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스며든 자리 / 우승미 *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빛이 스며든 자리 / 우승미 눈을 떴다. 문밖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일까. 암실에 있으면 의식도 시간도 모두 멎었다. 이곳에 온 후 나는 주로 암실에서 지냈다. 둥글게 몸을 말고 바닥에 누워, 불필요한..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28
자운영 밭에서 / 박우신 *** 자운영 밭에서 *** -시인 박우신- 가슴이 아리도록 그리운 빛깔로 연초록 어우러진 논두렁에 서면 저만큼 돌아오지 않는 오월의 하늘이여 그 날에 검정 고무신 벗어 들고 가만가만 밟아 보던 풀꽃의 보드라운 감촉 안에 눈매 고운 아이야 네 화사한 뺨처럼 보드라이 피어난 꽃을 보며 지금은 가고 없.. [추천 작품]/******* 좋은 詩 2009.01.27
남편의 여자 친구에게 / 이향아 남편의 여자 친구에게 / 이향아 X씨. 정직하게 말하면 당신은 내게 있어서 결코 유쾌한 사람은 못 됩니다. 그것은 당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나의 의심 때문이며, 남편 앞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은 나의 욕심을 당신이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성간의 우정과 애정에 수학적인 분량으로 구획을 .. [추천 작품]/***** 좋은 수필 2009.01.27
물고기들의 집 / 김지우 물고기들의 집 칠석날에나 비가 한줄금 했던가. 유월 중순부터 입초시에 오르내리던 장마는 꾀꾀로 장대비나 두들겨 놓고 갈 뿐, 금평저수지 황토 바닥이 피죽만 남은 채 쩍쩍 갈라지고 수초만 우무룩하도록 바람 한 점 없이 해만 말끔했다. 후터분하게 달궈대는 날 핑계대고 게으른 사람 낮잠자기 딱..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27
암퇘지 두 마리 / 구선희 암퇘지 두 마리 -구선희- 아버지는 어린 암퇘지 두 마리를 사 오셨다. 식구들도 먹을 게 없어 흰쌀 느루 먹으려고 시래기를 섞어 먹던 그 때에. 아버지 회갑이 있던 바로 전 해였다. 갖고 오시는 것은 없어도 줄 게 없어 걱정이던 아버지는 회갑 일에 동네 사람들을 불러모아 배불리 먹이고 싶으셨나 그 .. [추천 작품]/******* 좋은 詩 2009.01.24
시간 / 보르헤스 시간 -보르헤스 니체는 괴테와 실러를 한자리에서 논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겼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공간을 뭉뚱그려 말하는 것 역시 무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사고 속에서 공간은 배제할 수 있으나 시간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오관을 가진 것이 아니라 ..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23
대숲 아래서 / 시인 나태주 ♣대숲 아래서♣ -시인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 [추천 작품]/******* 좋은 詩 2009.01.23
겨울 과원(果園)에서 - 시인 구재기 ♣겨울 과원(果園)에서♣ -시인 구재기- 겨울 과원에서 올곧게 자라나지 못하고 이리비틀 저리비틀어져 허리 굽은 과일나무들을 보았다 지난 가을, 그 달콤하고 붉은 단장의 과일이 달린 자리에 어쩌면 저리도 허리 굽은 고통이 져며 있는 것일까 긴 겨울의 바람이 지날 때마다 온몸을 으스스 떨던 할.. [추천 작품]/******* 좋은 詩 2009.01.23
여자의 계단 / 이준희 여자의 계단 / 이준희 (200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남자가 계단을 오른다. 한발씩 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혼자뿐인 듯 통로가 조용하다. 하나 둘 셋…… 남자는 계단을 오르며 숫자를 센다. 건물 계단이 몇 개인지는 밖에서 본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계단 숫자를 세..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22
<성 소피아 성당> / 이스마일 카다레 <성 소피아 성당> / 이스마일 카다레 1. 대신들이 차례차례 잠을 깼다. 동 틀 무렵에 그들이 그처럼 서로 지척 간에(전쟁대신의 천막이 총리대신의 천막과 거의 붙어 있다시피 했는데 그건 대신들의 서열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있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도로 조직화된 국가에서 .. [추천 작품]/***** 좋은 단편 2009.01.20