길산천 발원지 생태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요량입니다.

 

  생태 관찰은 작년 겨울에 말끔히 하천정비를 한 새바티 부근부터 해 봅니다.

 

 

역시 우려했던대로 송사리며 피라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게 다 우리 인간들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제맘대로 손 댄 결과입니다.

 

밤나무 과원으로 통하는 다리 위에 고라니 발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하천을 마치 성을 쌓듯 해 놓아 이제 이곳을 통하지 않고서는 산짐승들은 이동을 못하게 됐습니다.

 

 

상류로 올라가니 드디어 지난 번에 손을 대지 않은 하천이 나옵니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급히 하천을 탐색해 봅니다.

 

 

여기서부터는 확실히 뭔가 다릅니다.

우선 미꾸라지가 급히 몸을 숨기는 게 보이고, 송사리도 돌틈에 몸을 사립니다.

갑자기 눈이 번합니다. 다슬기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다슬기는 반딧불이 애벌레의 먹이입니다.

  우리 한실 지역은 조그만 애반디 뿐만 아니라 커다란 늦반디도 서식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체 수는 옛날에 비해 엄청 줄었지만, 그래도 요즘 시대에 한여름 밤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어딥니까.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원진산 아래로 향합니다. 그래야 해가 지기 전에 다 탐색할 수 있습니다.

 

원진산 아래 도랑에 도착해 살펴 보니 채 1분도 안 돼 물살이 급하지 않은 양지 쪽에 도롱뇽 알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닥엔 다슬기가 엄청 보입니다. 

 

 

돌 아래엔 옆세우도 보입니다. 이는 수질이 1급수란 얘깁니다.

위에 민가가 없으니 달라도 확실히 다릅니다.

 

아래는 옆새우 사진으로, 어찌 될세라 배에 새끼를 안고 다닙니다. 미물이지만 대단한 모정입니다.

  

 

 

 

도랑 옆으로 다랭이 논이 있는데 둑성이를 따라 그물이 쳐 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토끼며 고라니가 농사를 망쳐 놓는 통에, 논 주인이 어쩔 수 없이 해 놓은 울타리입니다.

 

논에 물이 고여 있는 곳을 보니 도롱뇽 알이 보입니다.

 

 

논 바닥엔 고라니 배설물도 보입니다.

 

 

 그물을 뛰어 넘어온 모양입니다.

 

 개구리 알은 논바닥에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도랑쪽 돌들이 다 뒤집혀 있습니다.

경칩 무렵이면 일어나는 현상으로, 누군가 개구리며 가제를 다 잡아간 모양입니다.

 

 

손이 닿지 않은 듯싶은 돌을 뒤집어 보니 다행히 가제가 보입니다. 운 좋게 이번 경칩을 비낀 놈입니다.

 

 

도랑 옆 쓰러진 고목엔 벌집처럼 구멍이 뚫렸습니다.

딱다구리 짓입니다. 우리 한실 지역엔 서너 종의 딱다구리가 살고 있습니다.

 

 

원진산 중턱 전에 표고 제배를 하기 위해 지은 관리사 처마엔 호박벌이 집을 지었네요.

 

 

  벌집이 있는 곳에 또다른 흔적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지난 가을 누군가 벌집을 따 가 급히 다시 지은 모양입니다. 벌집을 무슨 약재로 쓴다고 전문적으로 벌집을 찾아 다니는 사람도 있답니다.

 

아무튼 몸에 좋다면 남아나는 게 없습니다.

    

 

  위 사진은 원진산 임도입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금복리 삼지송이 나옵니다. 그곳은 다음에 가 보기로 하고, 급히 표고 재배를 하기 위해 만든 담수못을 살핍니다. 해가 원진산 너머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